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바위 우물(石井)을 찾아서...
바위 우물, 한문으로 석정(石井)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관심을 끌고 흥미를 자아 내는 곳이다.
청학동,무릉도원,신선계 등 이상향에서 꼭 나오는 요건 중 하나가 돌 우물이다. 엄격히 말하면 돌 틈 사이로 흐르는 맑고 차가운 샘터(석천) 혹은 석간수를 말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이상향이던 수행터이던 맑은 물은 필수 조건이라 그런 거 같다.
산정부에 있는 석정 들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대부분 물의 양이 일정 하다는 것이다.
가물어도 줄지 않고, 비가 많이 와도 크게 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산 아래 사람들의 신성시 함을 받는 다는 것과 기우제를 지내는(지냈던) 장소라는 점이 유사하고, 그 곳은 자연적으로 아주 훌륭한 조망처 이자 빼어난 풍광이 주변에 펼쳐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돌 우물이 있는 곳은 호기심이 있어 무조건 찾아보고 뭔가 다른 신성함을 느껴 보려는 버릇이 있다.
특히 산 꼭대기 부근에 위치한 바위 우물들은 더욱 그러하다. 흐르는 물이나 샘터가 아니어서 음용은 불가능하고 때론 혼탁 하지만 기암들 사이에, 바위 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정은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산행을 하면서 보아 왔던 돌 우물, 산정부에 있고 최소한의 규모가 있는 곳을 짚어 보면 8곳 정도 되고 하나씩 살펴본다.
▶ 속리산 문장대 석정.
속리산의 주된 암봉인 문장대 위에 있으며, 빗물이 고여 있는 형태이고, 아주 가물지 않고는 마르지 않는 석천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 수질 상태가 깨끗하지는 않고 우물이라기 보다는 물 웅덩이 느낌이다. 그런데 만약에 문장대를 오르는 계단이 없어 사람이 오를 수 없다면 암봉 꼭대기에 형성된 석정은 아주 깨끗하고 더욱 신비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장대 석정>
▶ 도락산 신선봉 석정.
충북 단양의 도락산 정상 옆에 있는 신선봉 암봉의 너른 암반 위에 움푹 패인 형태로 있다.
여기서 보는 채운봉과 여타 암봉을 보는 조망이 좋으며 쉼터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여기엔 숫처녀가 물을 퍼 내면 금방 소나기가 내려 물이 다시 채워진다는 전설과 이 곳 물이 마르면 가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신선대 석정>
<개인적으로 석정의 의미를 두고 처음 만난 곳이다>
▶ 천관산 구룡봉 석정.
남해바다와 다도해를 조망하는 아름다운 천관산에서 서북 방향으로 약간 내려선 곳에 바위 봉우리 구룡봉이 있다.
천관산의 부드러운 주능이 한눈에 조망되고, 남해바다와 다도해, 멀리 해남의 두륜산,주작산등이 조망되는 훌륭한 조망처에 바위 우물이 여러 개 있다. 여기도 수질은 조금 탁하지만 쉽게 마르지 않는 구조이고 수초들이 자라고 있다.
<구룡봉 석정...저 멀리 덕룡산을 보면서>
<구룡봉 석정...진죽봉을 보면서>
▶ 황정산 무명봉 석정.
황정산 신선봉 근처 일명 용아릉이라는 암릉 길에 솟은 이름없는 암봉에 석정 두개가 있다.
크기가 작고 깊이가 얕아 비온 뒤 일정기간에만 석정의 형태를 유지하는 곳이다. 여기도 황정산 주능 조망이 탁 트인다. 이 곳은 바위모양은 물을 담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맨 처음 메마른 시기에 봤을 때는 석정의 느낌을 갖지 못했고 그 후 비 내린 이후 갔을 때 발견한 곳이다.
<크기와 깊이는 작지만...신령스럽다>
▶ 월출산 구정봉 석정.
월출산의 주봉인 천황봉을 바라보면서 그 기가 집결된다는 구정봉 암봉 위에 형성된 석정이다.
이곳은 9개의 우물이 있다 하여 이름도 구정봉이라 불린다. 크기는 작지만 맑은 물이 고여 있고, 가는 길에 바위 문(석문)을 지나야 하고, 구정봉 최 꼭대기에 월출산의 암릉과 주능을 조망하는 멋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그 신비로움과 영험함이 느껴진다.
