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水 天下/나는 자연인이다

우리땅 영지 순례 - 팔공산 중암암

초암 정만순 2021. 2. 18. 18:20

우리땅 영지 순례 - 팔공산 중암암

 

 

 

삼법인을 증득하여 극락굴로 들어가니 불계이며,

돌구멍을 통하여 중암암에 들어서니 선계로세

 

 

 

 

 

팔공산(八公山) 은해사골은 골짜기 전체가 화엄불국토(華嚴佛國土)이다

 

 

 

팔공산 주능선 남녁에 동화사가 있다면 산 동녁에는 은해사가 있다

즉 남동화(南桐華) 동은해(東銀海)다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에서 동남으로 뻗어내린 용맥이 솟아올라 운부봉을 만들고 연이어 은해봉을 만든다

은해사골은 운부봉(雲浮峰)에서 동으로 꿈틀대며 흐르는 좌청룡과 은해봉(銀海峰)에서 동으로 용틀임친 우백호가 크게 둘러싸고 두개의 지맥이 골을 갈라 새개의 작은 골을 만든다

골의 좁은 입구인 수구처(水口處)에 은해사가 자리잡고 있어  마치 병 주둥이를 막고 골짜기의 지기가 새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듯 하다

 

은해사에 딸린 산내암자는 일곱여개가 되며 산 줄기며 골마다 고루 자리잡고 있다

이 중 유서깊은 암자는 북마하연 남운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한제일의 참선 도량인 운부암, 계율이 엄격하고 비구니 참선 도량인 백흥암, 몸은 비록 속세에 있으나 마음은 극락에 있다는 뜻을 지닌 비구 참선도량인 기기암, 원통전 전각 안에 묘한 바위가 머리 박고 들어와 있는 묘봉암, 돌구멍 절 중암암 등이다

 

 

돌구멍을 들어서면 작은 내원궁(內院宮) 중앙암이 나타난다

 

 

 

 

중암암은 은해사 산내 암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약 660m)에 위치해 있다.

묘봉암과 함께 그 높이도 비슷하다

 

중암암(中岩庵)은 이름 그대로 바위 가운데 있는 암자다.

우리말로  ‘돌구멍 절’이라고 한다.

 

 

입구에 큰 바위 둘이 양편에 삼각형 문처럼 버티고 있어 마치 무협소설의 선대 장로 폐관수련지(閉關修練地) 같은 느낌이 난다

법당은 큰 바위 틈에 비좁게 자리잡아 10평도 되지 않는 작은 규모다.

법당 앞에 서면 묘봉과 노장바위 등이 코앞에 보이는데 삼불봉(三佛峰)의 형태로 보인다

부드러운 육산형의 능선에 아름다운 석봉이 보이니 여간 상서러운게 아니다 

 

 

통일 신라 때인 834년(흥덕왕 9년) 동화사를 창건한 심지왕사(心地王師)가 원효스님이 토굴을 짓고 정진하던 이 자리에 창건했다.

심지왕사는 동화사를 창건 한 후 이 곳으로 와 중암암과 골짜기 건너편에 묘봉암을 창건했다.

중암암과 마찬가지로 묘봉암 또한 암봉 아래 자리잡고 있는데 서로를 그리워하는 벗 같아 몹시 흥미롭다

 

중암암 일대의 암봉에는 원효스님, 김유신장군, 영파스님 등 정신계 고단자와 무술 고수들의 흔적이 강한곳으로 고대로 부터 근대에 이르기 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이 터가 영험한 자리임을 증명하는 것이며 또한 수행자들의 보금자리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참선을 하든, 내공수련을 하든지, 기도를 하면 강력한 지자기의 영향을 받아 독맥과 임맥이 타통(打通)된다

그러면 소주천(小周天)이 이루어지며, 백회(百會)가 열려, 심안이 계발되고 영능력이 생기며, 육신의 병마가 치유되어 강인하고 건강한 신인간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김유신, 장군수(將軍水)를 마시고 고송검을 휘둘러 무성(武聖)의 경지에 오르다

 

 

 

물은 공기와 함께 인간 생명 보전에 필수 불가결의 가장 중요한 물질요소이다

그러나 공기는 어느 곳인들 다 있지만 물은 아무 곳에서나 얻을 수 없다

특히 산중 고지대에서 물을 구하기란 아주 어렵고 그러기에 수도처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근처에 샘이나 우물이 있냐는 겄이다

물이 계속 나오고 수량이 풍부하면 오랫동안 수행처로 선호되고 많은 대중이 모여 들지만 수원이 끊어지면 수행터로서의 구실을 상실하는 것이다

 

장군수는 김유신 장군이 화랑시절 중암암에서 심신을 단련할 때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바위 구명에서 물이 나오니 영수가 틀림없다

일반 우물과는 품고 있는 영기의 차원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이번 방문길은 겨울 갈수기 인지라 물은 찿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김유신은 경주 단석산에서 용천검을 쥐고 절암검법(截岩劍法)으로 단숨에 바위를 잘랐는데 그 단석(斷石)이 정상에 남아있다

이곳 에서도 화랑 김유신은 무공을 수련하며 병법을 연마하여 삼한일통의 대업을 향한 꿈을 차곡차곡 실천해 나갔을 것이다

그럼 이곳에서 그는 과연 무슨 검법을 수련하였을까 궁금증이 인다

아마 고송검법(古松劍法) 이었을 겄이다

만년송과 고송검법! 이름이 썩 어울리지 않는가?

