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巨樹 保護樹 記念物/淸道 老巨樹

차산리 이팝나무

초암 정만순 2019. 2. 13. 14:59




차산리 이팝나무



수백 년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팝나무. 



 


오월에 흰 쌀밥 같은 흰 꽃무리 피어나  



마을뒷산에 아주오래된 이팝나무 한그루...

청도군 풍각면 차산리마을에는 수령 500년이나 되고 흉고 둘레가 무려 4m 넘는 이팝나무 한 그루가 있다.


잎이 떨어진 겨울의 나목은 그 형상이 꼭 동물원이다.

검은 줄기와 가지의 형상이 보는 위치에 따라 비상하는 독수리, 원숭이, 용 등으로 각인된다.

이 이팝나무는 마을 동산 언덕배기에 서서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나무는 5월이 되면 가지마다 흰 쌀밥이 소복하게 담긴다. 그래서 이팝나무다.

5월에 꽃이 만개한 모습이 ‘나무 위에 이밥(쌀밥)을 부어 놓은 듯하다’하여 이밥나무라 불러온 것이다.

 

사물은 물리학의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장국현 작가는 이 이팝나무가 최고 꼭지점의 아름다운 미를 이룬 순간 멈추게 하여 영생불멸의 모습으로 잡아놓았다.

사진 속 이팝나무의 흰 꽃들은 계속 자라고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느끼게 한다.

어떻게 몸 곳곳에 상처를 입은 거칠고 딱딱한 노거수가 연한 연두색의 잎으로 싸인 채 아름답고 부드러운 흰 꽃을 피울 수 있는지 경이롭다.

벌, 나비 등 곤충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도 그 매혹에 푹 빠져들게 한다.

이팝나무는 본래 아열대 및 난온대의 상록활엽수림지역에서 생육하는 활엽수종이며 온난한 산지 계곡 지형에서 생육한다.

한반도처럼 한랭 건조한 대륙성기후지역에서도 드물게 야생하는 개체들이 관찰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인공적으로 식재한 것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대량 식재하고 있으나, 50년 또는 100년 주기로 닥치는 강추위에 의한 냉해를 입을 우려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로 옮겨져 기념 식수된 이팝나무도 청도 차산리 인근 달성 가창에서 생산된 양묘 나무다.

왜 이팝나무가 청와대의 기념식수가 되었을까?

경제대국을 이끌어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추억이 얽혀 있어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대행 시절(1974~1979년) 식수행사 때에 주로 이팝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놓아버리면 날아오를 것 같은 이팝나무 흰꽃들. 

놓아버리면 날아오를 것 같은 이팝나무 흰꽃들.

 

헐벗고 못살던 그 시절, 특히 보릿고개가 한창인 5월에 배부르게 쌀밥을 마음대로 먹고 싶었던 시절, 쌀밥 같은 이팝나무의 흰 꽃은 무언가 노력하는 동기를 불어 넣기에 충분한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팝나무와 보릿고개, 그리고 ‘잘 살아보자!’던 새마을운동….

아이로니컬하게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이 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가 이곳 청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수해지역 시찰 중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서서 제방을 복구하고 마을 안길을 정비하는 청도군 신도리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격려한 후, 이듬해인 1970년 4월 22일 한해대책지방장관회의에서 자조·자립·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새마을운동을 처음으로 제창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한다.

이팝나무 사진작품을 감상하면서 해방둥이부터 베이비 붐 세대는 물론이거니와 오늘을 사는 모든 젊은이들도 우리 조상들이 겪은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사진작품의 이팝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고 더욱 장수할 수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