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눈은 오장육부 중에서 간에 속하는 인체 기관이다. 따라서 과로나 과음 등으로 간이 피로해지면 눈이 충혈되게 된다. 그러다 간의 기능이 떨어지면 시력도 떨어지고, 나아가 결막염·백내장·녹내장 등 각종 안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시력이 약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을 오랫동안 보아 눈을 혹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눈을 감싸고 있는 신경과 혈관에 기혈(氣血) 순환장애가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 눈이 충혈되고, 이런 일이 지속되면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이게 심화되면 눈에 어혈이 쌓여 각종 안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이상의 요인 외에도 요즘은 화학적으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등의 섭취로 인해 간에 화학 독소가 쌓인 나머지 시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은 특히 간의 해독력이 미약한 어린아이의 경우에 치명적으로 나타난다. 설령 아이가 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았을지라도 부모가 젊었을 적에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축적되어 있다면 그것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 결과 아이가 시력 약화는 물론, 갖가지 기능 장애를 지닌 채로 태어나기 마련이다. 오늘날 기형아 출산율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그런 사실의 반증이라 하겠다.
이밖에 당뇨가 있는 경우에도 시력이 약화된다. 당뇨가 있는 경우 시력이 약화되는 이유는 인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말초기관까지 영양이 전달되지 않아 신경이 괴사됨으로써 시력이 약화되고, 나아가 각종 안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상과 같이 눈에 이상을 초래하는 원인을 통찰할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뇨가 원인인 경우는 제외하고, 나머지의 경우에는 외적으로는 눈을 치료하고, 내적으로는 간을 다스려야 한다. 이런 점을 통찰하여 우리 선조들은 눈을 치료함에 있어 눈만 보지 않고, 간의 기능을 살려주는 데도 노력을 다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동종요법으로 동물의 간이나 간유(肝油)를 복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평소에 결명자차를 끓여 꾸준히 마시면 간의 열을 해소하는 데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외치법(外治法)으로 안구 마사지를 겸하면 더욱 큰 효과릉 거둘 수 있다. 안구 마사지하는 방법은 안구 위쪽에 엄지손가락을 최대한 깊숙이 집어넣어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뼈를 따라 세밀하게 지압하기를 3~5분간 반복한다. 이어 검지를 안구 아래쪽에 깊숙이 집어넣어 역시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뼈를 따라 3~5분간 지압하기를 반복한다. 그러고 나서 손가락을 모아 양쪽 눈을 덮은 다음, 원을 그리면서 1~2분간 부드럽게 마사지해 준다. 그리고 양쪽 눈초리에서 관자놀이까지 지압하기를 1~2분간 반복한다. 마사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하면 할수록 좋다. 또 안구 마사지 후에 죽염수를 만들어 안구 세척을 하고, 안약처럼 눈에 자주 넣으면 좋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약을 잘 짓던 할배가 일러준 ‘구고탕(救苦湯)’이다. ‘구고탕’은 갑자기 눈이 붓고, 충혈되면서 아픈 것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처방이다. 이 ‘구고탕’을 일러준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살아 생전에 환자를 볼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렇게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 구고탕
▶ 처방 내용 : 결명자·진피(秦皮)·초룡담 각 6그램, 청상자·감국·감초 각 4그램, 오미자·구기자·상심자 각 3그램, 강활·방풍·치자·승마·시호·황백·황금·황련·지모 각 2그램 ▶ 법제법 : 결명자와 청상자를 볶는다. ▶ 복용법 : 식후 30분에 1첩씩 달여 복용한다. ▶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은 결명자·진피·초룡담·청상자·감국 등과 같이 간열(肝熱)을 내려 주어 눈을 밝게 해 주는 데 효능이 있는 약재를 주약(主藥)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오미자·구기자·상심자와 같이 간과 신장의 음(陰)을 보하여 눈이 충혈되는 것을 막아 주는 약재를 가미하고, 강활·방풍·승마·시호와 같이 간에 몰린 풍열(風熱)을 발산시키는 약재를 가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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