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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 마산봉 삼각점봉 사수곡 

초암 정만순 2014. 2. 6. 14:04

전남 곡성 마산봉 삼각점봉 사수곡

 

 

# 긴 오름길 지나 땀 훔칠 무렵, 저 멀리 섬진강이 그림 같구나

고리봉과 동악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기운차게 솟아 있지만 전혀 다른 산세다. 고리봉이 섬진강을 지킬 듯 철옹성처럼 당당한 형상이라면, 동악산은 섬진강을 끌어안을 듯 넉넉한 품으로 솟아 있다. 두 산 사이의 섬진강 구간은 ‘솔곡’이란 골짜기 이름으로도 불린다. 솔곡에는 우암탄, 청계상류, 자만연, 석탄, 청계중류, 청계하류, 임석탄, 살베 등 8개 명소가 있다.

전남 곡성의 마산봉과 삼각점봉은 동악산의 한 봉우리다. 능선 곳곳에 기암과 숲이 우거져 있지만 오름길이 만만찮고 코스가 길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찾기를 꺼렸다. 섬진강가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동악산에 이르기까지 탈출로가 전무하다. 그러나 근래에 성남재에서 좌측 사수곡으로 빠지는 등산로가 희미하게 생겼다. 장거리 종주산행과 짧은 산행을 병행할 수 있다.

산행의 시작점은 곡성군의 서쪽에 위치한 입면 제월리의 ‘살뿌리식당’. 그러나 지금은 ‘정환가든’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청계동계곡을 지나면 도로 좌측에 식당이 보이고, 강과 도로가 벌어지는 지점에 곡성경찰서가 세운 ‘안보의식 안내판’이 보인다. 등산로는 안내판 반대쪽 도로 건너 가족 산소가 있는 곳으로 열린다.

많은 등산객들이 다니지 않아 초입은 잡목과 잡풀이 우거져 있다. 그러나 오를수록 길은 점점 좋아진다. 중간중간 커다란 바위들이 나타나고 은근하게 가파르다. 30분이면 조망이 좋은 바위에 도착해 뒤돌아서면 산의 형세가 영암 월출산을 연상케 한다. 좌측 제월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연한 황금빛 들녘이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섰음을 알린다.

전망대바위를 지나면 물개를 닮은 바위와 칼바위처럼 생긴 입석바위 등 기암들이 연이어진다. 마산봉은 높이가 낮아 볼품은 없지만 진행 방향으로 커다란 바위가 멋지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앞으로 넘어야 할 삼각점봉과 산릉이 파노라마를 그리며 출렁인다.

마산봉을 내려서면서부터 암릉길이다. 조망이 좋은 바위들이 연속해서 나타나고 철사다리가 놓여 있는 암봉이 예쁜 모양으로 빛난다. 철사다리는 경사도가 급해 오르기가 만만찮다. 암봉에 오르면 공깃돌처럼 생긴 바위가 너무 멋져 올라가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바위에 올라서면 좌측 바위 아래쪽으로 꼭꼭 숨겨져 있던 명품 소나무 한 그루가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철사다리를 이용해 안부로 내려선 다음 다시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올라야 한다. 굵은 로프가 매여 있는 곳을 지나야만 사면팔방이 확 터지는 삼각점봉에 도착한다.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고 삼각점이 박혀 있다. 이정표엔 ‘살뿌리 3㎞, 성산재 0.7㎞, 입면 제월리 2.0㎞’라고 적혀 있다. 서편으로 금호타이어 공장 너머로 설산이 보이고 한 겹의 능선 너머로 강천산과 추월산, 회문산이 일렁인다. 그리고 서남쪽으로는 넉넉한 무등산과 울퉁불퉁한 화순 백아산의 암릉들이 바라보인다.

삼각점봉을 통과하고서 숲은 점점 깊어진다. 양탄자 같은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작은 암봉을 하나 지나면 거대한 슬랩바위다. 성남재로 내려서기 전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파란 하늘엔 구름이 깊고 그윽하고 동편으론 요천과 합수하는 섬진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강의 우측 너머로 지리산 서북능선이 길게 이어져 보는 이를 흡족하게 만든다. 내려서는 등산로 우측으로 멋진 소나무 두 그루가 바위 면에 매달려 있다. 그 뒤편으로 양털 같은 구름이 꿈틀거리며 파란 하늘을 향해 뭉게구름처럼 핀다. 카메라에 그 전경을 담고서 조금 내려서노라니 우람하면서도 당당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아래 성남재 안부에 철판으로 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노란색 화살표로 ‘배넘어재 3.9㎞, 동악산 4.3㎞’라고 직진으로 표기되어 있고 우측 방향의 노란화살표 끝에는 ‘성남재 0.5㎞’라고 적혀 있다. 잘못된 표기다. 그리고 안내도의 아래쪽에 검은 매직으로 ‘청계계곡’이라 적어놓고 좌측을 지시하고 있다. 숲 속에 샘이 숨겨져 있다.

사수곡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희미하다. 몇 해 전 수마가 할키고 갔는지 아름드리 소나무와 잡목들이 곳곳에 잘라져 널브러져 있다. 그러나 지계곡의 좌우측으로 길이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어 지계곡만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숲 속에 꼭꼭 숨겨진 청정계곡을 만나면 잠시 후 넓은 임도에 도착한다.

좌측 임도를 따르지 말고 계곡의 좌측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를 따른다. 10여 분이면 사수곡 주계곡과 만나는 합수점이다. 동악산을 올랐다가 사수암릉을 타고 내려오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이곳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는 암반협곡이다. 잠시 후 청계폭포가 발아래로 보인다.

폭포 우측에 사수암릉을 통해 동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기암과 폭포, 암반이 들어앉은 동악산의 골짜기 중 북쪽을 흐르는 사수곡이 풍광이 가장 좋다. 너른 반석과 기암을 품은 계곡은 곡성읍과 입면 사이로 동악산이 용처럼 달려오다 강줄기를 만나 멈춘 곳에 숨어 있는 계곡이다. ‘사수곡’(泗水谷)이란 물 맑은 계곡이 4곳이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청계 양대박 장군이 의병을 양성하고 활동했던 곳이다. 청계폭포에서 계곡입구의 청계교까지는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정환가든에서 등산을 시작해 마산봉, 삼각점봉, 성남재를 거쳐 사수곡으로 내려서는데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휴식시간까지 포함하면 넉넉히 4시간이다. 좀 더 긴 등산을 원한다면 종주산행을 권한다. 필봉과 동악산을 연계하고 사수암릉을 거쳐 청계교로 내려설 수 있다. 이정표거리 13.8㎞(GPS 거리 12.7㎞)로 약 6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멀리서 보면 산이 그리 깊지 않게 느껴지지만 막상 파고들면 겹산이자 장산(壯山)이다. 그러나 산에 들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든다. 성남재에서 사수곡으로 내려서려면 산행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