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침구 개론

돌팔이 침쟁이, 돌팔이 한의사

초암 정만순 2015. 7. 31. 12:17

 

 

돌팔이 침쟁이, 돌팔이 한의사

 

 

 

집단을 형성하는 무리 중에는 그 안에 특별하고 아주 적은 극소수의 무리가 반드시 존재한다. 특별한 존재를 이루는 극소수의 무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0.1%이며, 이 비율은 어떤 집단에서든 무리를 형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법칙인 것 같다.

이 지구상에는 인류라는 커다란 집단의 무리가 형성돼 있으며, 그 중 99.9%는 아주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상태로 그저 그렇게들 생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0.1%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무리들은 특별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평생 벌어도 가질 수 없는 재산을 가졌다든가, 남다른 재능이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분명히 99.9%에 해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커다란 집단 속에는 작은 집단들이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 중에는 어김없이 0.1%에 해당하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술가 집단에서 명성을 날리는 0.1%의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나머지 99.9%는 그저 그렇게들 예술을 한답시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교회나 절같은 곳에는 목사, 신부, 스님과 같은 성직자군이 있다. 이 성직자 집단에는 0.1%의 아주 특별한 목사나 신부 그리고 스님이 존재하지만, 나머지 99.9%의 성직자들은 그저 그런 부류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어느 집단에서 0.1%의 비율로 존재하는 특별한 사람들은 바람직스러운 의미에서의 거룩한 사람들이거나 아주 건실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반인륜적인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집단 중에는 평범함을 넘어선 인간 같지않은 아주 극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도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거론하기 위해서 0.1%의 특별한 사람들을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전에 성직자들의 집단을 놓고 아주 특별한 .0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을 때, 김수한 추기경, 법정 스님과 같은 성직자들이 이 비율에 속한다(그런데 김수한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은 0.1%의 비율에서 다시 0.1%의 비율에 속하는 아주 특별한 위대한 성직자라고 해야할 것 같다). 성직자 집단에는 전혀 성직자 같지않은 추악스럽거나 야비한 사람들도 0.1%의 비율로 존재할 수가 있다. 이런 사람들로 형성된 0.1%의 비율은 바람직스럽지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이 글을 쓰면서 어떤 집단 중의 0.1%가 차지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경우 이런 사람들은 예외로 하겠다.  

 

