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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릉과 암봉 주능선 쏠쏠한 산행 재미, 속리산 일대 탁 트인 조망까지
백두대간의 능선에서 갈라져 나왔다. 상주시 화북면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밤티재와 늘재 중간 696m 봉(경미산)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진 산줄기 첫 머리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다. 속리산에서 바라보면 산의 남면과 서면 어느 곳에서든 하얀 암벽이 보여서 백악산(白岳山) 또는 산봉우리가 100여 개나 된다는 뜻으로 백악산(百岳山)으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속리산국립공원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은 856m로 그리 높지 않다. 규모는 작지만 주능선이 암봉과 암릉으로 이어져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 북동쪽 아래에는 멋진 폭포 2개가 자리하며 주능선에는 큰 암봉이 4개 솟아 있다. 속리산국립공원에 있는 주옥같은 명산들의 골계미를 입체적으로 더듬을 수 있으며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조망이 펼쳐져 환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산행기점은 크게 세 군데다. 괴산군 청천면 사금리 대방래 마을의 숨골,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 입석초등학교, 석문사가 있는 옥양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통이 편리하고 완만한 입석리 쪽을 가장 많이 선호한다. 입석초등학교 왼쪽 담을 끼고 물안리 계곡 오른쪽 길을 따라 높은 암봉들을 올려다보면서 골짜기를 파고들며 등산을 시작한다. 몇 번의 계곡을 횡단하다 보면 등산로는 소로로 변하고 1시간 정도면 백악산과 낙영산을 잇는 산줄기의 중간지점인 수안재에 도착한다.
이후 왼쪽 능선으로 치고 오르면서 백악산 산줄기의 진면목을 탐미한다. 20분 정도 치고 오르면 제일 먼저 만나는 바위가 부처바위.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바윗길이 이어진다. 15분 정도면 6m의 높이에 V자로 갈라진 침니바위에 닿아 바위산을 실감하게 된다. 초심자는 오른쪽 우회길로, 바위를 좋아하는 산객들은 침니를 통과해 5m 정도의 높이에 급경사의 슬랩을 오르면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다.
하얀 암벽을 드러내는 낙영산과 조봉산이 멋들어지고 가령산과 낙영산 자락에 포근히 안겨 있는 공림사도 볼거리다. 공깃돌 모양의 암봉을 지나면 높고 낮은 기암괴봉들이 차례로 도열한다. 바윗길과 육산의 다양한 등산로를 체험하다 보면 군데군데가 조망처라 지루한 줄 모르는 등산로가 매력이다. 잘록이를 지나 경사도가 급한 산비탈을 치고 오르면 삼거리다. 보조 삼각점이 있는 819m 봉으로(지형도엔 809m 봉으로 표기) 수안재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오른쪽(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대왕봉으로 가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20분 후에 돔형바위가 눈앞이다. 왼쪽 바윗길로 4, 5분 정도 오르면 남쪽의 정면으로 백악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돔형바위 꼭대기다. 백악산에서 가장 조망이 잘 터지는 곳으로 북서쪽으로는 대왕봉이, 북동으로는 가령산이 멀리 군자산과 함께 조망된다. 그 우측으로 대야산과 둔덕산이 하늘금을 이루고 동으로는 조항산, 남동으로는 백악산 정상 왼쪽 뒤로 청화산이 보인다. 문장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관음봉과 묘봉, 상학봉, 미남봉 연릉이 톱날처럼 하늘금을 이뤄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조심해야 한다. 폭 1m에 깊이 7, 8m 되는 침니바위를 건너뛰어 킹콩바위를 지나면 다시 급경사 바위를 내려서게 된다. 길이 10m 정도의 밧줄이 매어져 있다. 경험자는 세미클라이밍으로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곳이지만 초심자는 안전을 위해 20m 보조 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등산의 묘미가 각별한 산이다. 왜 백악산이라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정상 직전의 마지막 작은 암봉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며 조금 전 지나온 돔형바위가 그림처럼 자태를 뽐낸다. 커다란 위압감이 전해지는 봉우리지만 바라볼수록 빠져들게 되는 멋진 암봉이다. 작은 암봉인 이곳에서 백악산 정상으로 오르는 바윗길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30여m나 되는 슬랩길이 이어지기도 하고 작은 굴을 통과하기도 한다. 주능선을 바라보면 정상의 좌우가 거대한 낭떠러지로 보이지만 다가서면 좌측으로 돌아가는 등산로를 따라 쉬이 오를 수가 있다. 돔형바위에서 정상까지는 30분 거리다.
백악산 정상은 3개의 바위가 각각 독특한 모습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20여m의 기차바위와 의자바위, 개구리바위가 마치 조각품 같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곳이다. 기차바위 아래에 괴산군이 설치한 정상석이 보인다. 하산은 동쪽으로 뻗은 산등성이를 탄다. 암릉길을 1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에 있는 대문바위를 만나게 된다. 846m 봉은 헬기장. 이곳부터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게 된다. 삼거리를 만나면 주릉을 버리고 우측의 동쪽 지릉으로 접어든다. 주봉에서 이곳 갈림길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능선이 점차 고도를 낮추면 어느새 골짜기. 이를 따르면 이내 아름다운 폭포 하나를 만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폭포는 이름이 없는 무명폭포다. 경관 좋은 협곡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근래에 지은 절 석문사다. 절을 통과해 내려가면 기이한 형상의 옥양폭포에 도달한다. 폭포의 높이 20m, 경사진 화강암 벽 가운데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위에 길이 20m에 두께 1.5m가량 되는 막대형 바위가 대들보처럼 가로놓여 있다. 하단부에서 올려다보면 돌다리 같지만 상단부에서 내려다보면 비행기 날개 같기도 하다.
옥양폭포 위쪽 북쪽의 기암절벽 위에 보굴이 있다. 옛날 굴 속에는 미륵이 있었고 굴 밖에는 보굴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조선조에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눈치 챈 그의 딸이 아버지가 하는 일이 옳지 못함을 충신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쫓겨나 이 굴에 숨어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폭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옥양동이 있다.
입석초교에서 등산을 시작해 옥양동까지 내려서는 데는 약 12㎞의 거리에 도보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생각보다 등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산세에다 조망이 특출해서다. 좀 더 짧은 등산을 원한다면 옥양동에서 등산을 시작해 정상에 올랐다가 옥양동 건넛마을 의상골에 있는 용송(천연기념물 290호)과 옥양폭포 위의 보굴을 들러보는 여유로운 산행을 기획할 수도 있다. 옥양동 백악산휴게소를 출발해 옥양폭포~석문사~555m 봉~846m 봉 북동릉~846m 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산행거리는 약 6.5㎞로 2시간 30분 안팎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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