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리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흔히 자란다.
높이 7∼30cm 내외이다.
잎은 길이 5∼7cm이고 잎집은 평활하며 털이 없다.
꽃은 7∼8월에 피고 길이 6∼10cm인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꽃이삭의 가지는 1개씩 달리지만 밑에서 갈라지므로 돌려난 것같이 보이고 털이 없다.
작은이삭은 녹색 바탕에 자줏빛이 돌고 4∼8개의 꽃이 2줄로 달린다.
포영은 길이가 다르고 수술은 2∼3개이며 꽃밥은 길이 0.25mm 정도이다.
큰비노리(E. pilosa)와 비슷하지만 꽃이삭의 가지와 잎집에 털이 없는 것이 다르다.
아시아·유럽·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잎
잎은 길이 5~7cm, 폭 3mm이고 엽초는 평활하며 털이 없다.
꽃
꽃은 7~8월에 피고 원뿔모양꽃차례는 길이 6-10cm이며 가지는 1개이거나 밑에서부터 갈라지기 때문에 돌려나기한 것같고 겨드랑이와 그 밖의 부분에 긴 털이 없다.
소수는 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며 4~8개의 낱꽃이 들어 있고 길이 2-3.5mm, 지름 1-1.5mm로서 녹색이며 자줏빛이 돌고 까락이 없으며 광택이 있다.
포영은 길이가 다르고 호영은 길이 1.5mm의 넓은 달걀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막질이며 밋밋하고 내영은 호영보다 약간 짧다. 수술은 2~3개이며 꽃밥은 길이 1/4mm정도로서 타원형이다.
열매
줄기
높이 7-30(50)cm이며 가늘고 털이 없으며, 기부에서 가지가 갈라져 비스듬히 선다.
비노리는 운동장, 정원과 같이 일부러 만든 적토지(積土地)나 마당에서 만나는 선구초본식물군락이란 식물사회의 주인공이다. 드물게 밭 언저리에서 자그마한 무리를 만든 것이 보이지만, 밭 식물사회에 끼어 든 수반종(隨伴種, companion species)이지 주인공은 아니다.
그런 비노리의 서식처는 일부러 땅을 다듬어서 만든 학교 운동장이나 가정집 앞마당 같은 곳으로 보통 모래와 잔자갈이 섞인 부드러운 토양으로 마감되어 있다.
비가 내리면 물은 잘 빠진다. 대신 여름 한낮에 작열하는 태양광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처럼 배수는 잘되면서도 사람에게 쉽게 밟히고, 한낮에는 극단적으로 건조해지는 서식처환경이다.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 보통 식물들은 생존하기 어렵다. 열악한 서식환경이니 그 숫자는 얼마 되지 않고 뜨문뜨문 산다.
수분 조건에 따라 크기도 아주 다양하며, 완전히 다 큰 성체가 겨우 5cm인 경우도 있고, 큰 것은 그 10배인 50cm에 이르는 개체도 있다.
몇 포기가 겨우 살만한 극히 건조한 한여름 한낮에는 사람 눈에도 잘 띄지 않아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비노리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럼에도 그 이름은 우리말이다.
한글명 비노리2)는 유래 미상이라고 하지만, 비짜루나 비수리처럼 마당을 쓰는 비(梳, 櫛)와 관련 있어 보인다.
정말로 가량가량한 생명체인데도 손으로 뽑아내지 않는 한, 마당을 비로 쓸어도 끄떡없이 산다.
한자로 화미초(畵眉草) 또는 성구초(星口草)로 명기하고 있는 큰비노리(Eragrostis pilosa)와 혼용된다.
화미(畵眉)란 긴 눈썹이 특징인 새(흰눈썹웃음지빠귀, Garrulax canorus)를 가리키며, 북한에서는 ‘그린 것처럼 아름다운 눈썹’이란 뜻으로 미인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눈썹이 비노리로 이어지는 상상력이 이채롭다. 일본에서는 ‘뜰에서 나는 티끌 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니와호꼬리(庭埃, 정애)라고 부른다. 그런데 비노리란 우리말과 호꼬리란 일본말이 그 소리에서 관련성이 있어 보이며, 동원어로 추정되고, 보드라운 티끌(埃) 같은 먼지를 지칭하는 것 같다.
비노리는 먼지 수준의 아주 작은 종자를 만들며, 어미 식물체 주변에 떨어져서 흙 속에 뒤섞여 버리면 흙 알갱이인지 종자인지 분간할 수 없다.
흙 마당이 비노리의 안락한 삶터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종소명 물티카울리스(multicaulis)는 원줄기가 많다는 의미의 라틴어다. 어느 것이 원줄기인지 알 수 없으리만큼 환경조건만 맞으면 연중 발아해서 원줄기를 여러 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