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호
시호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몽골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야산이나 구릉지의 풀밭에서 자생하고, 다 자라면 키가 40~80센티미터에 달한다. 포기 전체에 털이 없고, 가늘면서 긴 줄기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뿌리줄기는 굵으면서 짧고, 잎은 줄 모양이거나 바소꼴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8~9월에 가지끝에 노란색의 꽃이 자잘하게 달리고, 타원형의 열매가 9~10월에 익는다.
다른 이름으로 북시호, 죽엽시호, 뫼미나리, 운호(芸蒿), 지훈(地薰), 산채(山菜), 여초(茹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호의 약재로 쓰는 부위는 뿌리이다. 맛이 쓰고 성질이 약간 차다. 약성이 간경(肝經), 담경(膽經), 삼초경
(三焦經), 심포경(心包經), 위경(胃經), 대장경(大腸經)에 작용한다. 간에 울체(鬱滯)되어 있는 기(氣)를 풀
어주는 효능이 강하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면서 번열(煩熱)이 일어나는 증상이나,
가슴과 옆구리가 결리는 증상, 그리고 부인들의 히스테리 증상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또 풍열(風熱)을
발산시키는 효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열이 심하게 나는 감기나 두통에 사용하면 좋은 효과가 있다. 특히
나쁜 기운이 담경에 침습하여 오한(惡寒)과 신열(身熱)이 서로 번갈아 왕래하는 병증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
다. 또한 처져 있는 기를 끌어 올리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탈진한 사람의 보약 처방에 가미하면 좋은 효과
가 있다. 이밖에도 사포닌과 지방유 등이 함유되어 있어 해열·진통·진해(鎭咳)·강장(强壯)에 효능을 발휘한
다. 임상에서 우울증, 불면증, 신경과민, 두통, 어지럼증, 간염, 황달, 담낭염, 늑막염, 늑간신경통, 변비, 감
기, 학질, 내장하수, 치루, 탈항, 월경불순, 자궁하수, 갱년기장애 등의 치료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시호에 대한 『동의학사전』의 설명을 보면, “간담(肝膽)의 열을 내리고, 반표반리증(半表半裏症)을 낫게
한다. 또 간기(肝氣)를 잘 통하게 하고, 기를 끌어올린다. 약리실험에서 해열작용, 담즙 분비작용, 간 보호
작용 등이 밝혀졌다. 시호의 사포닌은 소염작용, 항궤양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진정작용, 진통작
용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시호를 이용한 전래적인 명 처방을 몇 가지 소개하면. 먼저 ‘시호가용골모려탕(柴胡加龍骨牡蠣湯)’이 있다.
이 처방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며,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증상에 효과적이다. 또 신경쇠약증으로 성
질을 잘 내고,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며, 대소변이 잘 나가지 않는 데 효과적이다. 처방 내용은 시호 5그
램, 반하 4그램, 백복령·계지 각 3그램, 황금·인삼·대추·용골·모려분 각 2.5그램, 건강·대황 각 1그램이다.
한편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영양실조나 과로 등으로 인해 기가 탈진하여 신열(身熱)이 나고, 땀을 줄
줄 흘리는 증상에 효과적인 처방이다. 또 기운이 없이온몸이 노곤하고, 위하수나 탈항과 같이 내장이 밑으
로 처진 증상에 효과적이다. 처방 내용을 소개하면, 황기 6그램, 인삼·백출·감초 각 4그램, 당귀신·진피 각
2그램, 승마·시호 각 1.2그램이다.
그리고 시호는 증상에 따라 사용 방법을 달리하면 약효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즉, 풍(風)이 몸 안으로 들어
온 증상에는 그대로 사용하고, 기를 끌어올리거나 돌리는 효능을 주로 하고자 할 때는 술과 같이 볶아서 사
용한다. 또 음기(陰氣)가 허한 증상에는 식초와 함께 볶아서 사용하고, 몸이 허해 땀을 줄줄 흘리는 증상에
는 꿀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볶아서 사용한다. 이밖에 간담에 울체된 화(火)를 풀고자 할 때는 돼지 쓸개즙
에 한나절 담갔다가 볶아서 사용한다.
◈ 고방과 경험방
▷간기울체(肝氣鬱滯)로 흉협(胸脇)이 창통(脹痛)하고, 월경이 불순한 증상 : 시호, 당귀, 울금, 향부자를
4그램씩 한 데 넣고 달여 식후 30분에 마신다.
▷편두통 : 시호 12그램을 물 200cc에 끓여 하루 3번 나누어 마신다.
▷학질 : 시호 15~20그램을 물에 달여 발작하기 2~3시간 전에 마신다.
▷오한과 열이 반복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 시호, 황금, 반하, 건강을 4그램씩 달여 식후에 마신다.
▷감기로 인해 열이 날 때 : 시호와 갈근을 4그램씩 한 데 넣고 달여 하루 2~3번 식전에 먹는다.
▷오랜 설사로 탈항이 되고, 기허(氣虛)로 내장하수와 자궁하수가 되었을 때 : 황기·인삼 각 8그램, 시호·
승마 각 4그램을 달여서 하루 3번 식전 30분에 마신다.
▷여름철 무더위에 지쳐 식욕이 없고 기력이 떨어질 때 : 맥문동 50그램, 시호·오미자 각 30그램에 물
600cc를 붓고 은은한 불에 물이 절반으로 줄을 때까지 달인다. 다 달여지면 건더기는 체에 걸러 버리
고, 치처럼 수시로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