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 효령대군 묘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는 대혈의 명당
조선 태종의 둘째아들인 효령대군(1396~1486)의 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190-1(효령로 135)에 있다.
지하철 2호선 방배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청권사(淸權祠)라는 사당이 있다.
청권이란 중국 주나라의 태왕이 맏아들 태백과 둘째아들 우중을 두고, 셋째아들 계력(주문왕)에게 왕위를 물려 준데서 나온 말이다.
태백과 우중은 태왕의 뜻을 알고 형만으로 가서 은신하며 왕위를 사양했다.
이를 두고 후일에 공자가 태백을 지덕(至德), 우중을 청권(淸權)이라고 칭송하였다.
태종의 셋째아들인 충녕대군(1397~1450)이 왕위(세종)에 올라 태백과 우중의 고사를 떠올리며 “나의 큰형님 양녕대군(1394~1462)은 곧 지덕이요, 둘째 형님 효령대군은 곧 청권이다”라고 했다.
후에 정조는 양녕대군 사당에는 지덕사, 효령대군 사당에는 청권사라는 현판을 사액하였다.
이로 인하여 오늘날 전주이씨 양녕대군파는 종친회 이름을 지덕사, 효령대군파는 청권사라 하고 있다.
효령대군은 태조 5년(1396) 아버지 태종 이방원과 어머니 원경왕후 여흥민씨 사이의 둘째 왕자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이름은 보(補)였다.
효성이 지극하고 독서를 즐기며 활쏘기에 능했다.
태종은 사냥터에 나갈 때 마다 효령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태종 18년(1418) 형 양녕대군이 세자에서 폐위되자 자신이 세자로 책봉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태종의 마음이 동생 충녕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깨끗하게 단념하였다.
양녕과 효령은 동생 충녕이 세자로 책봉되자 궁궐을 나왔다.
궁 안에 있다가는 권력에 욕심이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아무리 형제애가 돈독하더라도 왕권에 부담을 주었다가는 한순간에 끝장 날 수 있는 것이 궁궐이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 신변안전을 위해서 양녕은 다소 문란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행동을 하였다.
효령은 불교에 심취하여 유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조선은 국가이념이 숭유억불이었기 때문이다.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의 이러한 처신은 권력에 욕심이 없다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효령대군이 궁을 나와 처음 간 곳은 관악산 최고봉인 연주봉 절벽 위에 있는 연주대다.
그곳에는 관악사라는 암자가 있었다.
이곳에서 도성을 바라보자 왕권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그러자 효령은 관악사를 정상에서 남쪽 300m 아래로 옮기고 연주암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이곳에서는 도성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연주암에는 효령대군 영정을 모신 효령각이 있다.
이처럼 욕심을 버리고 산 덕분에 효령대군은 90세까지 장수하였다.
반면에 세종은 54세로 승하했다.
효령대군 묘는 관악산 연주봉에서 내려온 산맥의 끝자락에 있다.
관악산 연주봉은 뾰쪽뾰쪽한 바위들이 하늘을 찌르듯 서 있는 산이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산을 불꽃처럼 생겼다하여 염정 화성체라고 한다.
기세가 등등해서 이러한 산이 바라보이는 곳에는 집이나 묘를 못쓰는 법이다.
그러나 회룡고조혈(回龍顧祖穴)만은 예외다.
산맥을 용으로 본다면, 용이 한 바퀴 돌아서 자신이 출발한 조종산을 바라보는 형세다.
이때는 앞산이 험해도 자신의 조상이기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논리다.
관악산 연주봉(632.2m)에서 동쪽으로 뻗은 산맥이 남태령을 지나 우면산(293m)를 세웠다.
여기서 북쪽으로 내려온 산맥이 상문고등학교가 있는 능선을 지나 서리풀공원 봉우리를 만든다.
주능선은 서초동쪽으로 이어져 가는데 작은 맥 하나가 남쪽 관악산을 보고 내려와 끝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관악산의 험한 석산 살기는 모두 사라지고 순한 흙산으로 변했다.
그 자리에 효령대군 묘가 위치한다.
현무에서 묘까지 내려오는 산줄기는 마치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용의 기세만큼 혈도 크고 단단하다.
비록 도시화가 되었지만 주변 산과 언덕들은 모두 이곳을 향해 감싸주고 있다.
도심 한 가운데 이런 대혈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전주이씨 중에서도 효령대군파가 가장 번창하였다.
인구가 50만 명이 넘고 수많은 역사 인물들을 배출하였다.
이는 대군의 음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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