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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갈모봉·선유구곡

초암 정만순 2014. 2. 6. 14:12

충북 괴산 갈모봉·선유구곡

 

# 산·물·바위·노송 어울려 신선 세상 운치
# 퇴계 선생도 아홉달간 속속들이 절경유람

산이 낮다고 계곡의 위명이 어디 갈까. 해마다 뜨거운 여름철이 되면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산이 하나 있다. 괴산의 갈모봉(582m)이다. 폭염이 아무리 심통을 부려도 이곳에 들면 찜통이라는 성하의 하루도 거뜬하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4시간 이상의 다양한 등산로를 연계할 수 있고 드넓은 암반 위로 흐르는 수량이 풍부한 계곡은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품는다.

인근의 대야산과 중대봉, 남군자산과 도명산 등 명산을 이웃하고 있다. 높이는 낮지만 산행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산재하다. 굽이굽이 발달된 선유동구곡에 뿌리를 내린 두 개의 능선은 갈모봉을 호위하듯 받들고 올곧게 뻗어내려 발달된 하얀 화강암 바위는 눈부신 나신을 연상케 한다. 긴 슬랩을 오르내리면 어느 누구든 정신을 잃을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갈모봉은 작은 군자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675m 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지능선상의 최고봉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남군자산 봉우리의 하나로 인식해도 무리가 없다. 갈모봉 동남쪽 아래에는 장성봉에서 발원한 계류가 흐르는 선유동계곡이 유명하다. 일명 선유구곡(仙遊九曲)으로 불리는 이 계곡은 절경을 이루는 아홉 개의 명소들이 희고 반들반들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다.

선유동 동쪽 지점인 제비소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선유동로 임도를 따라 100여m 정도 가면 우측으로 표지가 붙어 있는 지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초입보다 오를수록 등산로는 더욱 좋아진다. 숲이 우거져 어느 정도 햇빛이 가려지지만 워낙 더운 날씨 탓인지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좋은 경치를 즐기기 위해서 마냥 숲속 길을 택할 수는 없다.

등산로의 좌우측을 넘나들며 기암을 찾아야 좋은 조망처와 경치를 만난다.
기차바위는 대슬랩이지만 등산로의 좌측에 치우쳐 있어 숲이 우거진 여름철에는 조망이 어렵다. 그러나 선유동문으로 내려서거나 오름길에 그 진면목을 노릴 수 있다. 오름길에 첫 번째 만나는 기암은 등산로 우측에 있는 모녀바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생김새를 짐작해내기가 어렵다.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바위가 비행기바위(우주선바위),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나란히 세워지듯이 놓여 있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더욱 멋진 경치가 약속되지만 바위 오르기가 만만찮다. 오름길 우측면은 거대한 암반으로 형성된 낭떠러지가 주류를 이룬다. 지도상에 표기된 모녀바위, 비행기바위, 찜통바위가 있는 곳은 이정표와 안내판이 전혀 없다. 지도나 개념도를 살피며 보물찾기하듯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군데군데에 바위전망대가 있어 조망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이면 지능선 갈림길을 만난다. 선유구곡 동문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5분 정도 능선을 따르면 갈모봉 정상이다. 바위가 널려 있는 정상부에 깨어진 정상 표지석이 바위 속에 세워져 있다. 그 뒤 우측 뒤쪽으로 전망대바위가 있다. 그곳에서는 원 없이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올랐던 길의 우측 편 동쪽 아래로 보람원이 북쪽으론 군자산과 남군자산, 동쪽으론 송면에서 가은으로 이어지는 지방도가 보인다. 동쪽 전방의 높은 봉우리는 막장봉이다. 그 우측으로 시계방향으로 장성봉, 곰넘이봉, 대야산, 중대봉이 남쪽으로 이어진다. 작은 정상석은 누군가가 반으로 부러뜨려 놓았지만 퍼즐을 맞추듯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 갈림길까지 되돌아와 올라올 때 보았던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든다. 조금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내려서면 고인돌을 닮은 바위를 지난다. 몇 군데의 너럭바위에서는 시원스런 전망대가 형성되어 있다. 전방으로 고개를 들면 대야산과 중대봉, 조항산, 청화산, 백악산, 가령산, 도명산, 그리고 속리산의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차례대로 보인다.

비슷한 크기의 바위 일곱 개가 한곳에 모여 있는 칠형제바위를 통과하면 조금 내리막길이다. 칠형제바위는 올라설 수도 있고 좌측으로 비켜설 수도 있다. 선유구곡은 인산인해, 막바지 피서와 계곡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계곡을 건너 좌측 임도를 따라 선유구곡의 절경을 감상하며 등산 시작점까지 거슬러 오른다. 평평한 오름 길은 30분 정도면 넉넉하다.

선유동계곡은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서 동북쪽으로 1∼2㎞에 걸쳐 있는 계곡이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7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하여, 9개월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는 명소다. 무심하게 흐르는 긴 세월과 물결의 기운에 바위에 새긴 글자는 더러 없어졌지만 절경은 여전하다.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곳이라는 석굴형 바위 선유동문(仙遊洞門)을 필두로 경천벽(擎天壁), 학소대(鶴巢臺·일명 학소암), 연단로(鍊丹爐), 와룡폭(臥龍瀑), 난가대(爛柯臺), 기국암(碁局巖), 구암(龜巖), 은선암(隱仙巖)으로 명명되어 있다. 온 산이 온통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졌지만 막상 산을 오르면 육산과 골산의 혼합형이다. 등산의 기점은 크게 두 군데. 517번 지방도에 있는 선유동계곡의 동쪽 지점인 제비소와 서쪽의 선유동문 입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유동문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어느 쪽으로 오르든 불편함은 없지만 등산을 마치고 선유구곡을 즐기며 오르내린다.

등산 소요시간만 2시간 30분 정도, 선유구곡 30분을 포함하면 3시간 정도다. 긴 등산을 연계하려면 남군자산과 칠일봉, 옥녀봉과 아가봉을 연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갈모봉에서 군자치까지 1㎞가 조금 넘는 능선을 2017년까지 자연휴식년제로 묶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그 구간은 예전에 국립공원에서 입장료를 징수할 때 편리상 묶어 놓은 것으로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