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식물이야기

유채의 이종교배

초암 정만순 2020. 4. 21. 13:43

 

유채의 이종교배

 


우장춘 박사 1935년 이종교배 연구, 배추와 양배추 자손이 유채임을 밝혀


이종교배로 새로운 종 나올 수 없고 자연선택의 결과로만 탄생한다는
다윈 진화론 수정하며 세계적 반향

해마다 봄이면 전국을 아름답게 수놓던 꽃축제들이 취소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있어 거리 두기를 하기 때문이지요.

급기야 꽃을 보러 오지 못하도록 꽃밭을 갈아엎기도 할 정도입니다.

지난 3일엔 강원 삼척에서 축구장 7.8배 넓이의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갈아엎었고, 제주에서도

가득 핀 유채꽃을 없앴다고 해요.

그런데 노란 물결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유채는 과학적으로도 중요한 식물이랍니다.

기름이 나는 꽃, 유채

 


유채는 분류학상으로 식물(계) 속씨식물(문) 쌍떡잎식물(강) 양귀비목 십자화과 배추속 유채종에 속해요.

식물을 포함한 생물은 넓은 범위부터 계, 문, 강, 목, 과, 속 , 종의 체계로 분류됩니다.

겨울에는 뿌리와 생장점 부분만을 남겨 추위를 견디고, 봄이 되면 새로운 잎과 꽃대가 올라와

4월 무렵 노란 꽃이 만발하게 됩니다.

유채라는 이름의 한자어에서 '유(油)'는 기름을 뜻하고, '채(菜)'는 나물을 뜻해요.

이름처럼 유채는 기름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주로 재배됐어요.

유채씨는 기름 함유량이 30~50%에 달해 씨를 모아 압착하면 해바라기나 콩과 같은 식물보다

더 많은 기름을 얻을 수 있어요.

대량 재배해 많은 기름을 얻을 수 있었지만, 유채 기름엔 심장병이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에루크산이 들어 있어 과거엔 식용으론 쓰지 못했어요.

윤활유로 쓰거나 비행기, 자동차, 호롱불 등의 연료로 일부 사용됐지요. 유채 기름에서 글리세린을 제거해 점성을 낮추면 경유와 비슷한 바이오디젤이 만들어지는데, 석유계 디젤과 섞어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 캐나다 과학자들이 에루크산이 적게 포함된 카놀라 품종을 개발하면서부터

식용 유채 기름인 카놀라유가 탄생하게 됐답니다.

다윈 진화론 수정한 우장춘의 유채 연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우장춘(1898~1959) 박사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유채에 관한 연구 덕분이었어요.

우 박사는 1935년 십자화과 배추속 식물들을 이용한 실험으로 종의 합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합니다.

십자화과 식물들은 꽃잎과 꽃받침이 모두 네 장이고, 십자 모양으로 배열된 것이 특징이에요.

유채를 비롯해 배추, 양배추, 겨자, 브로콜리, 냉이, 케일 등이 양귀비목 십자화과에 해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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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고유 유전 정보는 DNA 형태로 세포 내에 있다가 세포분열 시기엔 종마다 고유한

개수의 염색체로 뭉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배추 염색체는 10개이고, 양배추 염색체는 9개입니다.

같은 종이면 염색체 수가 같지만, 염색체 수가 같다고 같은 종은 아니에요.

무와 갓은 서로 다른 종이지만 염색체는 18개로 같아요.

또 염색체 수가 많다고 더 진화한 종은 아니에요.

사람 염색체는 46개지만, 감자 염색체는 48개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우 박사는 배추속의 다른 종인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한 자손이 유채와 염색체 숫자가 19개로

같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어요.

당시 일반적으로 인정받던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이종교배로는 생식능력을 갖춘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없고, 동종교배를 통해 생겨난 자손들이 자연선택을 거치며 분화되는 방식으로만 새로운 종이 생겨난다고 알려졌었어요.

하지만 우 박사는 다른 종끼리 교배하는 과정에서도 유채처럼 완전히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 다윈의 진화론을 수정하도록 합니다.

이후 배추속의 또 다른 식물인 흑겨자(염색체 8개)를 양배추와 교배해 에티오피아겨자(17개)를 만들어내고, 배추와 교배해 갓(18개)을 만드는 실험도 성공하면서 총 6종의 배추속 식물 간의

관계를 도식화한 '우장춘의 삼각형'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런 연구 업적은 현대 육종 기술이 발전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전 세계 모든 육종 관련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고 해요.

십자화과 식물 따라 이동한 배추흰나비

 


2018년엔 서울대학교 연구팀과 국립농업과학원이 사이언티픽리포트에 우장춘 박사의 연구를 새롭게 증명하는 연구를 발표했어요.

지난해엔 십자화과 식물 진화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어요.

미국 테네시대학교의 라이언 박사 연구팀이 세계 32국에 서식하는 배추흰나비 표본 3000점의 유전적 조성을 분석해 배추흰나비가 처음 나타난 기원지인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부터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경로를 진화적으로 추적했어요.

그 결과, 배추흰나비는 800년 무렵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졌고, 이후 러시아, 아프리카와 미국,

호주까지 퍼져 현재는 남극과 남아메리카를 뺀 나머지 모든 대륙에 살게 됐다고 해요.

그런데 연구팀은 인류가 십자화과 식물을 재배하면서 이동한 경로와 이 경로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십자화과 식물은 배추흰나비의 애벌레인 배추벌레의 주요 먹이이기 때문에, 십자화과 식물이

퍼져 나가면서 배추흰나비도 따라서 같이 퍼져 나가게 된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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