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등, 참등이라고도 한다.
여름에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만들기 위해 흔히 심는 나무 덩굴이다.
야생 상태인 것도 있으나 사찰과 집 근처에서 흔히 자란다.
오른쪽으로 감으면서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고 홀수 1회 깃꼴겹잎이며, 13∼19개의 작은잎으로 된다.
작은잎은 달걀 모양의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끝이 뾰족하다.
잎의 앞뒤에 털이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진다.
꽃은 5월에 잎과 같이 피고 밑으로 처진 총상꽃차례[總狀花序]로 달리며, 연한 자줏빛이지만 흰색도 있다.
열매는 협과이며 부드러운 털로 덮여있는 꼬투리로 기부로 갈수록 좁아지고 겉에 털이 있으며 9월에 익는다.
알맞게 자란 등나무 줄기는 지팡이 재료로 적합하다.
꽃말은 ‘환영’이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등(for. alba)이라고 한다.
경상북도 경주시 견곡면 오유리,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및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뜰에서 자라는 등나무는 각기 천연기념물 제89, 176, 25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일이 까다롭게 뒤얽히어 풀기 어려울 때 '갈등'이란 낱말을 쓰는데, 갈은 칡을, 등은 등나무를 가리키는 한자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칡은 왼쪽으로 감아올라가므로 이 두 식물이 한곳에서 만나면 서로 먼저 감아올라가려 하기 때문에 일이 뒤얽히게 된다는 것이라 한다.
이전에는 섬유나 종이 또는 그릇을 만들어 썼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줄기
낙엽성 목본 덩굴식물로 오른쪽으로 감으며, 아주 굵고 크게 자란다.
단면은 형성층에서 유래하는 나이테처럼 보이는 일그러진 동심원 띠 문양이 독특하고, 작은 가지는 밤색 또는 회색 얇은 막으로 덮여 있다.
잎
어긋나며(互生), 홀수깃모양겹잎(奇數羽狀複葉)으로 어릴 때에는 털이 있지만, 곧 없어지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꽃: 4~5월에 잎겨드랑이(葉腋)에서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아래로 쳐지는 송이모양꽃차례(總狀花序)이고, 꽃차례 기부에서부터 끝부분으로 순차적으로 핀다.
꽃
꽃은 5월에 잎과 같이 피고 밑으로 처진 총상꽃차례[總狀花序]로 달리며, 연한 자줏빛이지만 흰색도 있다.
열매
콩열매(荳果)로 콩깍지에 우단 같은 미세한 털이 있다.
종자가 익으면서 콩깍지는 목질화되어 딱딱해지고,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콩깍지가 뒤틀리며 터져서 속에 있던 납작한 둥근 종자 약 5개가 튀어나온다.
갈등(葛藤)이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대립과 모순으로 뒤엉켜 버린 상황이다.
갈등(葛藤)의 갈(葛)은 칡을 의미하며, 등(藤)은 등나무를 의미한다.
칡은 왼쪽(twined leftward)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twined rightward)으로 감고 올라간다.
두 종이 함께 얽혀버리듯이 이해관계가 뒤엉켜버린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등나무는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에 사는 장수하는 덩굴성 목본이다.
특히 밝은 빛과 따뜻한 입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음습(陰濕)하거나 냉습(冷濕)한 기간이 긴 지역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수평적으로 남부지방에 드물게 야생하는데, 동아시아에서 최북단에 분포하는 개체군으로 추위에 강한 개체인 셈이다.
등나무는 일본열도의 혼슈(本州) 이남 전역에 흔하며, 주로 계곡 지형의 온난한 숲 가장자리에서 망토군락을 형성한다.
등나무 종류를 이용한 여러 가지 공예품과 가구, 그리고 조경 기술이 일찍이 일본과 중국에서 크게 성행했던 이유다.
최근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의 신설 도로 절개지에 빈도 높게 식재된다.
야생하는 등나무 개체는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관찰되며, 모두 식재한 것으로부터 탈출한 개체들이다.
