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사암오행침

사암침과 맥에 대한 단상

초암 정만순 2020. 4. 26. 13:41

사암침과 맥에 대한 단상

 

 

글에 앞서서 : 보법과 사법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보법은 경락이 흐르는 방향으로 침을 놓으면서도 살살 놓는 것이고, 사법은 경락이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침을 놓으면서도 팍 찌르는 것입니다.

사암침은 음양오행, 육기에 기반을 둔 침법입니다.

한때 저는 이 침법을 제대로 쓰지 못해 효과가 없다고 오해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하며, 이만큼 날카롭고 효과적인 침법도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것을 어떤 선생님께 사사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오행침에 대한 눈을 뜨게 된 계기가 있었죠.

요양병원에 근무하며 같이 일하던 선배님께 화침(和針)에 대해 배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정경침법과 동씨침법만 쓸 수 있었죠. 제가 아무리 해도 못 고친 환자분의 통증을 그 선배의 화침 몇 개가 드라마틱하게 고친 거예요. 그것을 보고 제가 충격을 받았고, 그 침법이 너무 신기해서 가르쳐달라고 조르고 졸라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깡촌한의사가 정리해본 화침의 써머리.

★촌관척 각 부위를 비교했을 때 오렌지 색이 크게 잡히는 맥이고, 흰 색은 작게 잡히는 맥입니다.

음경 양경 보사가 거꾸로인 점 명심하세요!

화침은 오행침법(오수혈을 통해 몸의 오행을 조절하는 침법)의 한 종류에요.

우선 맥진을 통해 오장 육부의 불균형을 5가지 패턴화하고, 그 패턴 속에서 침 4개로 몸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 기본이에요.

그 외에도 필요한 경락에 몇 개씩 침을 더 놓거나 덜 놓을 수도 있지요.

이러한 이론의 근거는 難經의 69難과 75難 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패턴을 저도 공부하고, 일일이 환자분들 맥을 본 다음 환자분들께 시술해 드렸어요.

저 역시 상당한 효과를 봤습니다.

막혔던 부위가 풀리고, 중풍 환자의 차가웠던 발이 따뜻해지고, 어깨, 허리, 신장결석으로 인한 통증 등 무수한 통증질환이 사라지며, 소화기 문제, 순환기 문제, 기관지 문제, 어지럼증, 안이비인후과 질환 등 수도 없는 질병이 치료되었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신장결석이 움직여 동통이 심하던 환자였어요.

진통제도 안 듣고, 침으로 통증을 줄일 수 없을까 해서 오셨어요.

맥을 잡아보니, 좌 촌관척은 실하고, 우 촌관척은 약한 수실맥이었어요.

경거, 족임읍을 보하고, 상양, 대돈을 사했어요. 하나하나 침을 놓을 때마다 배의 압통을 확인했죠.

처음 누를 때 통증이 10이다가, 마지막 대돈을 사할 때는 1-2정도로 많이 줄었고, 침을 다 맞을 때는 통증 없이 일어나셨어요.

그 후 저를 볼때마다 그때 너무 신기했다며 고마워하셨죠.

일하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오신 환자분도 있었어요.

좌측 촌관맥과 우측 관맥은 강하고, 우측 촌맥과 좌측 척맥은 약한 목실맥이 나왔어요.

이 환자 역시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허리를 들어보라고 하고, 통증을 확인한 이후 침을 하나하나 놓아갔어요.

음곡 양곡 보, 소부 족통곡 사. 처음 통증 10이었다가 마지막 족통곡을 사할 때는 0으로 줄었고, 한 번만에 허리 통증이 사라져서 칭찬카드를 써주셨었죠.

그리고 맥을 잘 못 보거나 할 경우는 침이 효과가 거의 없거나 속이 답답하거나 어지러운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그만큼 이론과 실제가 부합한다는 뜻일 거예요.