<이런 석정이 9개라서 구정봉>
여기에도 전설이 있다.
"옛날 월출산 아래 구림마을에 사는 동차진이란 사람이 이 곳에서 하늘을 향해 오만을 부리다가 하늘의 노여움을 사 아홉 번의 벼락을 맞았다는 내용과 이곳 구정(九井)의 아홉 구덩이에 용이 살았다는 이야기, 또한 아홉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던 중 인근 총각이 선녀의 옷을 훔쳐 결국 막내선녀는 인간세상에서 살게 되었다는 선녀와 나뭇꾼 의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구정봉에서 바라보는 월출산 주능이 아주 황홀하다>
▶ 오십정산(쉰움산) : 가장 많은 석정을 가진 무속신앙의 중요 기도 터.
석정의 수로 본다면 가장 많은 곳이다. 오십정 혹은 쉰움이란 말은 오십개의 우물을 뜻한다. 산정에 분화구처럼 생긴 크고 작은 바위 우물이 무수히 많다. 또한 이 곳은 영험하고 신기를 잘 받을 수 있는 곳인지 기우제는 물론 무속인들의 기도 터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오십정산 정상부에 있다>
<석정의 수를 헤아릴수 없다>
▶ 가야산 우두봉 우비정(牛鼻井).
범어로 소를 뜻하는 가야, 그런 가야산에서 소의 머리에 해당 하는 것이 우두봉이다. 말 그대로 소 머리봉인데 이 곳은 소 머리에서 코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한다. 그래서 우비정을 풀어 쓰면 소의 코에 해당하는 우물이란 뜻인데, 소 코는 항상 축축하게 물기가 있어야 건강하다고 하니, 가야산과 우비정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딱 들어 맞는 이야기라 할수 있다.
<유일하게 친절한 안내판이 있는 곳>
탁하고 맑지는 않지만 특이하게 개구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가야산의 빼어난 기암봉우리와 주변 풍광,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주 딱 들어맞는 비경이자 신비로운 곳이다. 개인적으로 맨 처음 가야산을 간 겨울 날, 우두봉의 살 어름이 낀 우비정 모습은 매우 신비로웠고, 뭔가 강한 영험함을 내 뿜는 느낌에 잊지 못하는 곳 중 하나다.
<우비정이라 불리는 석정>
▶ 금정산 고당봉 근처의 금샘.
금정산 이름이 유래되고, 금정총림 범어사의 창건 설화에도 나오는 석정이다.
옛 문헌을 보면 "동래현(東萊縣) 북방 20여 리에 금정산이 있고 그 정상에 우물이 패어 있다. 둘레가 십여 척(3m)이며 깊이가 일곱 치(7m)나 된다. 항상 마르지 않는 이 우물은 물빛이 황금색으로 빛난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금빛 물고기 한 마리가 오색 구름을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 그 우물에서 놀았다 하여 산 이름을 금정(金井)이라 하고, 또 이로 인해 절을 짓고 그 이름을 범어사(梵魚寺)라 하였다.”즉 금정산의 井(우물)과 범어사의 魚(물고기)가 여기서 비롯된 것이고 그런 이름들의 모태가 되는 것이 금샘이라고 한다.
<금샘이라 불리는 석정>
내가 본 석정 중에 가장 아름답고 멋스러운 곳이다. 주변은 온통 바위지대이며, 금정산 주능을 한눈에 굽어 보는 탁 트인 풍광을 배경으로 바위 꼭대기 적당한 크기로 마치 섬세하게 조각한 듯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 돌 우물이다. 설령 황금 물고기는 없어도 해질 녘 노란 노을을 받으면 이 곳 석정은 금샘으로 변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빗물이 흐르지 못하고 갇혀 있는 하나의 물 웅덩이로 보일 수 있으나, 산이 주는 멋있는 풍광에, 자연의 오묘함에, 오랜 시간 흐르면서 거기에 깃든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전설)가 배여 있어 단순히 치부 해서는 안될 것이라 보여지고, 그 느낌과 정감에 조금이라도 공감이 간다면 이 또한 좋은 인연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이런 석정에 둥근 보름달이 담기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이직 인연이 닿질 않아 마음으로만 그리며 그 날을 기다려 본다.
※혹시 더 깊고 깊은 곳에, 미답의 외딴 곳에, 내가 모르는 이런 석정 들이 있다면 알려 주시면 고맙겠다는 말을 전하며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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