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뜨기
고향이 시골이어서 어린 시절 꼴이라도 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식물이 있는데, 바로 쇠뜨기다.
쇠뜨기는 소가 심드렁하게 노니는 논 뚝이나 숲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경사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이다.
그런데 봄에 돋아난 것은 초록색이 아니어서 식물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사람이 많고,
더욱이 두 가지 모습으로 변신해 한 식물을 두고 서로 다른 종류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쇠뜨기를 정확히 알고 나면 자연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렇듯 보잘 것 없는 잡풀이 귀한 약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쇠뜨기는 속새과에 속하는 여러 해 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논 뚝 이외에도 개천가, 길섶,
구릉지는 물론 1,000m의 높은 산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북반구 전역에도 널리 퍼져있어 분포지역이 아주 넓다.
식물학적으로 따지면 진화가 덜 된, 고사리보다도 더 원시적인 분류군이다.
쇠뜨기는 아주 다른 두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른 봄 논 뚝에서 돋아 나는 뱀 머리를 닮은 연한 갈색의 식물체는 번식에 필요한 기관으로,
포자로 번식을 담당하므로 생식경(生殖莖)이라고 부른다.
포자가 잘 익어 사방에 퍼지고 나면 이 줄기는 사라지면서 영양생장 즉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그래서 우리가 비로소 식물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녹색의 개체가 다시 생겨나는데 이를 영양경(營養莖)이라고 부른다.
고향을 시골에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쇠뜨기를 알고 있다.
소가 뜯어먹는 풀이라 하여 쇠뜨기라 하였는데,
얼마나 논둑 밭둑에 흔하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싶다.
이른 봄에 나타난 모양이 뱀을 닮아서인지 아니면 이 식물이 나는 곳에 뱀이 있어서인지
여하튼 이 풀을 뱀밥이라고도 부른다.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은 호스 테일(horse tail), 즉 말꼬리다.
얼마 전만해도 쇠뜨기는 그저 흔한 잡초거나 간혹 문형(門荊)이라는 생약명으로 한방에서
사용했는데 이뇨, 혈압강하, 지혈, 심장 수축력 증가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다 최근 일본을 비롯해 독일ㆍ
영국 등에서 쇠뜨기에 대해 깊이 연구한 결과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주성분인 규산염은 뼈의 성장과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작용을 하고,
면역기능을 활성화한다.
만병 통치약과도 같은 이런 효과가 알려지자 뽑아도 뽑아도 뿌리의 끝을 모르겠다며
귀찮아 했던 잡초가 하루아침에 귀한 약초로 변신했다.
이런 소문이 나던 때는 들에서 쇠뜨기를 볼 수 없는 겨울이어서 시중에 남아 있던
쇠뜨기는 가격이 갑자기 치솟았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곧 제 2의 쇠뜨기 파동으로 이어진다.
쇠뜨기를 잘못 먹고 탈이 난 사람들이 사방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쇠뜨기는 박과 식물등과 함께 먹어야 하는데,
이를 모르고 잘못 섭취하거나 과용했을 경우에는 폐진증이 발발하고,
갈비뼈 사이에 종양이 생기며, 저혈압 환자는 극도로 쇠약해지는 등 무서운 독약으로 변한다.
이 같은 부작용을 모르고 그저 좋다는 말만 듣고 과용해 탈이 났다.
잘 먹으면 약이요, 못 먹으면 독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 엄청난 식물 파동이었다.
쇠뜨기는 먹기도 하는데,
생식경을 쪄먹거나 껍질을 벗겨 양념장에 찍거나 조림을 하면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기거나 장에 박아 두었다 장아찌를 해먹어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외국에서는 화장품, 샴프, 린스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 가정에서는 세발용, 세탁물 표백용, 그릇 닦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환경 제품인 셈이다. 최근에는 다소 습한 지역의 지피식재로도 고려되고 있다.
녹색의 늘어진 영양경의 모습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쇠뜨기는 아무리 흔한 잡초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자연에는 정말 예사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