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약초(ㅂ)

백지

초암 정만순 2014. 9. 7. 10:54

 

백지

 

백지(白芷)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2년생 풀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산골짜기 물가의 서늘한 곳에 많이 자생한다. 풀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키나무를 연상시킬 만큼 크게 자란다. 다 자라면 키가 1~2미터 정도 된다. 줄기가 곧게 서면서 굵은 편이다. 어떤 것은 줄기 아랫부분의 지름이 7∼8센티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줄기가 구릿빛을 띠며 대나무처럼 보인다고 하여 구릿대라 불리기도 한다. 강인한 구릿빛의 겉모습과는 달리 줄기 내부는 거의 비어 있고,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잎은 3개씩 2~3회 깃꼴겹잎으로 많이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타원형 또는 바소꼴로 끝이 뾰족하면서 고르지 못한 톱니가 있다. 뿌리줄기는 매우 굵고, 수염뿌리가 많다. 6~8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와 가지 끝에서 20~40개에 가까운 꽃대가 우산살과 같은 모양으로 자라나 그 끝에 작은 꽃들이 우산 모양을 이루며 많이 달린다. 열매는 10월에 익으며, 납작한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날개가 있다. 다른 이름으로 향백지(香白芷), 방향(芳香), 흥안백지, 대활(大活), 독활, 굼배지, 백채, 부리, 약(藥), 완(莞), 택분(澤芬), 역마, 효라고 한다.
백지를 약으로 쓰는 부위는 뿌리이다. 당귀와 서로 보하는 기능이 있어 같이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가을에
잎이 마를 무렵 굵은 뿌리줄기를 채취하여 꼭지와 잔뿌리를 재거한 다음, 물에 담가 물기가 스며들면 두껍
게 썰어 햇볕에 말려 두었다가 쓴다. 천연 진통제로서 작용이 뛰어나 안면신경통, 두통, 편두통, 치통, 요통
등 온갖 통증에 효과를 발휘한다. 백지를 향백지라고 달리 부르는 것도 뿌리에서 향(香)이 나고, 그 색깔이
희며(=白), 통증을 그치게(=止)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백지는 지혈에도 뛰어난 작용을 한다. 따라서 생리 후 하혈이 그치지 않고 계속 조금씩 나올
때나, 대변에 피가 섞여 조금씩 자주 나올 때 달여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여성들이 근심과 억울한
일을 오랫동안 풀지 못하고 가슴에 쌓아 놓다 보면 위장계통의 기능이 약해지고, 간장 기능이 울체되어 유
방 속에 바둑알만한 멍울이 생기게 되는데, 백지는 이런 멍울을 풀어주는 대표적 약재이기도 하다. 단, 너
무 많은 양을 쓰면 독미나리와 비슷하게 마비 증세를 일으키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백지는 피부 미용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동의보감』의 설명을 보면, 백지를 기름 내어 얼굴에 바르
면 얼굴빛이 고와지고, 기미와 주근깨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피부를 곱고 아름답게 해 주는 처방에
백지가 빠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살갗에 흰 반점이 생기는 백전풍(白殿風)이나 피부에 백색
비늘가루가 생기는 은설병(銀屑病), 그리고 두드러기 등이 있을 때 백지의 뿌리와 잎을 달여서 그 물로 환
부를 자주 씻어 주었다. 이렇게 백지가 피부 미용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프란게니딘을 함유하고 있기 때
문인데, 최근엔 모 화장품회사에서 백지를 이용하여 주름개선제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백지에 대한 『동의학사전』의 설명을 보면,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하다. 약성이 폐경(肺經), 위경(胃經),
대장경(大腸經)에 작용한다. 풍한(風寒)을 없애고, 피를 잘 돌게 한다. 또 고름을 없애고, 새살을 잘 살아나
게 하며, 통증을 그치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진정작용, 진경작용, 항균작용이 밝혀졌다. 감기로 인한 두통,
치통, 비염, 유종, 옹종, 창양, 대하증, 장출혈, 치루, 뱀에 물린 데, 신경통, 요통에 쓴다”고 하였다.
◈ 고방과 경험방
▷외감(外感) 풍한으로 인한 두통과 코 막힘 : 백지, 형개, 방풍, 강활을 각 4그램씩 함께 달여 마신다.
▷비염 : 백지, 창이자, 신이화, 박하를 각 4그램씩 함께 달여 마신다.
▷치통 : 백지와 세신을 각 4그램씩 함께 달여 마신다.
▷대하증 : 백지의 뿌리와 오징어의 뼈를 함께 말렸다가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4그램씩 복용한다.
▷종양 초기 : 백지, 금은화, 천산갑, 천화분을 각 4그램씩 함께 달여 마신다. 단, 천산갑은 볶아서 쓴다.
▷유종(乳腫)·창양(瘡瘍)·악성 종기·고름이 나오는 치질 : 뿌리줄기를 빻아 기름에 개서 환부에 바른다.
쓰라림이 생기면 참지 말고 씻어냈다가 안정되면 다시 바르길 반복하면 된다.
▷유종으로 젖이 단단하게 붓고 아픈 데 : 백지·패모·천화분·금은화·조각자·천산갑·당귀·과루인·감초 각
4그램을 술과 물을 절반씩 부어 달여 마신다. 단 천산갑은 볶아서 쓴다.
▷유방암 : 소엽·인삼·황기·당귀·천궁·계피·후박·백지·방풍·오약·빈랑·백작약·지각·목향·감초·길경·청
피 각 4그램을 달여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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