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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사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초암 정만순 2021. 5. 13. 09:13

한국의 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불교 1,000여 년 이어온 僧院·수행공간으로서 가치 등 유형·무형 문화재 평가받아

 

 

 

1,000여 년 가까이 불교의 절대적인 영향권에 있으면서 불교문화의 지속적이고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한국의 불교문화유산이 마침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의 13번째 세계유산.‘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2018년 6월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성,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에 해당한다고 결정돼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총 7개 사찰로 구성돼 있다.

이 사찰들은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세계유산 등재된 '한국의 산사' 7곳

 

선암사.

 

마곡사.

 

대흥사.

 

통도사.

 

봉정사.

 

법주사.

 

부석사.

 

 

 

2017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된 이후, 1년 반 동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심사를 받았다.

국제기념유적물협의회는 지난 5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7개 산사 중 연속유산으로서의 선정 논리 부족 등을 이유로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4개 산사만을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문화재청(청장 김종진)과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대사 이병현), 외교부(장관 강경화)로 이뤄진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 대표단은 위원회에서 7개 산사 모두 등재될 수 있도록 세계유산 위원국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지교섭을 해왔다.

그 결과, 6월 30일 오후에 있었던 등재결정 논의 과정에서 위원국인 중국이 7개 산사 모두 등재할 것을 제안하면서 21개 위원국 중 17개국이 공동 서명했고, 20개 위원국이 지지발언을 하면서 전체 위원국의 지지를 얻어 등재에 성공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문화유산 6개, 자연유산 4개로 나뉜다.

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해도 세계유산이 될 수 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세 번째 기준인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유네스코는 판단한 듯하다.

 

산사 등재결정과 함께 세계유산위원회는 추가로 4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 내 건물 등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 산사의 종합정비계획 마련, 등재 이후 증가하는 관광객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산사 내 건물신축 시 세계유산센터와 사전에 협의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는 비지정문화재까지 포함해서 산사 내 모든 구성요소에 대해 더욱 강력한 보존과 보호관리를 주문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수행하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세계유산적 가치가 잘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25개 사찰 중 자료 신뢰할 만한 7곳 확정

 

 

 

이번에 등재된 한국의 산사는 전통사찰, 산지입지, 국가지정문화재 보유 여부를 일차 선별기준으로 적용했다.

전통사찰법에 의해 인정된 사찰은 총 952곳이었다.

이어 산지 입지조건을 충족한 사찰은 785개로 좁혀졌다.

이를 다시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했는가의 기준을 적용하면 63개 사찰이 해당했다.

 

두 번째로는 7~9세기 창건여부와 그 창건시기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의 신뢰성 여부가 대상 선정의 기준이 됐다.

63개 사찰 중 신뢰할 수 있는 관련 자료·역사서·지리지·고문서·중수기·금석문·고지도·회화 등으로 7~9세기에 창건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사찰은 25곳으로 나타났다. (표 참고)

 

최종적으로 불교의 전통을 수행하는 선원禪院을 운영하고 있느냐와 원래 지형을 유지하고 있는가의 기준을 적용한 결과 이번에 등재된 7곳만 모든 기준에 충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7개 사찰은 7~9세기 창건 이래 현재까지 지속되어 온 한국불교의 초기 발전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됨으로써 그 가치가 확실히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순천 조계산 송광사나 합천 가야산 해인사, 구례 지리산 화엄사, 김천 황악산 직지사 등은 대찰로서 등재된 7곳보다 대중에게 더욱 널리 알려져 있으나 등재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세계유산등재위원회에 참석했던 조계종 문화부 종민 스님은 “한국사찰은 역사성이나 문화유산의 전통성, 연속성 면에서 이번에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며 “여기서 빠진 대찰들은 기록이 미비하거나 건물이 유실되는 등의 약간의 결격사유가 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삼보사찰 중의 하나인 승보사찰인 순천 송광사의 경우 9세기 무렵 길상사라는 작은 암자로 시작했으나 현재와 같은 대찰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12세기 후반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주석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송광사는 7~9세기 창건이라는 기준을 충족 못 시켜 빠졌다.

 

 

법보사찰인 해인사는 9세기에 창건됐고, 이를 증명하는 관련 기록도 확인됐지만 이후 고려시대의 상황을 알려주는 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또한 고려대장경이 해인사로 이운된 것도 조선 초이다. 따라서 해인사는 ‘관련 자료의 신뢰성’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제외됐다.

더욱이 해인사는 근대에 들어 진행된 건설공사로 인해 사찰 중심 영역의 원형이 변형된 것도 빠진 원인이 됐다.

 

 

구례 화엄사도 해인사와 마찬가지로 고려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사찰의 중수와 중창에 관한 자료가 충분하지 못하고 이론의 여지가 있어 ‘자료의 신뢰성’ 기준을 충족 못 시켜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천 직지사도 건물의 형태가 상당 부분 변형된 것이 제외 원인이었다.

 

 

부산 금정산 범어사나

 

 

고창 선운산 선운사의 경우는 건물 형태의 원형성 유지에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 아쉽게도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유산 현황은 지난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이 등재된 데 이어, 1997년엔 창덕궁과 수원 화성, 2000년엔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과 경주역사지구, 2007년엔 제주도 화산섬 및 용암동굴, 2009년엔 조선왕릉, 2010년엔 하회·양동마을, 2014년엔 남한산성, 2015년엔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이어 이번에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등재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