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술에 의한 통증(pain) 차단
신경과학을 공부하다보면 '통증(pain)'에 관한 주제로 통증이 발생하는 이유나 메커니즘, 그리고 그렇게 발생한 통증을 중추신경인 척수에서 차단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음을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기술하고 있다.
통증은 유해한 자극으로 인해 뇌가 발생시키는 현상으로서, 통증을 발생시키는 뇌의 기능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함이며 심지어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몸의 어느 부위에서 통증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 부위가 상처가 났다거나 조직의 손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직의 손상과 상처를 방치할 경우 우선 병원체의 감염으로 인한 질병의 발생과 생명의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의 손상이 있을 때 뇌는 즉시로 통증을 유발시켜 면역계가 작동하도록 하여 병원체에 의한 상처부위가 감염되는 것을 예방한다. 만약에 상처부위가 병원체로 감염되었을 경우, 면역계는 염증반응을 유발시켜 병원체를 제거하게 된다.
이처럼 뇌가 일으키는 상처 부위에서의 통증은 통증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통증으로 움직이 못했을 때 면역계가 활성화되어 손상된 조직으로 병원체가 감염되는 걸 막아 줄 뿐만 아니라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게 된다. 어느 조직이 손상이 되었을 때 아무런 통증을 느낄 수 없다면 환자가 손상된 조직에 대해 인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손상된 조직에 대한 보호조치 같은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통증은 불편하기는 하지만 손상된 조직을 보호하고 면역계로 하여금 치유할 수 있도록 촉지시켜 주기 때문에 뇌가 일으키는 대단히 중요한 현상인 것이다.
뇌가 일으키는 통증은 손상된 조직의 보호와 자연치유를 유도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통증이 지속되는 동안 환자는 적잖은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뇌는 손상된 조직이 완벽하게 복구될 때까지 통증을 끊임없이 유발시킨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일아나는 통증에 시달리게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기 때문에 생명체를 창조한 조물주의 세심한 배려로 통증을 조절하거나 차단시키 위한 시스템을 척수 안에 갖추어 놓았다.
손상된 조직으로부터 발생하는 통증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척수 안의 통증조절 장치의 스위치를 켜주면 된다. 통증을 느끼고 있을 때는 통증조절장치의 스위치가 꺼져 있기 때문이다. 즉 손상된 조직에서 통각신호가 척수를 통하여 대뇌피질로 지속적으로 올라가며, 이 통각신호에 대뇌피질(뇌)이 반응하여 손상된 조직으로 통증신호를 내려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척수는 대뇌피질로 올라가는 불필요한 말초의 자극신호를 차단하거나 그 수위를 조절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대뇌피질은 말초신경계에서 올라오는 신호(정보)를 통합 분석하여 이에 대응하는 운동신호를 말초로 내려보내는 신경회로를 따로 구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말초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극신호가 대뇌피질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대뇌피질이 받아들이기에 불필요한 자극신호는 대뇌피질보다 하위에 있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올려보내지 않는다. 마치 척수는 청와대의 비서실과 같은 곳이다. 어느 개인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면 그것이 직접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비설실에서 일단 검토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척수도 마찬가지로 말초에서 올라오는 자극신호를 무조건 대뇌피질로 올려보내지 않는다. 척수 안에는 대뇌피질로 올라가는 말초신경계쪽의 신호를 거를 수 있는 on/OF 스위치를 가지고 있어서 이 스위치를 켜거나 꺼서 말초에서의 뇌로 향하는 신호를 조절하는 것이다.
조직의 손상으로 인한 통각신호는 대단히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에 척수에서는 바로 뇌로 올려보내고 여기에 대한 뇌의 즉각적인 대응신호는 손상된 조직에서의 통증을 촉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되면 육체적으로 괴로울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져 매사에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면역계의 활성화로 초기에 병원체에 감염되는 걸 예방했으며 더 이상 심각한 질병으로의 악화가 되지 않는다고 몸이 스스로 판단했을 때 척수 안의 조절스위치를 켜서 말초에서의 통각신호가 올라가는 것을 차단시킨다.
아픈 부위에서 통각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은 조직의 손상으로 통각수용체 또는 유해수용체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인데, 이 부위에 있는 또 다른 기계수용체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켜 주면 기계적인 자극신호가 척수로 전해져 통증의 조절 스위치를 켜서 통각신호가 뇌로 올라가는 것을 차단시키게 된다.
정강이를 무엇인가에 부딪쳐 통증을 느꼈을 때 본능적으로 아픈 부위를 손으로 감싸서 문지르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럴 때 아픈 부위의 기계수용체가 활성화되어 문지르는 물리적인 자극이 척수로 전해져 통증조절 스위치를 켜서 통증을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서 통증환자에게 물리치료를 하는 예가 바로 아픈 부위에서의 기계수용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이며, 어깨가 아플 때 어깨를 주물러주면 어느 정도 통증이 완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통증의 차단효과가 미미해서 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통증을 차단시킬 수 있는 기계적인 자극 방법은 침술만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침술을 통증치료에 제대로 응용을 못해 침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지구상에서 통증을 다스릴 수 있는 효과적인 의술을 고안해 내지 못해 통증클리닉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신비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동양의술의 총아인 침술마저 제대로 응용을 못해 통증환자들에게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다시 말해서, 침술이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지구상에서의 유일한 의술임에도 침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무지함으로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의 침술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다. 침술을 시술할 줄 안다는 많은 침쟁이들은 적절치 못한 부위 또는 아픈 부위에 침을 찔러 놓고 통증이 없어지기를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이 고작이다.
