建康 散步/증상학

혈관 노화

초암 정만순 2014. 2. 5. 11:17

                              혈관 노화

 

 

우리 몸 안에는 12만㎞의 혈관이 깔려 있다. 지구를 두 바퀴 반 도는 길이다. 모세혈관이 가장 길고, 동맥과 정맥의 길이는 같다. 모세혈관의 표면적( 6000㎡)은 대동맥의 800배 정도다.

혈관은 16세가 지나면서 노화가 시작되고, 일단 노화되면 되돌릴 수 없다. 막힌 혈관의 극히 일부분을 스텐트 삽입으로 넓히거나 혈관 내막에 들러붙은 노폐물(죽상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늙어서 탄력을 잃고 딱딱해진 혈관 조직을 전체적으로 교체하거나 젊게 만드는 방법은 없다. 고분자인조섬유로 만든 인공혈관을 부분적으로 이식할 수도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인공혈관은 혈관 내피가 없어서 혈전이 들러붙는 것을 막지 못한다. 동맥 중에서도 굵은 혈관에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심장은 혈액을 1분당 2.5~3.5L씩 동맥으로 빠르게 뿜어낸다. 동맥은 높은 혈압 부담 때문에 혈관 내벽이 잘 손상된다. 동맥에는 혈액을 필요한 곳에 보내기 위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평활근이 있다. 동맥 벽이 손상되고 노폐물이 쌓이면 평활근이 딱딱해진다. 이것이 동맥경화증이고, 노화가 계속되면 협심증과 뇌졸중 등이 된다.

동맥과 정맥은 노화로 나타나는 질병이 다르다. 정맥은 혈압이 낮고 혈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혈관 손상으로 인한 노화는 별로 없다. 또, 정맥에는 평활근이 없기 때문에 '정맥경화증'은 아예 생기지 않는다. 반면, 정맥은 '기운이 빠져서'느릿느릿 도는 정맥피가 중력을 거슬러 심장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판막을 갖고 있다. 노화로 판막이 손상되면 하지정맥류가 생기고, 혈액 순환이 안 돼 혈전증이 발병한다.

모세혈관은 혈액이 싣고 온 산소를 혈관 바깥 인체 조직에 보내고,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장소이다. 모세혈관은 매우 얇은 한 겹의 내피세포로 만들어져 모세혈관은 잘 터지고, 쉽게 아문다. 모세혈관 노화로 인한 질병은 눈의 망막과 신장의 사구체 등 모세혈관이 밀집한 곳에서 주로 생긴다.

 

혈관 노화는 동맥 두께와 경직도로 확인한다. 남성은 45세, 여성은 폐경 이후에 한 번은 검사해야 한다.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간단한 검사부터 단계별로 받는다.

1단계:맥압·혈액검사

동맥의 경직도와 혈관 노화 정도를 간접적으로 예측하는 검사이다. 맥압측정과 혈압검사가 있다.

맥압측정: 혈압을 재고, 수축기 혈압에서 이완기 헐압을 뺀 수치가 맥압이다. 혈압계만 있으면 집에서 스스로 측정할 수 있다. 맥압이 높을수록 혈관이 딱딱한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최철웅 교수는 "나이가 들면 맥압이 높아진다"며 "맥압은 보통 40~50㎜Hg인데, 50대 이후 맥압이 70~90㎜Hg 이상이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는 "안정 상태에서 혈압을 3번 재서 평균을 낸 맥압이 50~60㎜Hg 이상이면 혈액검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40대 남성이 팔목과 발목에 탐침을 꽂고 혈관의 파동이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 보는 맥파전달속도검사를 받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혈액검사: 혈액 내 지질·혈당 수치,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를 측정한다. 혈관이 노화한 정도를 맥압보다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지질이나 당이 정상치 이상이면 혈관이 망가지게 되고, 모세혈관 덩어리인 신장이 고장나면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2단계:동맥 두께·경직도 측정

동맥의 두께와 경직도를 수치나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기 때문에, 혈관 노화도를 1단계 검사보다 훨씬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맥파전달속도검사와 경동맥초음파검사를 많이 한다. 하반신의 말초혈관질환이 의심되면 상완발목혈압지수측정검사가 적합하다.

