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식물이야기

식물 이야기 - 옻나무

초암 정만순 2021. 10. 6. 13:23

식물 이야기 - 옻나무

 

 

 

 

 우리는 옛부터 복날에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으면서 더위를 이기는 전통을 갖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삼계탕 제품이 많이 팔렸다고 해요.

삼계탕 하면 보통 하얀 국물이 떠오르지만 국물이 검은 '옻 삼계탕'도 있습니다.

한약재로 쓰이는 옻나무 가지를 한두 토막 넣고 4~5시간 정도 끓이면 검붉은색이 우러나는데 여기에 닭을 삶아낸 거예요.

 



옻나무는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활엽수로,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해졌다고 해요.

키가 10m 넘게도 자라지만 우리나라에선 주로 6~7m 정도만 자라요.

옻나무는 독특한 외관 때문에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줄기에서 수십 개의 뻣뻣한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오고 거기서 풍성한 잎이 자라서 꼭 접시나 우산이 층층이 쌓인 것처럼 생겼거든요.

 



옻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하얀 진액이 나오고, 공기랑 닿으면 진한 갈색빛으로 변하는데, 이걸 '옻'이라고 불러요.

옻은 '천연 페인트' 역할을 한답니다.

나무로 된 물건 등에 바르면 검붉은색 윤기가 나고 벌레도 잘 안 먹어요.

조상들은 신석기 시대부터 토기에 옻을 발랐고, 삼국시대부턴 각종 도구함, 그릇, 가구, 갓 등에 옻칠을 했어요

하지만 옻은 나무 한 그루에서 250g 정도만 나오고, 추출부터 칠까지 공정도 까다로워 합성 도료가 개발된 뒤엔 사용량이 크게 줄었어요.

예전엔 강원도 등에서 많이 재배했지만, 요즘엔 재배하는 곳도 많지 않고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답니다.

이렇게 옻나무는 사람에게 좋은 것만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조심해야 해요.

옻에 들어 있는 '우루시올'이라는 화학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일시적으로 피부염을 일으켜요.

그것을 '옻이 오른다'고 하죠.

옻이 오르면 좁쌀 같은 발진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구토에 호흡곤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답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옻나무 근처에만 가도 옻이 올라요.

또 같은 옻나무과에 속해 우루시올 성분이 들어 있는 망고나 캐슈너트에 닿아도 옻이 오른 듯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어요.

 



산을 오르다 보면 옻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이건 개옻나무로, 옻나무에 비해 그다지 쓸모가 없어서인지 '쓸모없는'이란 뜻의 접두사 '개'가 붙었답니다.

개옻나무는 옻나무와 달리 가지 줄기 부분이 빨개요.

옻나무만큼 우루시올 함량이 높진 않지만 예민한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