 

 

중암봉(中岩峰), 온갖 오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개성를 자랑하며 조화롭게 모여 수도장을 만들다

 

중암암 뒤편 암봉을 중암봉이라 한다

집채같이 우람한 이 바위 군락들은 온갖 모습으로 자기 자랑을 한다

하나같이 모난 구석이 없이 둥글거나 평탄하다

위로 몇칸씩 바로 쌓아 올려져 있기도하고 옆으로 서너개씩 평평하게 드러눕기도 한다

아니면 지그재그로 얼켜 온갖 공간 연출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어느 하나 밀착하지 않고 작은 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다닐 만한 문을 만들어 놓는데 그게 수직문이기도 하고 또는 수평문이기도 하다

그 문 뒤로는 하나같이 작은 공간들이  있는데, 한 사람부터 일곱여덟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천연적으로 만들어 져 있다

지붕이 없는 밀실이다

그 자리에서 좌복을 깔고 앉거나 아니면 낙엽을 끌어모아 방석을 만들면 훌륭한 좌선터가 된다

참으로 기막힌 하늘이 낸 수행터다

여기서 참선을 하거나 내공수련을 하면 지기의 도움을 받아 속성할 수 있는 명당지인 겄이다

 

이 일대는 중암암이 자랑하는 만년송, 삼인암, 극락굴이 밀접하게 모여 있는데 제일 위쪽 암군에 만년송이 있고 돌구멍을 따라 아래로 빠져 나오면 삼인암이 나온다

삼인암에서 또 아래로 빠져 나오면 극락굴이 나오고 극락문을 나서면 바로 삼층석탑이 모습을 나타낸다

 

 

 

중암암 위쪽 암봉 바위들 가운데 우뚝 서있는 소나무가 있는데 그 이름이 만년송(萬年松)이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오르고 가지가 땅을 향해 자라서 수평으로 길게 굽어져 있다. 

참으로 멋진 자태로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촬영 대상 이기도 하다

나무가 전체적으로 건강하게 보이는데 그 이름 그대로 한 만년 살아 인간 세상을 길이 굽어보면 좋겠다 

가히 보호수 급인데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다

 

 

삼법인을 증득하니 살아있는 부처일세!

 

 

 

 

중암암 법당 뒤 봉우리에 바위 3개가 연결된듯 길게 나란히 놓여있다.

삼인암(三印岩)이다.

그 중 오른쪽 바위에 삼인암(三印岩) 이라는 글씨를 새겨 놓았는데 서체가 매우 유려하고 강인한 느낌이 드니 명필임이 분명하다

특히 바위 암(岩) 자의 머리부분 산(山) 자는 봉우리 세개 형상으로 새겨놓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든다

 

인(印)자로 미루어 보아 불교의 삼법인(三法印)을 말함이 분명인데 삼법인은 부처의 가장 기본 되는 가르침이다

이 삼법인의 도리를 알면 생노병사는 물론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도장을 찍은 듯 분명한 진리요 오래도록 머물 가르침이기에 이렇게 바위에 새겼나 보다. 

 

 

법인(法印)은 ‘법의 표지’ 를 뜻한다.

이 법인사상은 석가모니의 정각(正覺)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어느 불경이든 법인사상에 합치되면 이를 부처의 진설(眞說)이라 인정한다

만약 법인사상에 어긋나면 이를 바른 불설(佛說)이 아니라고 판정하게된다.

 

삼법인은 불교의 근본교리를 이루는 세 가지 진리를 말함이니 불교의 근본사상은 이 삼법인을 떠나서 논할 수 없으므로 자세히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삼법인은 곧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이며, 이 세 가지에 일체개고(一切皆苦)를 더하면 사법인(四法印)이 된다.

불교의 핵심 사상이니 만큼 삼법인 각각의 뜻을 새겨보자.

 

제일 처음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제행이란 생멸변화하는 일체의 현상법을 가리키며, 유위(有爲)와 같은 뜻이다.

모든 현상은 잠시도 정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멸변화하므로 제행은 무상하다고 한다.

제행이 무상하다는 것은 눈 앞의 사실로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며, 특별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레서 법인 중에서 제행무상을 가장 앞에 두게 된 것이다.