하지만 화침을 놓으면서도 어떠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바로 제시한 맥의 패턴에 맞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그러한 한계를 어떻게 조절할 수 없을까 하다가 같은 오행침인 사암침을 더 깊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암침이 훨씬 잘 듣는 많은 케이스를 경험하게 되었지요.

다양한 책을 찾아보다가, 사옥 김형관 선생님이 쓰신 '사암오행침구총론'을 읽게 되었는데요.

이것을 읽어보니, 화침이 더욱 깊이 이해 갔습니다.

그리고 사암침도 역시 맥을 보고 놓아야 한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그래서 맥을 잡고, 한열 허실의 문제를 구분하고, 오장 육부의 허실을 구분한 후에 침을 놓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더욱 환자분들의 질환을 폭넓게 다스려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어깨 면 어깨, 내장 문제면 내장 문제... (물론 모든 질병을 사암침만으로 고친다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 있는 내용은 다 적용해 보았습니다.

한 가지 예가 허탈에 빠진 환자의 기운을 나게 한 경우였습니다.

보통 기력이 엄청 쇠진해있는 분들은 침을 잘 못 놓으면 더욱 까라지고 졸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침으로 몸을 정밀히 조절해야겠죠.

그 환자의 경우는 심한 과로로 인한 탈진이었습니다.

맥은 매우 가라앉아있고, 느리고, 잡힐 듯 말듯한 맥이었고요.

촌관척맥중 좌측 촌, 관, 척은 다 약하고, 우측 촌, 관만 강했습니다.

이 말은 몸이 전체적으로 차져있고, 허약해져있고, 폐와 비장이 상대적으로 심장, 간, 신장에 비해 강해져있다는 뜻이고요.

심장, 간, 신장을 한꺼번에 보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충혈과 대돈혈은 보(補, 보강) 하고, 태백혈은 사(瀉, 빼기) 합니다.

이 경우 책에 나온 대로 심경의 목혈인 소충(小衝)과 간경의 목혈인 대돈(大敦)을 보합니다.

목생화(木生火)죠. 그리고 신장을 보강하기 위해 신장을 억제하는 비경의 토혈인 태백(太白)을 사합니다.

토극수(土克水)를 억제한 것이죠.

그렇게 놓고 배에 뜸을 떠줬죠. 몸이 따뜻해지도록 말이죠.

오행에 관한 내용은 밑에 링크를 참조해주셔요.

 

깡촌한의사가 생각하는 오행

지난번 음양오행 육기가 왜 한의사에게 중요한 화두이냐를 말씀드렸고, 음양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어요. ...

blog.naver.com

세 개의 침으로 환자분은 푹 주무셨고, 금방 기력을 회복하셨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얻은 결론은, "사암침은 맥을 알아야 제대로 놓을 수 있다"였습니다.

맥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몸의 상태까지 면밀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이 아니더라도, 우리 인체의 음양오행의 불균형을 제대로만 파악할 수만 있다면 사암침법은 분명 유효합니다.

하지만 증상으로 음양오행의 편차를 파악하기엔 무리가 많습니다.

 

맥은 다릅니다.

가장 근본적인 한열, 허실, 오행 편차를 다 살필 수 있지요.

그렇기에 맥을 봐야 사암침을 제대로 놓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 없이 말이죠.

맥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증상을 참고하여 사암침을 시술한다면, 환자분께 진정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침을 놓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깡촌한의사가 정리해본 사암침과 맥에 대한 써머리.

★촌관척 각 부위를 비교했을 때 오렌지색 박스가 크게 잡히는 맥이고 흰색 박스가 작게 잡히는 맥입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는데요. 기회가 되면, 맥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침놓는 법을 더 자세히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그 기반이 되는 내용은 사옥 김형관 선생님의 '사암오행침구총론' 에 다 적혀 있습니다.

그 책을 보시면 이해가 잘 가실 거예요.

 

작성자 :  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