각 나라에는 의사들로 구성된 의사집단이 있다. 이 집단에도 어김없이 0.1%의 비율법칙이 적용되므로 0.1%에 해당하는 의사들이 존재하며, 이 0.1%에 속하는 의사들은 물론 유능하고 거룩한 의사들을 말한다. 어느 누구든 집단의 0.1%의 비율법칙을 알고 있으면 자신의 목적을 실현시키는 데 유리할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아주 혜택받는 삶을 살 수도 있다. 0.1%의 특별한 극소수의 무리에 끼게 되는 것은 우연한 기회에 의해서, 또는 하늘이 거저 내린 기회에 의해서는 아니다. 남다른 피나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0.1%의 무리에 끼게 되면 99.9%의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로서는 누릴 수 없는 보람찬 삶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의료집단의 0.1%에 속하는 의사들은 평범한 99.9%를 이루고 있는 의사들과는 인격면이나 실력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의술을 돈벌이로 여기기보다는 환자들의 고통을 측은하게 여겨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든지 덜어주려고 애를 쓰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며,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연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99.9%의 평범한 의사들은 의술을 호구지책으로 여길뿐이며, 그들의 의학에 관한 공부나 연구는 다른 의사들보다 더 많은 환자들을 유치하여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환자들이 의료집단의 0.1%의 비율법칙을 알고 있으면, 환자들로서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리해 질 수 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불편해 졌을 때 덮어놓고 아무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게 된다. 모든 의사들의 수준이 똑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 즉 99.9%의 평범한 의사들은 그저 그런 의사들이다. 99.9%의 그저 그런 모든 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이들 중에는 자질이 떨어지는 의사들도 또한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의사로서의 특별한 자질과 성인에 가까운 인격을 갖춘 의사는 99.9%의 그저 그런 의사들이 아닌, 0.1%의 특별한 의사들에 속한다. 따라서 환자들이 0.1%에 해당하는 유능한 의사를 만나게 된다면 환자들의 운명이 달라질 정도로 예상 외의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라는 것은 의사가 가지고 있는 특출한 의술일 수도 있지만, 환자들을 돈을 벌게 해주는 상품으로 보지 않고 철저한 봉사정신으로 환자들을 돌보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과 길로 인도를 해주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은 몸이 불편해져서 의사를 찾아갈 일이 생기게 된다면, 반드시 0.1%의 의사군에 해당하는 의사를 찾아 진료를 받으라는 이야기다. 당신을, 의사의 호주머니 속에 돈을 채워주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의사들은 멀리 하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한의사들만 침시술을 하게 되어 있다. 의과대학을 나온 일반의사들이 침을 놓게 되면 의료법을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침술은 많은 경우에 현대의학적인 조치로도 치료가 안 될 경우 탁월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때가 있다. 그래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상당 수의 의사들이 침시술을 직접하거나 침술사에게 시술 의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의사들에게만 침시술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침술의 효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일반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몰래 침시술을 해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침술의 효능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집단의 0.1%의 비율법칙에서 99.9%에 해당하는 평범한 의사들인 것이다. 0.1%에 속하는 유능한 의사들은 침술을 훌륭한 의술이라고 인정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고질적인 만성 통증으로 의사를 찾아 갔을 때 당신의 의사가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의술로만 치료할 것을 고집하며 침맞는 것을 반대한다면 0.1%의 의사군에 속하는 의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약에 당신의 의사가 침맞는 것을 권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0.1%의 의사군에 속하는 현명한 의사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침술의 탁월한 효능에 푹 빠져 몰래 침시술을 하는 일반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수십 년 전 갑자기 침시술권을 박탈당한 침쟁이들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 마을에 침쟁이가 있었다. 그 침쟁이는 동네 사람들의 몸에서 탈이 생길 때마다 아주 요긴한 존재였다.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발목을 삐었을 때, 어린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올라 위험한 지경에 처했을 때, 심지어는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침쟁이는 여기저기로 불려져 가서 침을 놓아 많은 사람들의 보건향상에 이바지 했다. 이런 침쟁이들이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든 볼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침시술권을 한의사들게 빼앗기면서 전국의 많은 침쟁이들은 졸지에 돌팔이 침쟁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들 중에는 침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자격증이 없었으므로 침 놓는 것을 포기해 버리거나 몰래몰래 침을 놓으면서 생계를 꾸려나가야만 했을 것이다. 이 나라에 침구사법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침술의 매력에 빠져 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침술의 맥은 아직까지도 끈질기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는 한의사들만이 침시술을 하도록 되어 있어, 속된말로 돌팔이 침쟁이들이 수십만 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면허가 없이 침시술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돌팔이라고 한다. 그러나 면허가 있음에도 실력이 없는 시술사들도 돌팔이라고 한다. 이렇게 무자격의 상태로 재야에 흩어져 있는 침구사들을 이른바 재야의 침구사들이라고 한다. 이들 침구사들 중에는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거나 형편없는 사람들이다. 재야의 침구사 집단에도 0.1%의 비율법칙이 있기 때문에 0.1%에 속하는 침쟁이들은 대단한 실력을 가졌을 것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이들 0.1%에 속하는 침쟁이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환자들에게는 소용이 없을 정도로 연로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침구사법의 부재로 0.1%의 침쟁이들이 가지고 있는 침술비법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사장되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그럼에도 남몰래 침술을 밤낮으로 갈고 닦은 기량이 뛰어난 보다 젊고 유능한 침쟁이들이 어딘가에 묻혀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전체 돌팔이 침쟁이 집단 중 0.1%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지, 아니면 그보다도 훨씬 못미치는 비율로 존재하고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조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돌팔이 침쟁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일부 구성원들은 침구사법을 부활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의사들을 비방하는 이들도 있다. 한의사들의 침 놓는 실력이 자신들만 못하다는 이유로 비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침구사법이 부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의사들은 무자격의 침구사들을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말 그대로의 돌팔이에 불과한 존재로 일축해 버린다. 한의사들은 6년제 한의과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배운 침구학과, 알음알음 배운 돌팔이들의 침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무자격의 침구사들을 돌팔이로 몰아부치는 한의사들 또한 한의사 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 중 99.9%의 그저 그런 평범한 한의사들이 침시술권을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한의사들 중 0.1%에 속하는 유능한 극소수의 사람들은 이 나라에 침구사 제도가 생기든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침구사제도가 생긴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나라에 침구사제도가 부활한다면 현재 무자격자의 침구사들은 당장에라도 자신들의 입지조건이 확 달라지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찌어찌해서 이 나라에 침구사제도가 부활한다 하더라도 이른바 재야의 침구사들에게 국가가 자격증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줄 것이라는 기대는 일단은 접어야 하며, 어떤 형식으로든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밟아서 침시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이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치르게 하여 일정한 점수를 획득한 사람들에게 자격을 부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격증을 받았다고 해서 만사가 해결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침구사의 자격증을 가졌다 하더라도 0.1%의 유능한 극소수의 그룹에 진입하여야 한다.

한의사들이 한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사라는 면허를 받았다고 하여 진정한 의자로서의 위치에 서지 못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서 한의사라 하더라도 0.1%의 특별한 그룹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한의사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한의사의 숫자가 몇 명 안 되었을 때는 그저 그런 실력을 가지고도 한의사 노릇을 할 수 있었겠지만, 한의사의 숫자가 포화상태에 다다르게 되면 그저 그런 실력가지고는 생계를 꾸려가기도 힘들게 된다. 그러므로 그저 그런 99.9%에 속하는 평범한 한의사들이 침구사제도의 법제화를 기를 쓰고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한의사의 숫자가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침구사제도마져 생기게 된다면 99.9%에 속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한의사들의 앞날은 어떻겠는가? 그야말로 한의사의 면허를 가지고 있더라도  돌팔이 의사에 불과한 것이다. 

 

침구사제도의 부활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재야의 침구사들은 0.1%의 유능한 침구사 그룹에 진입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뼈를 깍는 노력을 통해 유능한 침구사가 되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한의사를 꿈꾸거나 의사를 꿈꾸는 젊은 사람들도 의대를 나온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그저 그런 99.9%의 비율에 속하는 평범한 그룹에서 벗어나려면 남다른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다. 의사들 집단에서 0.1%의 특별한 그룹에 속하지 않게 되면 의사의 면허를 가졌더라도 돌팔이 의사에 불과하며, 현명한 소비자들은 돌팔이 의사들에게 의료서비스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침구사제도가 부활된다 하더라도 국가는 침시술할 수 있는 자격을 그냥 주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며, 자격증을 가졌다고 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서는 안 된다. 0.1%의 유능한 그룹에 속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돌팔이 침쟁이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