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餌 最强/식품 영양

사찰의 이름으로 장 담그는 절

초암 정만순 2014. 11. 3. 10:51

사찰의 이름으로 장 담그는 절

 

 

   
세종 영평사는 스님과 재가자들이 한데 뭉쳐 절 입구 공장에서 장을 빚는다. 합천 해인사는 스님들이 총감독을 하면서 장맛을 주도한다. 초겨울 따끈한 청국장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해인사 된장 고추장은 여타 것들보다 가격면에서 비싸지만 수작업으로 빚은 ‘명품 장’으로 먹어보고 또 찾는 단골이 많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가야산 해인사는 해마다 봄이 오면 겨우내 장독에 숙성시킨 메주를 꺼내 된장과 간장으로 나누는 ‘장 가르기’ 운력을 한다. 1년 중 이날만은 승가대학의 학인 스님들 중심으로 150여명의 스님들이 ‘된장 운력’으로 일손을 보탠다. 공부하는 스님들의 손맛까지 곁들인 덕에 ‘해인사 장맛’은 맛좋기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해인사 특유의 장맛비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조과정에서 전통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우선 메주콩을 무쇠 가마솥에 삶아 건조한다. 알루미늄 솥보다 사용하기 불편한데다 가마솥은 천천히 달아오르지만 대신 은은하고 깊은 맛을 낸다.

게다가 가야산 황토로 빚은 황토방에서 메주를 띄우고 다시 건조한 뒤 닦아서 장독 안에서 숙성시킨다. 황토방은 가스불 대신 은은한 향이 깃든 가야산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지푸라기로 엮은 메주는 황토방에서 고슬고슬하게 말린다.

제아무리 전통방식과 옛것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한들 자연조건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 해인사 장맛의 일등공신은 가야산이 무한대로 공급해주는 햇빛과 물이다. 경남 합천 가야산 일대는 대륙성 기후라 일교차가 매우 크고 건조하다.

메주콩 무쇠 가마솥에 삶아

은은하고 깊은 장맛, 해인사 봄이면 학인 스님들 150여명

‘장 가르기’ 운력 삼아 ‘정진’ 스님용 판매용 같이 빚어

특히 해인사 일대는 낮에 햇볕이 유난히 잘 든다. 장에 사용하는 물 역시 해인사의 23개 산내암자 중 가장 높은, 해발 900m 고불암 약수를 가져다 쓴다. 고불암 약수는 예부터 맛이 달다고 정평이 난 ‘감로수’다.

해인사 장맛의 또다른 비결은 해인사 터줏대감 스님들이 직접 지휘감독 한다는데 있다. 이는 후원에서 쓰는 스님들 공양물과 일반에 내놓는 해인사표 된장을 나누지 않고 같이 빚는다는 설명이다. 해인사 된장 고추장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해인사 스님들의 입맛에 맞춰 정갈하고 깊이있는 장맛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인사가 스님들만을 위해 장을 빚다 일반에 장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3년전 부터다. 해인사 인근 가야면에 있는 가야포교당이 이전하면서 넓고 볕좋은 옛 가야포교당 자리를 장을 담그는 일종의 ‘공장’으로 활용하게 됐다. 전통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공장인 만큼 설계단계부터 면밀한 준비를 요한다.

‘해인사 장 공장’의 실무책임자인 이현우 실장에 따르면 1년여간 공장설계를 마무리한 상태고 올 연말에 착공해서 내년쯤 해인사 된장과 고추장을 제조하는 공장이 본격 운영될 방침이다. 해인사 된장과 고추장을 맛보려면 해인사 홈페이지를 통하거나 해인사를 직접 방문해서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직 별도의 유통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다. 생산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해인사에서 빚은 장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3년째 매출액이 해마다 두배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생산기반이 확충되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도 해인사 된장 고추장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죽염된장 청국장 유명, 영평사

