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닭실마을
암탉이 알을 품듯 아늑하고 포근한 땅
※ 닭실마을=
충재 권벌을 중심으로 일가를 이룬 안동 권씨 집성촌으로 500년을 이어온 마을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이 꼽은 삼남(三南) 4대 길지(四大吉地) 중의 한곳.
전통한과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종택과 석천정사 등 충재 관련 유적은 사적 및 명승 제3호로 지정돼 있다.
작년에 옮겨 지은 충재기념관에는 보물로 지정된 '충재일기' 등 4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행정구역명은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다.
닭실마을은 아늑하다.
먹이를 노리는 솔개가 하늘을 맴돌 때 어미닭이 새끼를 보듬어 보호하듯, 쏟아지는 소나기에 암탉이 병아리를 품어주듯 그렇게 포근하고 평화롭다.
풍수를 떠나 분위기 자체가 정겹다.
주위의 산세가 풍기는 기운이 그러하단 얘기다.
닭실의 지형을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라고 한다.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세다.
일반적으로 이 형국은 산세가 험하지 않다.
올망졸망한 산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있다.
닭실도 그러하다.
전혀 험한 기운을 찾아볼 수 없다.
비단결 같은 산과 물이다.
풍수에서 명당은 크게 장풍국(藏風局)과 득수국(得水局)으로 나뉜다.
전자는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인 곳에 형성된 혈(穴)과 주변 형국을 말함이요,
후자는 혈의 3면이 큰물로 둘러싸인 곳을 말한다.
대구와 개성을 장풍국, 서울과 평양을 득수국 명당으로 꼽는다.
닭실은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여 있다.
장풍국의 지세다.
그 산들은 높지도 낮지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와 거리를 두고 마을을 감싸안고 있다.
부드럽고, 아름답다.
장풍국의 형국은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살피면 알아보기 쉽다.
닭실의 금계포란형국은 수구(水口)에서 보면 확연하다.
물의 출구인 닭실의 수구는 마을의 앞, 오른쪽에 있다.
이곳에서 보면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 아래 부채 모양의 낮은 구릉이 펼쳐져 있다.
그 아래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구릉과 산이 닭의 날개가 되고 몸통이 된다.
집들은 닭이 품고 있는 알이다.
그래서 금계포란형이다.
어미닭이 알을 품고 있는, 그지없이 평화로운 기운이 넘치는 지형이다.
닭실에서 물은 최상의 조건이 된다.
물의 흐름이 그러하고 수구의 조임이 그러하다.
물은 환포하는 것을 최상으로 친다.
둥글게 마을을 감싸 안는 물이다.
닭실의 물이 이러하다.
수구가 벌어지면 기(氣)가 모이지 못한다.
생기가 빠진 땅은 사람이 거주할 곳이 못 된다.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 했으니 재물도 공염불이 된다.
닭실의 수구는 가히 교과서적이다.
안산과 백호가 팔짱낀 양손처럼 관쇄되어 틈새가 전혀 없다.
마을에선 전혀 그 위치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수구다.
마을 주변의 산들도 어느 한 곳도 등을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마을을 둥글게 감싸고 있다.
마을 왼쪽에서 뻗어내린 청룡은 앞산까지 이어진다.
안산까지 겸한다.
청룡이 안산을 겸하면 청룡작국이 된다.
청룡이 강한 곳이다.
부(富)보다는 귀(貴), 즉 인물이 위주가 된다.
종택의 오른쪽에 청암정(靑巖亭)이 있다.
거북을 닮은 너럭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다.
이 정자엔 재미난 얘기가 전해진다.
원래 이 정자는 온돌방으로 지어졌다 한다.
그런데 불을 지피니 바위가 울더란다.
마침 지나가던 노승이 이를 보고 '거북 등에 불을 때니 거북이 울 수밖에 더 있겠느냐'며 마루방으로 개조하라 하였다 한다.
그래서 마루방 형태다.
주변의 연못은 물속의 거북을 위한 것이라 한다.
이 청암정은 자연과 인공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댐, 도로 그리고 집, 공장…. 그 아름답던 산은 깨지고, 그 많던 물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간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 중용(中庸)의 도(道)가 무엇보다 아쉬운 때다.
인간은 자연에 기대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