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길을 가다보면 간혹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을 보게 된다. 나이 든 사람은 그래도 머리가 하얀 게 대수롭게 보이지 않지만, 젊은 사람이 머리가 희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당사자 역시 젊은 나이에 머리가 희면 더 나이가 들어 보이게 돼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이것을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하지만 번거로운 일일뿐더러, 화학 염모제(染毛劑)의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지난 2008년 8월에 한국소비자원이 화학 염모제 관련 소비자 부작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염색 후 피부 발진·가려움·부종·안구 통증·시력 손상·탈모 등의 부작용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6년 7월 스페인 카탈란 종양학연구소의 실비아 데 산호세 박사 연구팀이 백혈병 환자와 화학 염색약 사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화학 염색약 사용이 림프종 위험성을 19퍼센트 높인다고 하였다. 또한 2005년 4월 고려대 의대 최재욱 교수팀과 서경대 조진아 교수팀이 공동 연구한 자료를 보면 미용사의 절반가량이 화학 염색약 사용 후 소화 장애와 안구 건조, 그리고 피부질환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중에 유통 중인 일부 화학 염색약에 포함된 망간 성분은 법적 기준치의 2배를 초과하고 있어 두통·근육통·경련·정신착란 등을 일으킬 위험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머리가 희어지는 것은 신장의 양기(陽氣)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장의 색소인 흑색소(黑色素)가 머리카락에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가 희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풍열(風熱)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피(頭皮)가 뜨게 되어 머리카락에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탈색(脫色)과 탈모(脫毛)가 된다고 하겠다. 한편 옛날 성인(聖人)이 이르기를 ‘조위근지여(爪爲筋之餘), 치위골지여(齒爲骨之餘), 발위혈지여(髮爲血之餘)’라고 하였다. 즉 손톱과 발톱은 근육의 여분이요, 이빨은 뼈의 여분이요, 머리카락은 혈액의 여분이라고 하였다. 이런 점에서 머리카락은 혈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혈액의 많고 적음과 맑고 탁함이 모발의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지난 2006년 9월에도 흰머리를 검어지게 하는 ‘흑발환(黑髮丸)’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호에도 할배가 일러준 흰머리를 검어지게 하는 천연요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처방을 일러준 할배는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다.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할배가 일러준 흰머리를 검어지게 하는 천연요법은 외치법(外治法)과 내치법(內治法)으로 나뉜다. 이 방법은 일시적으로 머리를 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머리를 검게 하는 방법이다.
흰머리를 검어지게 하는 천연요법
◎ 외치법
▶재료 : 가을에 서리 맞은 오동나무 잎과 열매 ▶사용법 : 오동나무 잎과 열매를 짓찧어 시루에 넣고 찐 다음, 즙을 짜서 머리에 꾸준히 바른다.
◎ 내치법
▶재료 : 가을에 서리 맞은 오동나무 잎과 열매 900그램, 적하수오·보골지 각 600그램, 검은깨 300그램, 토종꿀 1킬로그램 ▶만드는 법 : ① 오동나무 잎과 열매를 깨끗이 씻은 다음 말려 분말한다. ②적하수오를 막걸리에 하루 동안 담갔다가 증기로 살짝 찐다. 이것을 말려 분말한다. ③검은깨를 분말하여 걸쭉하게 죽을 쑨 다음, 여기에 꿀을 붓고 졸인다. 그러고 나서 분말해 둔 재료들을 섞어 오동나무씨 크기의 환을 짓는다. ▶복용법 : 하루에 3번 식후에 30~50환씩 따뜻한 물로 복용한다. 설사하는 경우 복용량을 줄이든지 며칠 쉬었다가 복용한다.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에 사용된 오동나무 잎과 열매는 풍습(風濕)을 없애고, 열을 내리며, 독을 풀어주는 데 효능을 지닌 약재이다. 예전부터 머리가 희어지는 것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또 적하수오는 보혈제(補血劑)로서 역시 머리를 검게 하는 데 대표적인 약재이고, 보골지는 보양제(補陽劑)로서 원형 탈모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재이다. 이밖에 검은깨는 간과 신장의 정혈(精血)을 보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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