9회 구운 죽염 100% 우리콩 ‘숨쉬는 전통 항아리’ 500독

높은 수수료 백화점 유통 ‘포기’ 옥션이나 G마켓 11번가 등 판매

해인사표 된장은 1kg에 2만원이 웃돌아 일반 된장보다 4~5000원 가량 비싼편이다. 맛은 일반인 입맛에 비해 조금 싱겁고 달고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죽염된장과 청국장으로 유명한 세종 영평사의 장맛은 ‘전통의 발효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산사의 참맛’이란 타이틀을 건 영평사 장맛은 산사의 자연속에서 물과 바람, 햇볕으로 10년 이상 발효숙성시킨 죽염장류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인에 회향하는 ‘공동체’ 구상영평식품의 송미숙 과장은 “승가의 전통 제조법으로 맥을 잇는 9회 죽염과 100% 우리콩으로 방부제나 발효억제제 조미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깊은 정성과 장인정신으로 정직하게 빚어낸 완전 재래식 장”이라고 소개했다.

9회 죽염이란 일반 소금이 아닌 대나무에 넣어 굽기를 아홉 번 반복한 죽염을 뜻하는데, 9회 죽염에 사용되는 소금도 우리나라 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여 만든 천일염이며 이것을 3년 이상 묵혀 간수를 빼어 만든 죽염이다. 이외도 영평사 장맛의 비결이라면 ‘숨쉬는 전통 항아리’에 있다.

50여년 이상된 장독이 500여개 있는데 오래된 독은 미세한 공기구멍이 뚫려 있어 외부공기와 소통하여 한층 깊은 장맛을 내도록 돕는다. 미네랄이 풍부한 영평사의 약수와 질좋은 흙에서 자란 토종 메주콩과 고추, 매실은 영평사 장맛의 밑거름이다.

사찰 협소해서 장 공장 엄두 못내

대전 영선사 ‘1인 1항아리’ 관리 절마다 장맛 달라도 맥 이어서

영평사의 된장과 고추장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영평사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구절초 축제가 유명해지면서 영평사의 장맛도 덩달아 이름을 알렸다. 또한 얼마 전까지만도 H백화점에서 영평사 된장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진율이 너무 맞지 않아서 유통을 중단했다.

수수료가 최대 30%까지 올라가면서 중간도매업체와의 관계설정이 모호하다보니 유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옥션이나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에서 오픈마켓 판매가 실시되고 있다. 영평식품 관계자에 따르면 인터넷 판매망을 강화시켜서 영평사의 된장 고추장 뿐만아니라 사찰음식을 총망라한 종합적인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영평사 일주문 바로 밑에 자리잡은 영평식품 공장에서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손잡고 각종 장을 제조하고 사찰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부 사찰 생협과 신행단체를 통해서도 영평사의 된장 고추장을 구입할 수 있다.

장맛 좋기로 유명해도 된장 고추장을 대량생산할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서 보급하지 못하는 사찰도 있다. 대전 영선사는 사찰음식 특화사찰로서, 주지 현도스님과 총무 법송스님은 사찰음식계에서 내로라하는 능력자로 통하지만 정작 ‘공장부지’가 없어 장맛을 상품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퓨전 된장’

상주 도림사 곶감 된장ㆍ고추장 일본에 수출하고 지역명물 ‘인기’

공양시간 맞춰 절에 가면 실컷 된장맛을 만끽할 수 있고, 맛있다고 졸라대면 스님이 집에 가서 한번 끓여먹을 정도로 ‘테이크 아웃’을 해주는 정도다. 이런 형편이지만 주지 현도스님은 아이디어를 냈다. 2016년 요사채 건립불사를 마치면 건물 옥상에 항아리 100여개를 놓고 가정마다 자기 항아리를 갖고 관리하고 절에서 여법하게 담근 된장을 숙성시키면서 가져다 먹는 방식이다.

질좋은 장맛을 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공동체정신까지 확보할 수 있어 신도들의 호응도 상당하다. 현도스님은 “절집마다 장맛이 다르지만 저마다 전통이 있고 스승으로부터 전해내려오는 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을 담궈 판매하기는 어렵다 해도 절에서 빚는 된장 고추장을 통해 다양한 포교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전통방식이 아닌 기계와 첨가료를 이용해 장을 담그는 사례도 있을텐데 우려스럽다”며 “몸이 아프고 지칠 때 흰죽을 끓여서 날된장에 먹으면 그 이상 맛난 밥은 없다”고도 했다.

