飮食 漫步/식객유랑

경북 포항시 남구 <바보회식당>

초암 정만순 2014. 8. 1. 19:00

 

경북 포항시 남구 <바보회식당>

 

 

여름철 별미 포항 자연산 물회를 찾아

경북 포항시로 출장 상담을 갔다. 부부가 식당을 세 곳이나 운영하는 데 두 군데는 적자이고 한 곳은 문을 닫았다. 문 닫은 점포는 임차료가 계속 나간다. 부부는 사이가 원만하고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아주 좋다. 그러나 사전 운영 타당성 검토와 기획력이 부족했다. 본업과 별도로 대형 마트에 축산물 유통을 해서 적자 분을 메우고 있다. 부부의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라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다.

두 곳의 식당을 심층 방문하고 1박을 했다. 상경하는 길에 포항까지 와서 물회를 안 먹고 그냥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동행한 대학생 인턴사원이 탐식가(貪食家)였다.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더니 죽도시장에는 새벽부터 영업을 하는 곳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이른 아침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가던 중 운전기사 아저씨가 자연산 물회 전문점을 추천해서 목적지를 바꿨다. 사람 좋고 적극적인 기사 아저씨는 어떤 상업적 목적이 아닌 외지에서 온 사람에게 이왕이면 좋은 물회 집을 추천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포항제철이 보였다. 기사분과 고 박태준 회장 이야기를 했다. 10여 년 전 모모세 타다시의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을 읽었다. 모모세 타다시는 일본 종합상사에서 근무하면서 포항제철을 비롯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관찰한 사람이다. 그 책에서 고 박태준 회장을 비롯하여 포항제철을 세운 사람들의 열정과 신화를 감동적으로 읽었다. 그들은 애국심으로 가득 찬 인물들이었다.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한적한 시골 어촌의 갈대밭에 제철소를 세우려고 공사를 시작하자 세계는 야유와 조소를 보냈다. 그러나 웅장한 제철소가 들어서고 고로에서 시뻘건 쇳물이 쏟아지자 세계는 경악했다. 모모세 타다시의 책 제목은 좀 그렇지만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긴 내용이다. 그는 한국에서 40년 이상 거주했다.
식당에 도착했다. 포항 송림시장, 작은 규모의 재래시장이다. 기사 아저씨가 가게 안까지 가이드 해준다. 포항에 대해 열정이 가득한 열혈 포항인 이었다. 앞모습을 보니 인상이 서글서글했다. 아마 포항 맛집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에 포항에 오면 다른 식당도 물어봐야겠다.

	물회
물회

대한민국 성공신화 떠올리며 먹은 속풀이 물회

송림시장은 침체된 재래시장 분위기였다. 더욱이 얼마 전 포항운하가 개통되어 주변 아파트가 없어진 것도 그 원인이라고 한다. 메뉴판을 보니 돈지회, 이시가리 등 처음 들어본 단어도 있었다. 물회를 주문했다. 1인분 1만2000원이었다. 식당은 아주 작은 규모였다. 이른 아침이라 60대 주인아주머니 홀로 일하고 있었다.

물회가 나왔다. 얼음이 올라갔다. 젓가락으로 슬슬 비벼봤다. 단맛을 최소화한 양념이다. 제조 고추장과 재래 고추장을 섞어서 사용했다. 시원한 배맛도 났다. 밥이 나왔다. 물회를 먹을 때는 뜨거운 밥보다는 찬밥이 더 제격이라고 어떤 물회 고수가 그랬지만 여기는 뜨거운 밥이었다. 반찬은 전형적인 경상도 맛이어서 좀 짜고 강했다. 생선은 가자미와 잡어 등을 사용했고 모두 자연산이었다. 손님이 원하면 오징어도 넣어준다고 하는데 아침식사였기 때문에 생략했다. 개인적으로 오징어를 좋아하는데도 말이다.

물회는 고추장 양념과 회와 채소와 과일 등이 시원하게 어우러졌다. 양념 맛 때문에 어떤 종류의 생선인지는 구별하기 어려웠다. 이 물회를 좀 촌스럽게 표현하자면 회덮밥의 차가운 버전 같았다. 물을 살짝 뿌려서 먹으라고 주인아주머니가 귀띔했다. 물을 넣었더니 좀 자박자박해졌다. 좀 더 먹기에 편했다. 일부 물회는 냉면용 조미육수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아마 젊은 세대들은 그런 맛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이 집 물회는 꾸밈없이 정석대로 조리한다. 시원하고 매콤한 맛이다.

물회는 여성들이 더 좋아할 만한 맛이다. 그러나 중년 남자인 필자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해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필자지만 물회는 여름철 별미로 손색이 없다. 1만 2000원이면 식당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괜찮을 가격이다. 서울에서도 물회는 매력 있는 아이템이다. 포항 먹을 거리 중 호불이 있는 과메기보다는 물회가 더 대중적인 메뉴다.
서비스로 매운탕이 나왔다. 매운탕 국물 맛은 그냥 평이했다. 20대 인턴사원은 잘도 먹는다. 매운탕 건더기까지. 그는 술을 좋아하는데 술보다도 그 다음에 먹는 숙취용 해장 음식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런 기호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비만이 우려되는 식성이다. 필자가 26살 때는 허리가 30인치를 안 넘었다. 하지만 외식업계에 종사하면서 비만 체형이 됐다. 음식 분석을 위한 빈번한 식사, 즉 일종의 직업병 때문이다.

	매운탕
매운탕

대학생 인턴은 시원한 물회와 뜨거운 국물 매운탕으로 완벽 해장을 만끽했다. 시원한 물회는 평양냉면처럼 해장의 속성도 있다. 속이 슬슬 풀린다. 주인아주머니는 안동 출신 남편과  사글세 방으로 시작해 28년간 횟집을 하면서 3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이 허름한 횟집에서 한 때는 줄을 세운 적도 있다고 자랑한다. 그때가 외환위기 이전이란다. 정말 외환위기 이전에는 식당 하기 좋았던 시절이었다. 식당뿐 아니라 다른 자영업도 대체로 호황이었다. 응답하라 97년, 96년, 95년…

무에서 유를 창조한 포항제철의 신화도, IMF 외환위기의 위기 극복도 다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의 그 식당 부부도 현재의 난관을 분명히 극복할 것이다.
총지출 (2인 기준) 물회 1만 2000원 x 2인 = 2만 4000원
<바보회식당>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493-11 (054)273-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