많은 침쟁이들은 음양오행론, 팔강변증 어쩌고저쩌고 하는 생명과학적으로 부합되지도 않는 이론체계로 된 침법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굳게 믿으며 침 처방법을 익히기에 급급하다. 침술로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명확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신경과학적인 지식을 응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경과학적인 지식의 정확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통증을 차단시키는 장치가 있는 척수 안의 스위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유효적절한 자극법이 통증유발 부위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몸의 아픈 증상을 음증 양증으로 구분하고 허실, 표리, 한열을 따지는 이른바 팔강변증은 인체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과 정보가 전혀 없을 때 옛날 사람들에게는 유용하면서도 소박한 병리적 또는 생리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생리학적인 지식과 정보가 방대하게 축적된 현대에서는 막연한 팔강변증에 의한 인체의 생리적 병리적 설명은 역사적인 흔적으로 남겨져야 한다.
침술은 동양의학의 한 분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생명과학적인 지식 기반에서 재조명되어야 하며 그랬을 때 침술의 과학화로 침술의 효능은 명확해질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침술을 능가하는 통증치료를 위한 새로운 의술이 개발될 수도 있으며 아니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침술은 상당한 기간 동안, 또는 영원히 인류를 위한 최상의 통증 치료방법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구태의연한 음양오행론에 의해 시술되는 침술이나 몸에다 아무렇게나 찔러대는 침술이 아닌, 인체과학적인 지식에 입각하여 응용화되고 정확한 침술일 경우에만 한해서 말이다.
현재 대부분의 침쟁이들은 침을 여기저기에 꽂아 놓으면 경혈에 작용하는 음양의 기, 오행의 기가 인체 안에서 오묘하게 작동하여 질병이 저절로 치유되기를 막연하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허리가 아픈 환자에게 몸의 여기저기에 침을 수십 개 꽂아 놓고는 치료를 다 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때 침을 정확한 경혈에 꽂아야지 조금이라도 경혈의 위치에서 벗어나면 음양오행의 기기(氣機)의 조절이 안 된다는 믿음 때문에 경혈의 위치를 바로 알기 위해 쓸데없는 노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외과적인 통증을 침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경학적인 지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은 뇌이다. 이와 더불어 통증을 조절하는 장치가 뇌간이나 척수에 존재한다. 통증은 몸의 어느 부위에 유해한 자극이 감각신경로를 타고 뇌로 올라갔을 때 뇌가 통증이라는 흥분성 전압펄스를 내려보내는 것이다. 유해한 자극이란 어느 부위가 상처가 났거나 병원체의 침투로 면역계가 염증반응을 일으켰을 때이다. 이곳에서 뇌가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은 손상부위 또는 병원체가 침투한 부위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통증이 심해짐에 따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중추신경계 안에 있고 이곳을 자극시켜주면 뇌가 유발시키는 통증을 차단시킬 수가 있다. 통증 부위를 침으로 자극하면 통증제어장치가 작동되어 통증이 차단된다. 통증부위를 침으로 자극하는 방법은 정교한 매뉴얼에 따라야 하며 이 매뉴얼을 익히는 것이 침술을 터득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허리의 통증을 제어하기 위해서 침으로 허리의 압통점을 자극해야 하는데 환자들은 침을 찌르는 자체를 두려워 하기 때문에 정교한 매뉴얼에 따라 자극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환자들이 침을 두려워하는 것은 침을 찌를 때 아프기 때문이다. 침으로 어디를 찌르든 아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프지 않게 침을 찌를 수 있는 방벙이 있으며 침을 찌른 후에도 행침이라는 수기법을 조작할 때 역시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매뉴얼에 따라야 하며 이 매뉴얼을 익히는 것이 침술이다. 침술은 간단하다. 그러나 그 조작법은 하루 아침에 숙달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침으로 자극할 때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가 개발한 매뉴얼에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정교하다는 점이다. 정교한 매뉴얼을 익히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을 해야 한다.
허리의 통증은 단순히 허리에 침을 꽂아 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통증을 차단시킬 수 있는 신경학적인 이론의 바탕에서 적절한 수기법이 가해져야 한다. 통증만 차단시키는 것으로 허리의 손상된 부분이 근본적으로 치유가 될 수 없으므로 손상된 부위를 백혈구들로 하여금 치료케 하기 위해 백혈구들을 활성화시키는 적절한 수기법의 침술이 또한 시술되어야 한다.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은 침술로 그들의 허리통증이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침술로 허리의 통증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환자들의 믿음과는 달리, 침쟁이들은 침술로 허리의 통증을 개선시킬 수 없는 무능함에 빠져 있다. 심지어 어떤 침쟁이들은 침으로 허리를 치료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침을 맞기 위해 찾아온 환자들을 양방병원으로 가서 수술하라고까지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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