사찰마다 지역과 연계된 특산물이 있기 마련인데, 이를 이용한 ‘퓨전 된장’도 인기다. 상주 도림사가 상주 특산물인 곶감을 이용한 장담그기에 성공한 사례다. ‘곶감 된장’, ‘곶감 고추장’, ‘곶감 간장’ 등은 상주에서 없어서 못파는 ‘명물’이 됐다. 특히 ‘곶감 고추장’은 항콜레스테롤 효과가 높아 특허출원한 제품이다.

지난해부터 일본 나고야로 수출까지 할 정도로 식품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도림사는 된장을 ‘우주식품’으로 등록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조된 우거지된장국과 시래기, 곶감초콜릿 등이 2012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우주식품’으로 인증했다.

건조된장국은 끓는물만 부으면 10초만에 뜨끈한 된장국이 되고, 건조시래기 역시 따뜻한 물에 5분 정도 담그면 금세 삶은 시래기로 변신한다. 도림사가 어린이불교학교에서 아이들과 나눌 ‘곶감 초콜릿’을 만든 것은 오로지 포교원력의 결실이지만, 이 역시 우주식품 마크를 달게 됐다.

메주를 쓰고 장을 담그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요즘 젊은 여성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마트마다 수십가지 된장과 고추장이 저렴한 가격에 앞다퉈 출시되는가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된장국 자체를 옛 어른들에 비해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주를 직접 쑤고 장을 담그는 체험행사에 참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찰음식의 대가이자 조계종 공식 사찰음식점 ‘발우공양’ 총책임자인 대안스님이 살고 있는 지리산 산청 금수암에서는 매년 11월과 12월에 장만들기 체험행사를 한다. 서울 진관사에서도 된장과 청국장 만들기 특별강좌를 해마다 열고 있다.

대안스님은 최근 출간한 <열두달 절집밥상>에서 “건강한 절집밥상을 차려내기 위해서는 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비교적 손쉽게 장담그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된장 고추장 간장 소금은 주로 짠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담가 잘 익힌 절집 부엌의 장에서는 단맛도 함께 난다”는 스님은 우선 굵은 소금의 경우 서해안 천일염을 3년이상 간수를 빼면 단맛이 난다고 했다.

고창 선운사 주변과 전남 신안에서 소금을 구입해도 좋다고 제안했다. 잘 만든 메주만 있어도 간장과 된장을 어렵지 않게 담글 수 있는데, 음력 1월경에 금강경독송회에서 만든 손바닥 크기의 메주를 구입해서 장을 담궈도 좋다고 밝혔다. 고추장도 잘익은 고추와 엿기름, 찹쌀가루만 있으면 어렵잖게 제조할 수 있는데 장독을 발효시킬 때 공간이 마땅치 않으면 김치냉장고에 넣으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사찰에서 빚은 된장 고추장은 종교를 떠나 전 국민이 믿고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대를 초월해서 ‘절밥’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도 알고보면 사찰 특유의 장맛에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선정한 ‘2014 사찰음식 특화사찰’은 사찰내 조리장 유무와 일반인 접근성, 일정 규모의 시설, 스님의 존재 유무를 기준삼아 정해졌다.

의성 고운사, 산청 금수암, 수원 봉녕사, 울진 불영사, 평택 수도사, 대전 영선사, 서울 진관사, 산청 대원사, 장성 백양사, 서울 법룡사, 양산 통도사 등 총 11개 사찰이다. 이들 사찰은 우선적으로 장맛 좋기로 유명하지만, 해당 사찰의 장맛을 일반인이 맛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들 사찰이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서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사찰표 된장 고추장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유통망이 바야흐로 구축돼야 할 것이다. 대전 영선사 주지 현도스님의 말처럼 “불교에서 청정한 먹거리를 하나씩 하나씩 제공하다보면 세상도 자연 청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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