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의 진통작용과 약물 진통작용
침술인들끼리 모이면 서로들 임상경험을 부풀려서 과장 설명하는 이들이 적잖지 않다.
몇십 년을 고생했던 요통을 두세 번의 침술 치료로 낫게 했다든지, 현대의학의 의사들이 포기한 환자들의 병을 침으로 거뜬히 치료했다는 등의 과장된 경험들을 이구동성으로 떠들어 댄다.
십 년 이상을 요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이 환자는 자신의 요통을 고쳐보겠다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어지간히도 많이 들락거렸을 것이며, 수십 군데의 한의원을 기웃거리며 보약 먹고 침까지 숱하게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통을 고치지 못했다면 이 환자는 실력 없는 의사들만 골라 찾아다니며 치료한 탓이었을까?
인간이 앓고 있는 질병들은 어떤 병도 인위적으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인체 스스로가 고치는 것이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인체 스스로가 병을 고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뿐이다.
인체 스스로가 십 년도 더 된 요통을 치유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조건이 갖춰줘야만 된다.
다시 말해서 인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의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건과 환경이 갖추어 줘야 된다는 말이다.
자연치유는 순식간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침술사가 요통으로 십 년 이상을 고생한 환자에게 침을 한 번 놓아 주었더니, 그 자리에서 아프던 통증이 다 나았다고 하면 신기한 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걸까?
환자 자신은 신기해 할 수도 있을테지만, 그 신기함은 얼마 안 가서 사라진다.
침을 놓아서 통증이 없어졌다면 치료가 되어서가 아니라 침 자극에 의한 진통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침을 제대로 놓을 줄 아는 사람이라야 진통작용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침에 의한 진통은 화학 약품인 진통제를 먹었을 때처럼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침에 의한 진통은 통증을 느끼려고 의식을 하게 되면 약간의 통증은 느낄 수 있을 정도이지만, 진통제에 의한 후유증인 멍해지는 증상은 없다.
침 자극에 의한 진통작용의 원리는 침의 자극전도가 척수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돼 엔돌핀을 분비하게 하여 진통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침에 의한 진통작용은 약물 진통제보다는 오래 지속되며 통증이 다시 시작 될 경우, 약물 진통제는 바로 통증이 나타나는 반면에 침에 의한 진통은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약물에 의한 진통은 인체를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침 자극에 의한 진통은 인체의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그러므로 침 자극에 의한 진통효과가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질병이 치료되는 경우가 있게 되는 것이다. 침술의 특장점이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것이다.
흔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침술사들에게 침을 한두 번 맞고 통증이 없어지게 되면 치료된 거라고 믿게 된다. 웃기는 것은 침을 놓은 침술사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침술사들은 그저 침을 맞으면 왜 병이 낫는지도 모른채 막연하게 침을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환자들이나 침술사들이 침 치료를 꾸준히 하질 않는 것이며, 다시 통증이 찾아오면 환자는 자신에게 침을 놓아 준 침술사가 실력 없다고 불평을 하거나 침술 치료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며 병을 고치기는 커녕 병을 더 키우게 되는 것이다.
질병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실력 있는 침술사는 환자의 자연치유 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면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인체 스스로가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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