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추적하여 죽이는 NK 세포
우리 몸에서 질병을 유발시키는 각종 병원체를 제거해 주는 백혈구 중 NK 세포라는 것이 있다. NK는 natural killer의 첫 글자들로 이루어진 약자로 ‘자연 살해자’라는 좀 으스스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NK 세포는 ‘자연살해세포’를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NK 세포의 중요한 역할은 암세포를 철저하게 찾아내 죽여 버리는 전문세포로 알려져 있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NK 세포는 림프 세포로 발달하는 전구 세포에서 분화한 백혈구로서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병원체에 감염되거나 암화된 세포들을 색출하여 파괴하는 선천성 면역의 전문살해세포이다.
인체는 약 60조 개 이상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세포들은 매일 죽거나 고장이 나고 손상된다. 이러한 세포들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세포분열에 의한 새로운 세포로 교체가 된다. 세포가 분열하기 위해서는 세포 안에 있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DNA의 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DNA의 복제는 정교하게 이루어지며, 간혹 복제 중 오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오차에 의해 복제된 DNA는 돌연변이가 된 것이며 이것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장치를 세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포의 복구장치가 미처 수리하지 못해서 발생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다. 이렇게 수리하지 못한 돌연변이 유전자가 세포에 누적되면 그 세포는 암세포로 변하는 것이다.
NK 세포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누적으로 종양화된 세포를 추적하여 죽여 버리는 아주 중요한 면역세포이다. 누구든지 몸속에서 암세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나 NK 세포의 활약으로 웬만해서는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NK 세포가 결핍되었거나, NK 세포는 정상으로 존재하지만 잘못된 식생활과 문란한 생활습관과 같은 요인들이 NK 세포를 무기력하게 할 수 있으며, NK 세포의 생성에 장애로 작용할 경우 쉽게 암에 걸릴 수 있게 된다. 한편, 잘못된 식생활과 문란한 생활습관은 암세포들을 빠르게 증식시키는 조건이 되며 NK 세포는 급속도로 증식하는 암세포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해 결국 암에 걸리고 만다.
NK 세포는 암세포만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외상을 입은 세포를 제거하기도 한다. 선천성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들은 병원체나 암세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손상된 세포들을 즉각적으로 인지하여 제거를 한다. 이는 후천성 면역을 담당하는 B 세포와 T 세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응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선천성면역세포들의 병원체 제거 작전은 언제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선천성면역반응이 완벽하고 치밀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반면에 후천성 면역반응은 즉각적이지는 못하지만 치밀하고 완벽하게 작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병원체를 제거하는 데 늘 성공적으로 끝을 낸다.
선천성면역을 담당하는 NK 세포는 거의 완벽하게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추적하여 잡아 죽이게 되는데, 선천성면역을 담당하는 다른 백혈구들과는 달리 전문화된 백혈구로서 후천성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 세포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
NK 세포는 세포 표면에 있는 NKG2D라는 인식 장치로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또는 외상을 입은 세포를 식별해 낸다. 건강하지 못한 세포, 즉 암세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외상을 입은 세포들은 MIC-A와 MIC-B라는 단백질을 세포의 표면에 달팽이의 더듬이처럼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세포들이 자신이 종양화되어 있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외상을 입었음을 NK 세포에게 알려 죽여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NK 세포가 인체의 전신을 돌며 순찰하는 중에 정상적인 건강한 세포들은 NK 세포의 인식장치에 포착되지 않지만, 암세포, 바이러스 감염세포, 외상을 입은 세포는 이들의 표면에 MIC-A, MIC-B라는 단백질이 솟아올라 있어 NK 세포 표면의 인식장치인 NKG2D에 덜컥 걸려들게 되며, 이때 NK 세포는 즉시 독성의 물질을 쏟아부어 이들의 비정상적인 세포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NK 세포의 표적이 되는 MIC-A와 MIC-B를 가진 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외상을 입은 세포들이다. 건강한 세포들은 MIC-A와 MIC-B를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창자의 상피세포는 항상 적은 양의 MIC-A와 MIC-B를 발현하고 있다. 왜냐하면, 창자는 소화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곳이며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들이 얼마 동안 머무는 장소이다. 따라서 이들 음식물이나 찌꺼기에는 각종 유해한 병원균이나 발암물질 같은 것이 득실거리므로 창자의 상피세포들이 언제든지 종양화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우며 상처가 나기 쉬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NK 세포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하기 위해 항상 창자의 상피세포들은 적은 양의 MIC-A와 MIC-B를 세포 표면에 발현시켜 놓는 것이다.
만약에 창자 상피세포가 종양화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MIC-A와 MIC-B의 양이 증가하여 즉각 NK 세포의 표적이 되어 죽임을 당하게 된다.
내과적인 질환에서 침술의 효과는 비교적 우수성을 나타내는데 이것은 침의 자극이 여태까지 설명한 NK 세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위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중완이나 양문에 자침을 하게 되면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성의 위장 질환은 위염이거나 위궤양일 경우가 많다. 위염이 만성화가 되었다는 것은 선천성면역이든 후천성면역반응에 의한 병원체 제거 작전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장기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임을 말한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면역세포들이 일으킨 염증반응을 잘못 다스린 데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약물을 함부로 복용하여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염증반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염증반응에서 NK 세포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 대식세포와 호중구라는 세포들이 염증을 일으켜 병원체를 제거하게 된다. 염증반응에서 병원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실패하면 B 세포와 T 세포가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한 치밀한 작전을 벌이지만, 의사들의 무차별적인 약물의 투여는 면역세포들의 작전을 모두 교란시키게 되며 결국은 질병의 상태인 만성의 위염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만성의 위염은 면역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현상이다. 이럴 때 복부의 중완이나 양문에 자침하여 가벼운 급성의 염증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다. 자침으로 인한 급성의 염증은 물론, 새로운 백혈구들에 의해 유발된 것이며 자침으로 외상을 입은 위벽의 상피세포는 MIC-A와 MIC-B를 발현시키므로 NK 세포를 활성화시키게 됨을 짐작할 수 있다. 자침으로 외상을 입은 위벽의 상피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달려온 NK 세포들은 주변의 만성화된 위염증 세포들도 제거하게 될 것이다.
침 시술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한 호중구는 병원체를 제거하는 백혈구이지만, NK 세포는 상처가 난 세포나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 또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백혈구이므로 침을 놓을 때 너무 많은 침을 꽂아 한꺼번에 많은 세포들을 없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염증부위가 아닌 건강한 부위에 침을 많이 꽂아서 정상적인 세포들을 죽게 해서도 안 된다.
가끔 침으로 암을 치료했다는 말들이 침쟁이들의 입에서 흘러 나오고는 한다.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며, 현대의학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펄쩍 뛰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침술이 면역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그렇게 허튼소리로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침 자극이 NK 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짐작으로 미루어 침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체과학을 알면 침으로 질병을 고치는 방법도 저절로 알게 된다. 내과 의사들이 약물이나 수술로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침술을 접목시켜 침으로 내과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면 많은 환자들에게 보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침술과 약물요법, 수술요법이 보완적으로 병행이 된다면 의료수준은 한층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침술은 원시적이고 비과학적인 의술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버렸을 때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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