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강읍 창녕 조씨 시조 묘
꿩이 숲속에 엎드린 듯 아늑한 지세
조계룡 묘 원경.
한 마리의 꿩이 날개를 펼치고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산의 흐름이 물결이 이는 것처럼 부드럽다.
원내가 묘역이다.
산진처에 자리한 묘역.
앞으로 안강들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창녕조씨 시조 묘=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에 있는 태사공(太師公) 조계룡(曺繼龍)의 묘.
조계룡은 신라 진평왕의 부마(駙馬, 임금의 사위)로,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춘추와 김유신을 배후에서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묘역은 두 개의 분묘로 이루어져 있으며, 뒤의 분묘는 말무덤으로 전해진다.
재사(齋舍)인 종덕재(種德齋)의 정당(正堂)은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91호다.
인근 옥산리에 옥산서원(玉山書院)이 있으며,
맞은편 안강들 너머 강동면엔 영남의 길지(吉地)로 알려진 양동마을이 위치한다.
상서로운 날짐승하면 생각나는 게 봉황(鳳凰)이다.
천상의 닭을 상징하는 금계(金鷄)도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상상 속의 새다.
우리들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꿩은 아니다.
실제 존재하는 동물이고 잡아먹기도 한다.
예전엔 꿩도 상서로운 새였다.
악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오는 영물이라 여겼단 얘기다.
그러기에 조선시대 왕비의 대례복에 꿩을 수놓았고, 초례상 신랑신부의 맞절 때도 등장했으며, 폐백 시에도 꿩고기 포(脯)를 놓고 신부의 절을 받았다 한다.
신과 인간의 매개자였던 무당의 모자에도 깃을 꽂아 권위를 상징했다.
그러고 보면 꿩은 영광과 위용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풍수 형국론 중 비봉포란(飛鳳抱卵), 비봉귀소형(飛鳳歸巢形)이 있다.
이 형국들은 봉황을 닮은 지세를 뜻한다.
한, 두 번 쯤은 들어봤음직한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은 천상의 닭이 알을 품고 있는 자리를 의미한다.
꿩으로 나타나는 형국엔 복치형(伏雉形)이 있다.
말 그대로 산의 모습이 엎드려 있는 꿩을 연상시키는 지형이다.
이런 지세엔 꿩을 노리는 포식자가 구비되어야 한다.
매나 독수리가 된다.
매가 노리는 꿩, 꿩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긴장하면 기운이 모인다.
조계룡의 묘가 복치혈이다.
산의 생김새가 꼭 닮았다.
날개를 적당히 펴고 알을 품고 있는 어미 꿩의 모습 그대로다.
주맥 상의 산봉우리들 중엔 응봉(鷹峰)이란 명칭도 보인다.
이는 매를 대신함이다.
나약한 꿩은 몸을 숨겨야 한다.
여기에선 겹겹으로 두른 뒷산과 주변의 숲이 포식자의 눈에 뜨이지 않게 하는 장막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좌우와 뒤쪽 산들의 환포성(環抱性)이 뛰어나다는 얘기가 된다.
풍수에선 원을 중시한다.
주위의 산이나 물이 둥글게 둘러싸야 명당이 된다.
용맥은 살아있어야 한다.
산의 변화다.
묘 뒤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보면 맥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솟을 곳은 솟았고, 꺼질 곳은 꺼졌다.
기복(起伏)의 확실함이다.
기복이 확실해야 땅의 기운이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흐름도 일품이다.
풍수서적 기본편에 언급되는 지현자(之玄字) 산세 흐름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이 묘는 야트막한 구릉지에 있다.
앞이 막힐 만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아니하다.
앞은 드넓은 안강들이다.
그 너머엔 양동마을의 주산이 되는 설창산도 보인다.
안조산(案朝山)인 셈이다.
그 모습도 아름답다.
둥근 듯, 일자(一字)인 듯 그 모두가 귀한 사격(砂格)들이다.
안산으로선 거리가 다소 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적당한 높이의, 아주 편안한 모습이다.
이는 묘가 있는 곳이 야산이지만 그만큼 앞이 트였다는 말도 된다.
즉 풍수용어로 산진처(山盡處)란 얘기다.
모름지기 지기(地氣)는 산이 끝나는 지점에 모인다 했다.
예부터 전해오는 얘기 중에 '꿩이 알을 품는 자리는 명당'이란 말이 있다.
이는 본능적으로 좋은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 이 힘을 꿩이 가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꿩이나 복치혈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묘역에 앉아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게 아늑함이다.
이렇듯 편안한 마음이 드는 명당은 전국서도 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