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식객유랑

전국 팔도 보양식 따라 떠나는 여행

초암 정만순 2014. 8. 1. 19:05

전국 팔도 보양식 따라 떠나는 여행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면 괜스레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시원한 바캉스와 무더위를 이겨낼 만한 영양만점 보양식이다.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먹는다. 온 가족의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몸보신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PART 1. 서울·경기도

동의보감도 인정한 보양식 ‘용봉탕’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제기동 약령시장, 용봉탕

꼭 먼 곳에만 영양만점 보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동대문구 제기동은 조선시대 병든 백성들을 돌보던 보제원이 자리 잡았던 역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건강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남다른 역사를 지닌 곳이니 만큼 보양식의 수준도 남다르다. 그중 단연 유명한 것은 커다란 토종 뚝배기에 자라와 오골계, 토종닭, 가물치, 밤과 은행, 각종 한약재를 넣고 푹 고아낸 ‘용봉탕’. 동의보감에 남자의 정력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구절과 함께 그 효능이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보양식이다.

건강 Tip 용봉탕의 재료 중 하나인 자라는 피를 삭히고 음기를 북돋아 허한 기를 채워주고 뭉친 곳을 풀어준다.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당뇨, 만성감염, 간경화 등에 좋다. 

여행 Tip 한의학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한의약박물관에서는 무료 건강검진도 받아볼 수 있다. 그밖에 제기동 약령시장, 보제원, 경동시장 광성상가 등. 

맛집 Tip 동강 민물매운탕


백숙의 원조! 닭죽골목을 찾아라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


	남한산성 숭렬전, 남한산성 서문, 닭죽

백숙의 유래가 남한산성 아래의 성남 단대동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파른 산에서 토종닭을 기르다 보니 닭이 빠른 시간 안에 익지 않아, 마늘, 인삼, 대추, 밤 등을 함께 넣어 3~4시간 푹 고아낸 것이 백숙요리의 시작. 오랜 시간 끓여야 하는 만큼 산에 올라갈 때 미리 주문을 받았다가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맛을 보였는데, 그 깊은 맛이 널리 퍼졌다. 이러한 유래를 따라 현재까지도 성남 단대동에는 닭죽집이 20여 개 정도 옹기종기 모여 있어 ‘닭죽촌’, 혹은 ‘닭죽마을’로도 불린다. 식당 대부분이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니 어느 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도 맛에 대해서 절대 실망할 일이 없다고.

건강 Tip 닭은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하며 그중에서도 필수아미노산이 많고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아 콜레스테롤 걱정을 상대적으로 덜 해도 된다. 또한 피를 보충하는 작용이 있어 체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여행 Tip 모두 다섯 가지 코스로 나뉜 남한산성 둘레길은 사시사철 여행객들의 인기 장소. 가볍게 등반을 즐기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그밖에 야경이 아름다운 남한산성 서문, 은행자연관찰원 등.

맛집 Tip 장마담집, 복골별장집


PART 2. 전라도  

먹는 순간 기운이 펄펄 나는 ‘나주곰탕’ 
전라남도 나주


	나주 영산강 황포돛배, 나주곰탕

영산강이 굽이굽이 장관을 연출하는 청정자연의 도시 나주. 조선시대엔 곡창인 호남의 상징으로 ‘작은 개경’이라 불리기도 했다. 옛날의 번영을 간직한 고장인 만큼 나주에는 각종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나주곰탕은 나주의 ‘3대 별미’ 중 하나로 꼽히는 대표음식이다. 곰탕은 나주 읍성 내 5일장을 찾는 장돌뱅이들과 주변 고을에서 장을 보러 온 백성에게 국밥을 팔던 것에서 유래했다. 보통 뿌연 색을 띠는 일반 곰탕과 달리 국물이 말갛다. 이는 소의 뼈를 우려내는 일반 곰탕과는 달리 양지나 사태 등의 고기 위주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곰탕의 인기가 높아 아예 골목이 형성됐다. ‘금성관’이라는 나주객사 바로 앞에 곰탕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구수한 내음을 풍기고 있다.

건강 Tip 오랜 시간 고아내는 과정에서 국물 속에 칼슘과 인이 풍부하게 녹아나고 여기에 생파를 곁들여 비타민도 보충하기 때문에 영양 면에서 우수하다. 

여행 Tip 나주의 대표 체험코스로 자리 잡은 영산강 황포돛배. 10㎞ 운항거리에 약 50분 정도의 소요시간은 영산강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풍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밖에 메타세콰이어의 길, 천연염색체험관 등.

맛집 Tip 노안집, 하얀집, 황순옥


섬진강이 길러낸 추어탕의 본거지
전라북도 남원


	남원 광한루, 남원추어탕

남원 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싱싱한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 추어탕. 지리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섬진강에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많았기 때문에 남원은 자연스레 추어탕의 본고장이 될 수 있었다. 그 맛이 전국으로 퍼져 이제는 남원추어탕이 일반명사화 됐을 정도. 남원추어탕에는 섬진강에서 기른 미꾸라지는 물론 지리산 자락에서 공수한 우거지, 들깨, 부추 등의 건강한 식재료가 들어간다. 팔딱팔딱 뛰는 미꾸라지에 부재료를 넣고 3시간가량 푹 우려내는 방식으로 끓여내는 추어탕 한 그릇. 그 진정한 맛의 깊이는 오직 남원을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다고. 

건강 Tip 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A·B·D가 풍부해 자양강장, 피부 미용에 좋고 성장 발달에 도움을 준다.

여행 Tip 우리나라 4대 누각의 한 곳인 광한루는 남원을 방문했다면 필히 방문해야 할 놓치기 아쉬운 관광명소다. 그밖에 춘향테마파크, 터널분수다리, 오작교 등.

맛집 Tip 백운호수 남원추어탕, 춘향골 남원추어탕


갯장어로 만든 ‘하모유비끼’
전라남도 여수


	여수 오동도, 하모유비끼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전남 여수는 아름다운 노래가 절로 흘러나오는 장소인가 하면 입이 즐거운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여수 10미(味)’라 하여 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을 나열하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산해진미가 가득한 곳. 그중에서도 7월이면 제철을 맞는 갯장어는 영양만점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갯장어는 겨우내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서 지내다가 봄이 되면 여수, 고흥, 남해 일대 연안으로 이동하는데, 산란기인 6월부터 8월까지 갯장어 잡이가 절정을 이룬다. 아무것이나 잘 문다는 뜻의 일본어에서 유래해 산지에선 ‘하모’로 불리기도 한다. 여수 해안가에 가면 ‘하모유비끼’라는 메뉴를 볼 수 있는데, 갯장어를 이용한 샤브샤브 요리다. 촘촘히 박힌 가시 때문에 마리당 130여 번의 칼질이 필요할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갯장어 한 마리면 열 장어 부럽지 않다’고 말할 정도라고 하니 여름철 여수를 방문한다면 꼭 먹어봐야 할 보양식.

건강 Tip 미꾸라지를 능가하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손꼽히는 것이 갯장어이다. 불포화지방산과 DHA가 풍부하고 단백질이 많아 민간에서는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쓴다.

여행 Tip 여수 밤바다 하면 생각나는 돌산공원.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돌산대교와 마치 UFO처럼 조명을 설치해놓은 장군도 등 이곳에 가면 형형색색 여수의 밤을 즐길 수 있다. 그밖에 고소동 벽화마을, 오동도, 여수 밤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빅오(Big-O)쇼 등.

맛집 Tip 당머리첫집, 빠지마을횟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