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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천태산 비석봉 천태사

초암 정만순 2014. 2. 5. 15:38

                        경남 양산 천태산 비석봉 천태사

 

# 산중호수·낙동강…'산수화' 속 거니는 듯

천태산은 천성산, 영축산(취서산)과 더불어 양산의 3대 명산이다. 큰 바위를 태산같이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 천태암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부터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할 뿐 아니라 남서쪽으로 낙동강, 북서쪽으로 양수발전소댐, 그리고 동북쪽으로 배내골과 연계되어 산행지로 꽤 유명세를 떨친다. 특히 천태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낙조는 탄성을 자아내도 모자랄 만큼 아름답고 신비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까운 지역이라 단조롭고 짧은 등산보다는 조금은 길지만 코스의 다양성을 위해 비석골을 들머리로 잡는다. 삼랑진에서 1022번 지방도로를 타고 원동으로 방향을 잡고 산마루를 넘으면 천태사 입구를 지나 용당리에서 도로가 좌측으로 꺾이면 새로 지은 펜션이 우측에 보인다. 앞쪽 공터에 주차하면 도로 건너편에 돌로 단을 쌓은 성주 배씨 묘지가 보이고 가운데 돌계단이 등산로 입구다.

무덤 3기가 있는 곳을 지그재그로 지나면 절개지다. 군데군데 표지지가 달려있고 등산로가 뚜렷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약 20분 이상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곳곳의 바위 위에 전망대가 만들어져 낙동강과 원동리, 강 건너편의 무척산을 조망하는 재미가 시원스럽다.

높이가 낮지만 해발이 제로상태인 지점에서 등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높이다. 초입에는 나무가 적어 조망이 열리지만 오를수록 숲은 짙어진다. 발을 디뎌 오를 수 있는 바위는 죄다 조망대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전망바위에서의 조망이 매우 빼어나다. 동쪽으로 토곡산과 용골산, 남쪽으론 낙동강 너머로 금동산과 신어산, 석룡산과 무척산이 차례대로 조망된다. 서쪽 발아래로 용당리의 황금 들녘이 보이고 마당바위 산은 비석봉 능선과 대칭을 이루며 바라보인다. 마음속까지 편안해지는 산수화란 이런 경치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낮은 산세인데도 봉우리가 암팡스럽다. 오르는 길이 제법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군데군데의 바위성벽을 오르내리며 우회하노라면 다섯 번째의 바위 전망대이고 숲이 우거지고 오름 길 경사도가 완만한 봉우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올라야 비석봉 정상이다. 자칫하면 스쳐 지나버리기 쉬운 곳으로 삼각점이 있는 비석봉은 33㎡(10평) 남짓한 보잘것없는 봉우리다. 사면이 나무로 가려져 있어 조망이 갑갑하고 앞쪽으로 진행하는 길은 없다.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진행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비석봉까지 왕복하는데 5분 정도가 소요된다.

다시 암릉이 시작되고 잠시 후 제6전망대다. 넘어온 비석봉은 이곳에서 조망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우측 당곡마을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나는 당곡고개는 바람재로 불리기도 한다. 다시 오름길 봉우리를 오르면 574m봉, 비스듬한 내림 길을 잠시 걸으면 숲길 우측에 평평한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10여 명 이상이 넉넉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넓이의 마당바위다. 마당바위까지는 비석골에서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여유 있는 중식을 즐기고 숲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공터다. 소나무에 작은 나무 팻말이 걸려 있는 618m봉이다. 이곳에서 잠시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이고 능선 갈림길을 통과하게 된다. 물이 없는 계곡을 지나면 양쪽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5분쯤 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고래 머리처럼 생긴 바위가 눈에 띈다. 바위 하단부가 처마처럼 깎인 ‘비박굴’이다. 산 꾼들에 의해 ‘비박굴’로 불리지만 실상은 바위라고 부르는 게 나을 듯하다. 바위 하단부가 허리를 굽히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높이로 깎여 있고, 10명 정도가 비를 피해 누울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된다.

15분 정도면 삼거리다. 천태사와 천태봉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비석봉 오름이 힘들어 천태사로 내려가려고 계획했던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망설인다. 오름길은 힘들었지만 비석봉을 지나 이곳까지는 숲 속의 길이 너무 평탄해 체력이 비축되고 천태산 정상까지는 1.1㎞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정상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비스듬한 능선 길을 따라 철탑 삼거리를 지나 오름길을 잠시 오르면 거대한 암봉으로 형성된 천태산이다. 발아래로는 천태호, 저 멀리는 안태호가 굽어 보인다. 지척인 북으로는 금오산의 암릉 능선과 매봉이 아름답고 서쪽 방향으로 동신어산, 만어산, 구천산이 조망된다. 동북쪽으로는 영남알프스 천황산, 신불산, 영축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천태산 정상에서 길을 선택한다. 천태산 공원으로 가는 길은 계속 직진하면 20여 분이면 삼랑진으로 연결되는 도로에 닿고 공원임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삼거리까지 진행한 다음 천태호 우측으로 내려선다. 해발 400m 지점에 있는 산중호수 천태호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날카로운 바위와 가파른 길을 한참이나 내려서면 계곡을 만난다.
드넓은 암반으로 형성된 계곡과 조망대에서 몇 컷의 사진을 남긴다. 나무데크 길을 따라 내려서다 보면 70도 이상의 깎아지른 암벽에서 20m 높이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추연폭포다. 양산시청 홈페이지에는 용연(龍淵)폭포, 산객들은 웅연폭포라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상에는 추연(椎淵)폭포로 기록되어 있다.

천태산 중턱이자 입구에 자리한 천태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많은 고승대덕들이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건물과 거대한 마애불상은 근래에 중창하고 암각했다. 일주문을 시작으로 천태사 도보 코스는 주변에 늘어선 천태산의 기암괴석을 살펴보는 것이 매력이다. 임진왜란 때 밀양 부사 박진이 이곳 일대에서 왜적에 대항했으나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후퇴했던 곳이라고도 한다.

비석골에서 등산을 시작해 비석봉, 천태산, 천태공원, 천태사를 경유해 용당교로 내려서는 데 약 14.7㎞의 거리에 휴식시간을 포함해 6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비석골에서 비석봉을 오른 후 천태사로 내려서면 약 7.9㎞에 4시간 30분, 초보자가 선호하는 천태사 입구 용당교에서 원점 회귀하는 등산은 약 4시간 내외다. 산의 어느 곳이든 화려한 조망을 약속받는다. 주변의 산과 낙동강, 산중호수를 2개나 감상할 수 있다. 대구 근교라 산행 목적지까지는 차량으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