 

두번째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이다

제법의 법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이 제법은 제행과 마찬가지로 현상으로서의 모든 법을 뜻한다.

무아는 ‘아가 없다.’, ‘아가 아니다.’는 뜻이며, 아(我)란 생멸변화를 벗어난 영원불멸의 존재인 실체 또는 본체를 뜻한다.

 

세번째는 열반적정(涅槃寂靜)이다

열반은 ‘불어 끄는 것’ 또는 ‘불어서 꺼져 있는 상태’라는 뜻으로, 번뇌의 불을 불어서 끄는 것이다.

불교의 이상(理想)은 곧 열반적정이다.

석가모니는 인생의 고(苦)를 불가피한 것으로 우선 단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극복할 수 있고, 극복을 통해 얻게되는 종교적 안심(安心)의 세계가 열반적정의 세계이다.

 

 

원효대사와 영파화상의 수행담이 서려있는 은밀한 수도처

 

 

 

삼인암에서 내려서면 극락굴이다.

아주 좁아서 몸집이 큰 사람은 드나들 수가 없다.

원효스님이 이 굴에서 ‘화엄경 약찬게를 외우다 화강삼매(火光三眛)에 들어 불빛을 발산했더니 그 힘으로 바위가 갈라지고 그간의 의문이 풀려 화엄경소를 완성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원효대사는 팔공산 인근 경산 자인 태생이다

어리적부터 팔공산을 보고 자랐고 그 자락에서 심신을 단련했을 겄이다

출가해서는 오랜 세월을 팔공산에서 수도를 했는데 아마 이곳에서 득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효는 다름아닌 팔공산이 길러낸 성승(聖僧)인 것이다

 

조선 말기 영파스님이 어느 여름 이 굴에서 정진하다가 삼매에 드는 바람에 학인들 강의시간도 놓치고 밤이 늦도록 스님이 오지 않아 큰 절 대중들이 모두 찾으려고 나와보니 굴 속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감복하여 스님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이 도량에서 공부를 하거나 청정히 계를 지키고 기도하면 만사형통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바로 알면 몸이 아무리 커도 좁은 굴을 통과 못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설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극락굴 아래에서 중암암으로 내려서면 단아한 탑이 맞이한다.

우람한 바위 절벽 밑에 주저앉아 있기에 더욱 앙증맞고 귀엽다

고려시대 초기에 조성한 삼층석탑이다.

일당일탑(一堂一塔)의 설계 구상으로 암벽아래에 터를 조성하고 축대를 쌓아 서쪽에는 법당 동쪽에는 탑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중암암이 높은 바위 절벽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가장 우습게 표현한 이야기는 해우소에 얽힌 이야기에 나와있다.

지금은 없어 졌지만 예전에 바위 틈에 있었던 해우소는 전국 사찰에서 가장 깊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그 내력은 다음과 같다.

 

어느 선원에서 통도사 해인사 돌구멍 절 스님이 함께 정진했다.

각자 자신의 절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랑을 했다.

통도사는 대찰 답게 법당 문이 워낙 커서 한번 문을 열고 닫으면 문지도리에서 쇳가루가 한말 석 되나 떨어진다고 했다.

해인사 스님은 스님들이 많아 공양간 솥도 커서 동짓날 팥죽을 쑤면 배를 저어야 한다고 허풍을 떨었다.

바위 틈에 매달린 듯 작은 암자에 불과한 돌구멍 절에서 온 스님은 절이 크지도 않고 스님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다른 자랑거리를 내놓았다.

해우소가 하도 깊어서 정월 초하루 날 볼 일을 보고 나오면 섣달 그믐날 떨어진다며 자랑했다.

천길 바위 틈에 만든 해우소가 그만큼 높은데 있다는 것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지금 중암암은 예전의 한채짜리 지붕을 가진 콧구멍 만한 절이 아니다

탑 오른쪽에 새 터를 넓게 닦아 요사채와 선원도 지었고 떨어지는 소리가 곧바로 들리는 해우소도 있다.

전기도 들어오고 종무소 앞마당까지 차도 들어온다.  

절은 커지고 생활은 편리해진 반면 과거의 신비한 경관은 많이 퇴색한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시대따라 절 규모는 커지기도 하고고 또 작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좀 더 정갈하고 고즈녁한 모습의 중앙암이 오래도록 이인고사들이 무수히 배출되는 수도장이 될수 있게 누군가는 만들고 지켜주어야 겠다

나만의 생각일까?
 

 

 

 

 

팔공을 떠나며 시 한 수 읇조린다

 

五香抱靑山 (오향포청산)

오색 향기가 온 청산을 감싸 안으니

不供佛與仙 (불공불여선)

부처니 신선이니 부러울것 하나없네

長嘯踏登天 (장소답등천)

휘파람 길게불며  하늘을 밟고 서서

披空握龍頸 (피공악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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