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직장인 김종서(남, 46세)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눈두덩과 얼굴, 발등 등이 부어오르는 증상이 몇 달째 계속되어 고통을 겪고 있다. 김씨처럼 신체의 일부분이 붓는 증상을 부종(浮腫)이라고 한다. 부종은 몸에 필요 이상의 수분이 고여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대개 몸 안에서 수액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비장과 폐, 신장, 간의 기능이 저하됐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부종이 자주 발생하면 신체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적절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종의 초기 증상은 눈 주위나 발등이 붓는다. 손가락으로 정강이 등을 눌렀을 때 자국이 남는다. 심해지면 팔다리와 배 등 전신으로 확대된다. 또 몸이 무겁고, 체중이 늘어나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울러 얼굴이 푸석해지고, 손가락이 뻑뻑해지며, 식욕부진과 피로가 심해진다. 또한 소변의 양이 급격히 줄고, 색깔아 진해진다. 그러다 부종이 더 심해지면 요산독으로 인해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각 장기별로 나타나는 증상도 다르다. 간 기능 저하로 인한 부종은 복수(腹水) 형태로 나타난다. 간의 기능이 악화되었을 때 복수증이 생기는 이유는 간이 소설기능(疏泄機能)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소설기능이란 기혈순환(氣血循環)이나 신진대사 등 인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간이 그 중심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간이 악화되면 소설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간의 경락을 따라 배에 물이 차게 된다. 황달이나 간경화 등 간 질환이 악화되었을 때 복수증이 나타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비장 기능이 저하되면, 음식의 용해물이 기화되지 않고 비장에 그대로 머물게 된다. 이를 식체(食滯) 또는 위기허(胃氣虛), 담음(痰飮) 현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위장과 비장의 경락을 따라 음식의 용해물이 퍼지게 되어 얼굴과 팔다리, 그리고 복부가 붓게 된다. 폐 기능 저하로 인한 부종은 대개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肺水腫)의 형태로 나타난다. 화학 약의 복용과 비자연적인 식생활로 인해 폐에 화학 독소 등이 차서 폐가 상하게 되면 심한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폐렴과 폐결핵 등 각종 폐 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다 인공 화학요법 등 처치와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품 등 그릇된 식생활로 화학 독소가 쌓여 폐가 계속 손상되면 폐에 물이 차서 생명이 위독하게 된다.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한 부종은 복수(腹水)와 다리 수종의 형태로 나타난다. 피와 체액을 걸러 주는 역할을 하는 신장의 사구체(絲救體)가 퇴화되거나 막히면 수분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신장의 경락을 따라 배와 다리에 물이 차게 되면서 부종이 발생한다.특히 화학 혈압약과 당뇨약은 신장을 망가뜨려 부종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전통의학에서는 부종을 음허(陰虛), 양허(陽虛), 혈허(血虛), 기허(氣虛) 등 4가지로 구분한다. 그리고 증상별로 변증(辨證)을 하여 허증(虛症)을 없애거나, 기혈순환(氣血循環)을 원활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치료한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서울 종로에서 약을 잘 짓던 할배가 일러준 부종 처방이다. 할배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이처럼 할배의 처방이 큰 효험을 발휘한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이다.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했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다.
소종순기탕(消腫順氣湯)
▶ 처방 내용 : 창출·진피·후박·초과·공사인·저령·택사·목향·빈랑·향부자·지각·길경·삼릉·봉출·관계·소회향·목통·인삼·모과·상백피·견우자·대복피·대황·감초 각 3그램, 생강 3쪽 ▶ 법제법 : 상기 약재 가운데 견우자는 볶아서 쓴다. ▶ 복용법 : 위의 약재를 물로 달여서 하루 2번 식후에 복용한다. ▶ 처방 해설 : 상기 처방은 ‘소종탕’과 ‘순기탕’을 합방한 것이다. 수종(水腫)을 다스리고, 창만(脹滿)을 없애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또 기(氣)를 순조롭게 하고, 비습(脾濕)을 없애 각종 부종을 치료하는 작용을 한다. 주약인 창출은 기(氣)를 잘 통하게 하고, 비위(脾胃) 기능을 강하게 한다. 진피는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앤다. 후박 역시 습과 담을 없애면서 비위를 덥혀 주어 부종을 치료하는 작용을 한다. 택사는 습열(濕熱)을 없애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신장성 부종, 자종(子腫), 복수, 방광염 등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저령은 부종과 복수, 배뇨 장애 등을 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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