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소아계

소아마비, ‘가미곽향정기산’

초암 정만순 2016. 8. 17. 09:49


소아마비, ‘가미곽향정기산’



허증의 소아마비, ‘가미곽향정기산’ 복용하면 낫는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전통의학에서는 소아마비(小兒痲痺)를 위증(胃症)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주된 병증은 몸의 근맥이 이완되고, 팔다리의 힘줄이 위축되면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대개 온열병(溫熱病)이나 열증(熱症)으로 음액(陰液)이 몹시 부족하여 근맥을 자양하지 못하여 생긴다. 또는 습열(濕熱)이 근맥에 침습하여 기혈 순환에 장애를 일으킬 때도 발생한다. 그밖에 오랜 병으로 간신(肝腎)의 정혈(精血)이 부족하여 근맥을 자양하지 못할 때도 생긴다.
소아마비의 증상은 초기에는 발열, 구토, 설사, 사지통(四肢痛) 등이 나타난다. 그러다 그릇된 처치로 증상이 심해지면 사지마비 증상과 함께 근육이 위축되면서 관절이 기형으로 변하게 된다. 주로 화학 백신 접종이 잦은 1~6세의 유아에게 많이 발생한다. 화학 백신에 들어 있는 수은이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전통의학에서는 소아마비를 허증(虛症)과 실증(實證)으로 나누어 변증(辨證)한다. 그리고 표리(表裏) 관계를 따져 천연 약물 등으로 위증을 보사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필자가 이러한 전통의학의 치료 원리를 응용하여 소아마비를 치료한 사례가 있다. 8년 전, 5살 아이를 안고 엄마가 내원했다. 양방 병원에서 소아마비 진단을 받고, 3개월 이상 각종 화학 약물 처치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수소문 끝에 찾아왔다고 했다.
필자는 망진을 통해 아이의 한쪽 다리가 얇고 힘이 없어 보여 단번에 소아마비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한 병증을 파악하기 위해 문진과 맥진을 동시에 진행했다. 아이 엄마는 감기 초기 증세와 같이 두통과 함께 열이 발생하고, 설사와 구토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진단 결과 허증에 의한 소아마비로 최종 판단했다. 그리고 허한 것은 보하고, 마른 것은 윤택하게 하며, 냉한 것은 따뜻하게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차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에 시호와 방풍, 계지, 모과, 백지 각 4그램을 가미해 10첩을 처방했다. ‘곽향정기산’의 기본 처방은 곽향 6그램, 소엽 4그램, 백출·창출·반하·진피·청피·대복피·계피·건강·익지인·구감초 각 2그램, 생강 3쪽, 대추 2개다. 이 처방은 오장육부에 생긴 한증(寒症), 즉 이한병(裡寒病) 가운데 태음복통증(太陰腹痛症)을 낫게 한다. 즉, 상한음증(傷寒陰症)과 신통(身痛) 등 표증(表症)과 이증(裏症)을 모두 다스린다. 처방 약재 중에 소엽은 폐를 도와 울기(鬱氣)를 내리고, 혈분(血分)을 조절하여 통증을 멎게 한다. 또 백지는 풍습(風濕)을 없애고, 해열시킨다. 진피는 기운을 고르게 하여 체기를 없애고, 대복피는 가슴을 맑게 하면서 비장을 도와 울기를 내려 준다. 후박 역시 위장을 조절하여 소화를 돕는다. 위의 약 3첩을 복용한 뒤 아이 엄마가 다시 찾아왔다. 아이가 열이 내려가면서 호전되고 있다고 기뻐했다. 이후 15첩을 꾸준히 복용한 뒤 아이가 건강해졌다.


또 다른 사례는 6살 여자아이가 고열과 함께 다리에 힘이 빠져 서지를 못하는 증세로 부모에게 업혀 내원했다. 맥진과 복진을 한 결과 맥이 현(弦)하고 홍삭(洪數)했다. 복부에 압통을 가하자 양쪽 옆구리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다. 아이는 밤에 고열이 더 심하고, 변비와 함께 기관지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심하다고 엄마가 설명했다. 물론 양쪽 다리는 마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증의 소아마비로 변증하여 ‘대시호탕’과 ‘대황목단피탕’, ‘도인승기탕’을 합방(合方)하여 하루에 1첩씩 달여서 3번 나누어 복용하도록 지도했다. 그러나 7첩을 복용해도 맥이 약해지는 등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시호탕’에 ‘백호탕’을 합방하여 3첩을 복용하도록 일렀다. 그 결과 맥이 강하게 뛰고 기관지 증상이 완전히 해소되었다. 하지만 양쪽 옆구리의 경결(硬結)이 낫지 않아 ‘대황목단피탕’을 합방하여 6첩을 복용하게 했다. 여기에다 ‘도인승기탕’을 합방하여 6첩을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양쪽 옆구리의 경결이 해소되고, 약간의 기관지 증상만 남아 있었다. 변비 역시 호전되었다.
이후 아이에게 복합적인 치료를 계속한 결과 한 달 만에 일어나 조금씩 걷게 됐다. 그래서 ‘대시호탕’에 ‘죽엽석고탕’을 합방하여 6첩을 추가로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더욱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이는 같은 처방을 20첩 더 복용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