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다이어트의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원칙이지만 제대로 지키기가 쉽지 않은데, 애써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더 문제다. 그러다 보니 1일2식, 원 푸드 다이어트, 칼로리 다이어트 등 극도의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 또한 일시적인 체중 감량의 효과는 보지만, 다이어트를 소홀히 하는 순간 다시 비만해지는 요요현상의 부작용이 있다. 사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다이어트는 서양의학의 시각에서 나온 방법이다. 전통의학에서는 비만을 단순히 음식과 운동으로 해결되는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인체가 비만해지는 것은 서구식의 비자연적 식생활로 인해 체내에 노폐물과 독소가 쌓인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또 전통의학에서는 오장육부의 기능 조화를 중요시한다. 장기의 기능이 상실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체내에 어혈이나 습담 등이 축적되어 배설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인체가 섭취보다 배설이 적은 상태가 되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단순히 칼로리를 조금 섭취하거나 과체중의 결과물인 지방을 제거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다이어트가 될 뿐이다. 근본적으로 비만을 해결하려면 먼저 자연식을 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좋게 함으로써 정상적인 생리 대사를 통해 노폐물과 독소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그 시절에 많지는 않았지만 간혹 비만 환자가 오면 ‘만청자산(蔓菁子散)’을 처방해 주었다.
만청자는 강화도 지방에서만 나는 순무의 씨앗을 말한다. 처방 재료는 만청자 60퍼센트, 좁쌀 20퍼센트, 수수 20퍼센트이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만청자를 막걸리에 하루 동안 담가 씻은 뒤 술밥을 찌듯 막걸리로 쪄서 말린다. 좁쌀과 수수는 물로 2시간 정도 쪄서 말린다. 이 세 가지를 함께 가루를 내어 아침저녁으로 10그램 정도를 따뜻한 물로 복용한다. 순무는 팽이처럼 생기고, 겨자 향의 인삼 맛이 나는 자적색의 뿌리채소로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다. 일찍이 고려시대 『향약구급방』에 종자가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 『동의보감』에는 “순무는 봄에 새싹을 먹고 여름에 잎을 먹으며, 가을엔 줄기를 먹고 겨울엔 뿌리를 먹는다. 순무는 오장에 두루 이로워 특히 숙취 해소에 좋고, 순무 씨를 9번을 찌고 말려서 오래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되어 있다. 순무의 씨는 피로 회복과 기력 증강의 작용도 탁월하다. 옛날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만청자를 삶아 말리기를 세 번 거듭해 가루를 내어 쌀과 함께 죽을 쑤어 임신한 왕비의 보양식으로 썼다. 최근 순무의 씨가 자체의 칼로리는 낮지만 살을 찌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유나 콩가루처럼 위장에서 다른 음식물의 섭취를 돕는 작용이 강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만과 칼로리를 직결시키는 서양의학의 단순 논리일 뿐이다. 만청자가 여러 음식물의 소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오장(五臟)을 튼튼하게 하고, 생리 대사를 원활하게 도와준다는 증거이다. 이런 효능 때문에『본초강목』에서는 “순무는 많이 먹어도 손해가 없어 장복하면 곡식을 끊고도 장생(長生)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또 옛날 고승들은 만청자 1근을 바랑에 넣고 다니며 10일을 그것만으로 거뜬히 버티었으니 만청자는 최고의 생식인 셈이다. ‘만청자산’에 들어가는 좁쌀은 조상들이 베갯속으로 애용했던 곡식이다. 좁쌀에 풍부한 녹말은 비(脾)와 위(胃)를 다스려 배변을 촉진하고, 내장을 고르게 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그리고 수수는 옛날 아이들의 돌잔치나 생일 때 동글동글한 경단으로 만들어 먹게 했던 건강식품이다. 수수 가루에는 섬유질과 철분 등이 밀가루보다 3배 넘게 들어 있다. 특히 인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를 맑게 하여 아토피 등 피부염을 다스려 준다. 한편 ‘만청자산’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해소해 성인병을 예방해 주는 효능도 있다. 또 만성 설사를 멈추게 하며, 소화 불량으로 늘 배가 더부룩한 팽만감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