부산 금정산 범어사 계곡에 등나무 천연기념물 176호가 있는데 식재로부터 기원하는 늙은 개체군이다.
경주 오유리에도 두 자매의 갈등에 관한 전설이 있는 천연기념물 89호 등나무 노거수가 있다
등나무가 사는 입지는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메마르거나 척박하지 않은 양지바르고 적절한 수자원이 있고, 비옥하며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는 환경이다.
동해안 경주 감포 지역 산속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곳에 울창한 굴참나무 이차림 숲속에 늙고 굵은 등나무가 우거져 산다.
이곳에서는 등나무가 가진 독특한 생존전략을 관찰할 수 있다.
등나무는 감고 의지할 데가 있는 경우나 밝은 곳에 살 경우에만 마치 칡처럼 덩굴이 위로 높이 감고 올라가서 하늘을 뒤덮는다. 그런데 어두운 숲속이나 감고 올라갈 형편이 안 되는 경우에는 지면에서 뿌리가 드러날 듯 말 듯 하면서 옆으로 일직선으로 길게 달리듯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그렇게 뻗다가 의지할 것을 만나면 그것을 감고 위로 솟구쳐 자란다.
한글명 등나무는 처음에 등으로 불렀고, 그 후에 참등으로 그리고 같은 속의 애기등(Wisteria japonica)을 등나무로 기재하기도 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다래나무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藤梨(등리)가 나오며, 여기에 藤(등) 자는 덩굴 자체를 의미한다.
이보다 훨씬 앞서서 『고려사(高麗史)』에는 등나무 줄기를 엮어서 만든 藤席(등석)이 소개된다.
등나무 줄기로 만든 의자를 지칭한다.
이 등나무 의자는 ‘토산(土産)이 아니며, 藤席(등석)은 송(宋)나라 산(産)’이라고 적시했다.
여기에서 두 가지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첫 번째로 적어도 13세기에는 한반도에 등나무 의자를 생산할만한 문화나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등나무가 자생하지 않으며, 자연적으로 아예 분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두 번째로 일본에서는 등나무를 후지(藤, 등)라고 부르며, 명칭의 유래를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한자 등나무 藤(등)의 사용은 중국 남부지역에서 송나라 이전의 일이기 때문에 결코 일본에서 처음 사용한 어떤 고유 명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중국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한자 藤(등) 자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넌출’이라는 의미이고, 당나라 때에 만들어진 글자다.
중국 한자명 多花紫藤(다화자등)은 ‘자색 꽃이 아주 많이 달린 등나무’라는 뜻이다.
종소명 플로리분다(floribunda)는 그런 한자명을 뜻하는 라틴어다.
중국에는 등나무가 자생하지 않고, 모두 식재된 것이다.
중국의 동남부지역에는 이 등나무와 비슷한 4종이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紫藤(자등, Wisteria sinensis)이란 종이 중국을 대표하는 등나무 종류이다.
그런데, 이 중국의 자등은 왼쪽(twined leftward)으로 감는다.
오른쪽으로 감는 등나무와 정반대이다.
속명 위스떼리아(Wisteria)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해부학자(C. Wister, 1761-1818) 이름에서 유래한다.
갈등(葛藤)이란 말은 자연을 예리하게 관찰한 현자가 만들어낸 ‘일본산 한자 합성어’다.
식물사회학적으로 그 기원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왼쪽으로 감는 칡(葛)과 오른쪽으로 감는 등(藤)나무가 함께 사는 장소는 사실상 드물다.
두 종은 서식처와 지리적 분포중심지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칡은 냉온대 식생지역으로 북쪽 만주로부터 한반도 지역을 거쳐 일본열도에까지 넓게 분포한다.
등나무는 그에 반해 난온대 식생지역에 분포하며, 겨울에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냉온대와 난온대가 교차하는 지역이라면, 두 종을 모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지리적으로 일본 교오토(京都) 나라(奈良) 지역 이남으로부터 서쪽으로 중국 대륙 동남부지역이 그곳이다.
그런데 중국의 紫藤(자등)은 칡처럼 왼쪽으로 감는 덩굴식물이다.
