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신
세신(細辛)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민족두리풀과 족두리풀의 뿌리를 말린 것이다. 세신은 뿌리가 가늘고 맛이 매우 맵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족두리풀이란 이름은 작고 동그란 꽃 모양이 시집갈 때 색시가 머리에 쓰는 족두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4~5월에 피는 연한 홍자색 꽃은 잎 사이
의 땅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잎과 쌓인 낙엽을 들춰야 볼 수 있다. 족두리풀의 키는 10~30센티미터이고 심장 모양의 잎이 2장으로 나온다. 밋밋한 잎의 가장자리를 만져 보면 잔털이 많아 아기 볼처럼 부드럽다.
족두리풀은 주로 산속 나무 밑의 그늘지고 토양이 비옥한 데서 자란다. 민족두리풀은 북쪽 지방의 깊은 산
속에서 자라고, 족두리풀은 중부 이남의 산에 널리 분포한다. 민족두리풀은 잎과 꼭지에 털이 적고 갈라진
꽃잎 조각이 뒤로 젖혀지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족두리풀속에 속하는 종으로 잎에 얼룩무늬가 있는 개족
두리풀과 꽃받침이 매우 작은 뿔족두리풀 등이 있다.
세신을 약재로 쓸 때는 봄부터 여름 사이에 뿌리를 캐서 물에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린다. 뿌리를 코에 대
보면 시원한 향이 가슴을 뚫리게 하고, 그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맛은 맵고, 성질을 따뜻하며, 혀를 약
간 마비시킨다. 세신은 밖으로 풍한(風寒)의 사기(邪氣)를 발산시키고, 안으로는 한음(寒陰)을 풀어 주며,
지통(止痛)하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외감풍한(外感風寒)으로 인한 두통, 사지마비 동통, 복통, 오한, 발열,
전신통, 해수, 천식, 가래, 축농증, 중풍 등을 치료하는 요약(要藥)이 된다. 약리작용으로 해열, 진정, 진통,
국부 마취, 항염, 항균, 기관지 이완, 강심 작용이 보고되었다.
한편 세신은 족두리풀의 뿌리를 화세신(華細辛), 민족두리풀의 뿌리를 북세신(北細辛)으로 구분하기도 한
다. 화세신은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 강하고, 북세신은 그 밖에 국소 마취·청열진경(淸熱鎭驚)·진통·진해 작
용도 있다.
세신을 이용한 대표적 전통의학 처방으로는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이 있다. 이 처방은 계절에 상관없이
열이 나는데도 땀이 나지 않고, 머리가 아프며, 목덜미가 뻣뻣하면서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표습증(表濕證)
에 효과가 있다. 또 목이 마르고, 입이 쓴 이열증(裏熱證)에도 좋다. ‘구미강활탕’은 해표(解表)와 제습(除
濕) 작용이 있으면서도 진액을 상하지 않게 하고, 위장에 대한 자극을 완화시키는 방제이다. 처방 내용은
강활·방풍 각 6그램, 천궁·백지·창출·황금·생지황 각 4.8그램, 세신·감초 각 2그램이다. 강활과 방풍이 거
풍산한(祛風散寒)과 제습지통(除濕止痛)을 하고, 세신·천궁·백지는 두 약재를 도와 표(表)를 풀어 주면서
두통을 치료한다.
세신의 또 다른 전통의학 처방으로는 ‘소청룡탕(小靑龍湯)’이 있다. 이 처방은 표한(表寒)을 수반하는 한담
(寒痰)으로 인한 해수와 호흡곤란의 대표적인 처방이다. 감기, 기관지염, 알레르기성 비염, 늑막염, 신염 초
기 등에 좋다. 처방 구성은 마황·백작약·오미자·반하 각 6그램, 세신·건강·계지·구감초 각 4그램이다.
세신에는 독성이 있어 많은 양을 복용하면 숨이 답답하고 막혀서 죽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단방으로
가루 내어 쓸 때는 3그램을 넘지 말아야 한다. 또 기가 허하여 땀이 나는 데, 빈혈로 머리가 아픈 데, 음허
(陰虛)로 기침 나는 데는 쓰지 않아야 한다. 황기·낭독 ·산수유와 함께 배합하지도 않는다.
◈ 고방과 경험방
1. 치아가 시리고 아플 때 : 세신 8그램을 300cc의 물로 10분 정도 끓인 다음, 입에 머금고 있다가 식으
면 삼킨다. 이때 필발 8그램을 배합해도 된다. 또 세신, 형개, 노봉방을 같은 양으로 배합해서 끓인 물
을 따뜻할 때에 입에 물고 있다가 식으면 뱉어도 좋다.
2. 중풍 휴유증으로 인한 마비나 통증 : 숙지황 12그램, 세신·두충·우슬·당귀·구기자·백복령·백작약·육
계·백지·부자·자감초 각 4그램과 생강 3쪽을 물 500cc에 끓여 반으로 졸인다. 이것을 차게 식힌 후, 조
금씩 나누어 마신다. 풍한습(風寒濕)으로 인한 근골통이나 출산과 유산 휴유증으로 인한 관절통에도 좋
다.
3. 풍냉두통(風冷頭痛)으로 머리가 쪼개질 듯할 때 : 세신과 천궁 각 8그램을 뿌리가 붙은 파 밑동 2개,
생강 3쪽과 함께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졸여서 3번에 나누어 복용한다.
4. 감기로 코가 막힌 경우 : 세신·자소·방풍 각 4그램을 배합해서 물 500cc로 달여 반으로 졸여서 1~2
회 나누어 복용한다.
5. 편두통이 있을 때 : 어린잎을 버리고 가루 낸 세신과 역시 가루를 낸 웅황을 반반 배합하여 다시 곱게
빻아서 쓴다. 매회 1그램씩, 왼쪽 머리가 아플 때는 오른쪽 코에 넣고, 오른쪽이 아플 때는 왼쪽 코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