맥파전달속도검사: 혈관이 얼마나 딱딱한 지 알 수 있다. 혈관 두 개 중 하나에서 파동을 보내고, 다른 쪽에 도착하는 시간을 탐침을 넣어 잰다. 경동맥과 대퇴동맥 또는 손목과 발목을 측정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혈관이 딱딱할수록 속도가 빠르고, 느릴수록 혈관이 부드럽다.

경동맥초음파검사: 심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의 내막·중막 두께를 초음파로 한 번에 잰다. 이병권 교수는 "경동맥에 찌꺼기가 쌓여 있으면 동맥경화 위험도가 올라가며, 특히 뇌혈관의 동맥경화 발병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최철웅 교수는 "동맥 두께·경직도에 이상이 있으면 반드시 순환기내과 등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완발목혈압지수측정검사: 발목과 팔의 수축기 혈압을 동시에 재고, 발목 혈압을 팔의 혈압으로 나누면 상완발목혈압지수가 나온다. 이 수치로 동맥이 딱딱한지와 좁은지를 알 수 있다. 정상 범위는 0.9~1.3이다. 원래 발목 혈압이 팔 혈압보다 약간 높다. 정상 범위보다 높으면 동맥이 딱딱한 것이고, 낮으면 동맥이 좁아진 것이다.

3단계:MRI·CT 검사

일반인에게 혈관 노화 확인을 위해 심·뇌혈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박계현 교수는 "60세 중 뇌졸중·심근경색을 앓은 가족이 2~3명 이상이면 CT·MRI 검사를 한번쯤 받을 필요가 있다"며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50대도 이런 검사로 혈관 두께와 혈류 흐름을 파악하면 혈관 노화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혈관은 MRI를 찍는 것이 낫지만, 호흡과 심박동에 영향을 받는 심장은 짧은 시간에 촬영이 이뤄지는 CT를 찍어야 정확하다.

 

혈관 노화를 의학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까.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조용필 교수는 "혈관 노화로 생기는 질병은 치료할 수는 있지만, 의술의 힘으로 혈관 노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관 노화를 막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제로 적용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혈관 노화 자체 막는 약 없어

혈관노화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품은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는 스타틴계 약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발병한 고지혈증 치료에 쓰는 전문의약품이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 일반의약품인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혈액 응고를 막을 뿐 혈관 노화 자체를 억제하는 약은 아니다.

부작용 위험한 각종 시술법

세간에 혈관 노화를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진 시술법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영남대의대 김재룡 노인성혈관질환연구센터장은 "건강한 사람의 혈관 노화를 막는 방법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혈관레이저=잡티·안면홍조 등 피부질환이나 혈관 질환 치료에 쓰는 혈관레이저를 "혈관 노화 방지술"이라며 권한다. 그러나,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우 교수는 "문제가 생긴 혈관을 부분적으로 태워 없애서 새로운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혈관의 전반적인 노화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킬레이션요법=혈액 속 중금속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EDTA라는 성분을 주사하기 때문에, 일부에선 '혈액에 쌓인 중금속을 없애서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금속 중독이 없는 사람이 이 시술을 받으면 뼈와 신장이 손상되거나 부정맥·정맥염 등이 생길 수 있다.

혈액정화요법=원래 수혈 부작용 치료 등에 쓰이는 방법이다. 혈액을 80㏄ 정도 뽑아 산소 처리한 뒤 자외선을 쏘아서 다시 혈관에 넣는다. 김종우 교수는 "혈관 노화를 막는 데 전혀 도움되지 않고, 혈액 감염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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