때문에 갈등(葛藤)이란 단어가 중국산일 가능성은 없어진다.
紫藤(자등)과 칡 두 종 모두 한 방향을 향해 감는 덩굴이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는 없는 것이다.
갈등(葛藤)은 분명 일본산 단어로 갈등이 만연했던 시대에 불교(禪問答, 선문답)에 심취한 현자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에 들어서면 쉼터 여기저기에서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꽃이 수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감기가 전문인 등나무는 아까시나무 비슷한 짙푸른 잎을 잔뜩 펼쳐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어서 열리는 보드라운 털로 덮인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는 너무 짙푸른 등나무 잎사귀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준다. 콩과 식물이라 거름기 없이도 크게 투정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것도 등나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등나무는 예쁜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며 쉼터의 단골손님으로 친숙한 나무다.
그러나 자람의 방식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 등나무는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피나는 경쟁을 하여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의 등걸을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놓은 이웃나무의 광합성 공간을 혼자 점령해버린다. 칡도 마찬가지로 선의의 경쟁에 길들어 있는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다툼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엉키듯 뒤엉켜 있다고 하여 갈등(葛藤)이라 한다. 또 등나무는 홀로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와 같은 특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을 빚는 나무이든 소인배 나무이든 등나무만큼 쓰임새가 많은 나무도 없다. 줄기는 지팡이를 만들었고, 가는 가지는 바구니를 비롯한 우리의 옛 생활도구를 만들었다. 껍질은 매우 질겨 종이의 원료가 되었다. 송나라 사신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각주1) 에는 “백접선(白摺扇)은 대나무를 엮어서 뼈대를 만들고 등지(藤紙)를 말아서 덮어씌운다”라고 나와 있다. 부산 범어사 앞에는 천연기념물 176호로 지정된 등나무 군락이 있는데, 이는 스님들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가꾸고 보호한 흔적으로 짐작하고 있다.
등나무의 쓰임에 관한 인상 깊은 이야기가 《삼국지》에 나온다. 제갈량이 오늘날의 윈난성이나 베트남쯤 되는 남만(南蠻)의 맹획을 일곱 번이나 붙잡았다가 매번 놓아 주는 내용이 있다. 일곱 번째 마지막 싸움에서 제갈량은 맹획의 부탁을 받고 출병한 오과국의 왕 올돌골이 거느린 등갑군(藤甲軍)에게 크게 고전한다. 등갑은 기름을 먹인 등나무로 만든 갑옷을 말하는데, 금속제보다 가볍고 물에 뜨면서도 화살이 뚫지 못할 만큼 단단하다. 등갑의 재료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등나무(藤)가 아니다. 한자가 비슷하여 흔히 혼동하지만 래턴(籐, rattan)이란 전혀 별개의 나무다. 이 나무는 열대와 아열대에 걸쳐 자라는 덩굴성 식물로서 대나무와 비슷하며, 래턴의 섬유는 식물섬유 중에 가장 길고 질기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하던 등가구는 모두 ‘래턴가구’다.
경주시 오류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89호는 팽나무에 등나무가 뒤엉켜 있다.
여기에 얽힌 전설이 애처롭다.
신라 때 이 마을에는 두 자매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좋아하던 옆집 청년이 전쟁터에 나갔는데, 어느 날 청년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은 자매는 함께 마을 앞 연못에 몸을 던져버렸다.
그 후 연못가에는 등나무 두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다.
얼마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청년은 훌륭한 화랑이 되어 마을로 돌아왔다.
그러나 두 자매의 사연을 듣고 괴로워하던 그 청년도 결국 연못에 뛰어들어 버렸다.
다음해가 되자 두 그루의 등나무 옆에 한 그루의 팽나무가 갑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그래서 굵은 팽나무에 등나무 덩굴이 걸쳐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나무의 사랑이 너무 진한 탓인지, 광합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팽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비실비실한다
최근 문화재청에서는 철제 지주를 세워 팽나무로부터 강제로 등나무 줄기를 떼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