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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초암 정만순 2019. 1. 15. 08:57



[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대체 얼마나 위험한가

코로 들어온 초미세먼지, 혈관 타고 바로 뇌를 공격한다

초미세 먼지가 뇌를 공격해 여러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그동안 초미세 먼지가 기관지와 폐포에 도달해 염증을 일으키는 등 호흡기 계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많이 발표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초미세 먼지가 코에서 바로 뇌로 들어가거나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새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는 "초미세 먼지가 뇌졸중, 치매, 우울증 등 세 가지 질환을 다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초미세 먼지가 뇌를 공격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뇌 공격해 뇌졸중 등 유발

홍 교수는 초미세 먼지(PM 2.5) 농도와 질병 등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1만1900여 명이 초미세 먼지로 조기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5646명(47.4%)은 뇌졸중으로, 3303명(27.3%)은 심장질환, 2338명(19.6%)은 폐암으로 사망했다.
초미세 먼지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신체 내 ▲염증 반응 증가 ▲동맥경화증 악화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 등을 유발해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초미세 먼지, 뇌 어떻게 공격하나

킹스칼리지런던 프랭크 켈리 교수팀이 런던 시내 병원에 다닌 50세 이상 환자 13만1000명의 8년(2005~2013년)간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40%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오염 상황(PM 2.5 연평균 농도 25.1㎍/㎥)은 런던(평균 10.4㎍/㎥)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미국 예일대 시첸 교수와 중국 베이징대 샤오보 잔 교수 연구팀은 2010년과 2014년 중국인 3만1955명을 대상으로 단어 맞히기와 숫자 계산을 하는 인지 능력 실험을 한 결과,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언어와 수리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64세 이상 고령층과 교육을 덜 받은 계층, 남성에게서 인지 능력 저하가 크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최근에는 초미세 먼지가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최근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성인 26만5749명의 거주지별 주요 대기오염 물질 농도와 자살 발생률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초미세 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자살률이 4.03배나 높았다.

코 또는 혈관 타고 뇌에 들어가

초미세 먼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치매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초미세 먼지가 코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폐·혈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동해 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인체의 뇌에서 유독한 대기오염 입자들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부검한 영국인과 멕시코인 37명의 뇌 조직을 분석해 조직 g당 수백만 개씩의 자성(磁性) 미세 입자들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사람 뇌가 평균 1400g이므로 수억 개의 오염 입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입자들이 인체에서 자 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자들과 달리 크고 둥근 모양이라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우리 뇌에는 BBB(Blood Brain Barrier, 혈액·뇌 장벽)라는 구조가 있어서 이물질이 뇌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초미세 먼지는 크기가 작아 이를 통과해 뇌에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먼지 아닌 독성 화학물질… 혈관 곳곳 염증 유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입자가 작을수록 독성 더 커… 마스크 쓰는게 최선의 방어"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홍윤철〈사진〉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4일 "초미세 먼지가 폐·혈관 등에 침투해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최근엔 뇌에 영향을 주는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연구가 지속될수록 초미세 먼지가 뇌 등 우리 몸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초미세 먼지가 어떤 경로로 뇌에 침투하는가.

"크게 보면 두 가지 경로다.
하나는 폐로 들어간 초미세 먼지가 혈관을 타고 가다가 뇌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코를 통해서다.
코로 들어간 초미세 먼지가 후각신경구(olfactory bulb)나 상피세포를 통해 혈관을 타고 뇌에 이르는 것이다.
초미세 먼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뇌에서 질환을 일으키는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왜 입자가 작을수록 더 위험한가.

"큰 먼지는 코나 목 등 점막에서 걸러지지만, 작은 먼지는 코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폐·혈관으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이즈가 작을수록 침투력이 좋을 뿐 아니라 입자가 작으면 같은 농도당 표면적이 커서 독성이 클 수 있다."

―초미세 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의 절반 가까이가 뇌졸중 때문으로 나타났는데.

"우선 뇌졸중이 우리나라 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체가 높다. 먼지가 작으니까 폐를 뚫고 혈관에 들어가고, 이런 먼지들이 그냥 단순 먼지가 아니라 사실은 화학물질이어서 염증을 일으키는데, 염증이 일어나면 혈류의 속도도 떨어지고 혈구들이 뭉치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면 뭉친 것들이 작은 혈관을 막아 뇌졸중이 생기는 것이다."

―심장 질환이 둘째로 많은데.

"심근경색증이라는 대표적인 심장 질환은 심장에 있는 혈관이 막혀 생기는 것이다.
심장도 역시 메커니즘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초미세 먼지 대책은 뭐가 있나.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 점인 것 같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이런 미세 먼지 예보를 잘 듣고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는 등 미세 먼지와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외출할수록 몸속에 미세 먼지가 더 많이 쌓인다고 생각해야 한다.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너무 꽉 조여 쓰지 않더라도 쓰면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상 131, 지하 125미세먼지 피할 곳이 없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덮친 어제, 광화문 일대 조사해보니
카페·식당도 100㎍/㎥ 초과… '매우나쁨' 기준 훌쩍 넘어서


서울의 초미세 먼지(PM 2.5) 일평균 농도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9.1.14일 광화문 일대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미세 먼지를 피할 곳이 없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127㎍/㎥을 기록해 2015년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종전의 역대 최고 기록은 지난해 3월 99㎍/㎥이었다.
이날 전국에서 초미세 먼지가 가장 심한 곳은 경기도 부천시(248㎍/㎥)였고,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한때 188㎍/㎥까지 올랐다.
정부는 15일에도 수도권 비상 저감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사흘 연속 비상 저감 조치를 시행하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14일 출근 시간대에 촬영한 광화문광장과 바로 아래의 광화문역 지하보도.
14일 출근 시간대에 촬영한 광화문광장과 바로 아래의 광화문역 지하보도. 오전 9시 30분을 전후해 두 지점의 공기를 측정해보니, 야외인 광화문 광장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1㎥당 123㎍인 반면 지하보도는 130㎍으로, 바깥보다 실내가 되레 높았다. 


이날 본지 취재팀이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광장 일대의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사무실, 호텔 등을 돌며 고성능 간이 측정기로 미세 먼지 농도를 재 보니 실내 시설 대부분에서 초미세 먼지 농도가 1㎥당 80㎍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부가 정한 초미세 먼지 농도 '매우 나쁨(76㎍/㎥ 이상)'을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과 지하보도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실외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날 시청역 3번 출구 앞에서 측정한 초미세 먼지 농도는 131㎍/㎥인 반면 시청역 지하 1층 대합실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125㎍/㎥ 안팎이었다.
광화문역 지하 1층은 130㎍/㎥을 기록해 같은 시각 지상의 광화문광장(123㎍/㎥)보다 오히려 높았다.

초미세 먼지 농도 분류


카페와 식당 등 실내 시설 중에서도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0㎍/㎥을 초과하는 '초고농도' 구역이 많았다.

정부는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12일부터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하고 노후 경유차 운행 단속, 화력발전소 출력 제 한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국민이 고통을 받는 국가적 재앙 앞에서 정부는 미세 먼지와 싸우는 데 무력한 모습이다.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찔끔' 대책만 내놓으면서 '미세 먼지는 중국 변수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손 놓는다면 국민 안전에 대한 직무 유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