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침구 개론

염증과 만성통증 그리고 침술의 만성통증 치료원리

초암 정만순 2018. 12. 12. 22:46




염증과 만성통증 그리고 침술의 만성통증 치료원리

 

 


염증이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병원에 가면 더더욱 흔하게 듣는 소리가 염증성 질환이다. 

위염이라고 하면 위에서 생긴 염증을 말하며, 비염은 코에서, 자궁내막염은 자궁내막에서 발생한 염증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의 인체는 안팎을 불문하고 해부학적 부위별로 어디에서나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은 염증을 고통스럽고 몸을 망가뜨리는 질병으로 생각하고 있다.

염증을 제 때에 치료를 못하면 만성화로 치닫고 경우에 따라서는 암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염증에 대한 생각은 다분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염증이란 마땅히 긍정적인 증상으로서, 인체의 어느 부분이 손상되어 상처부위로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병원균의 감염을 막기 위한 자연치유의 핵심적인 과정인 것이다.

즉 염증은 인체를 병들게 하는 질환이 아니라 질병을 유발시키려는 병원균을 제거하려는 백혈구들이 일으키는 잠시 불편한 증상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발목을 삐었을 때나 칼에 손을 베었을 때 상처부위가 퉁퉁 붓고, 붉게 물들고, 열이 나고,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을 두고 바로 염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칼에 베이거나, 또는 삐어서 조직이 손상을 당하는 상처가 생기면 상처부위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같은 병원균이 침투하기가 용이하게 된다.

그러나 인체는 이를 무방비상태로 방치하지 않는다.

상처부위로 병원균이 침투하게 되면 즉시 병원균을 잡아먹는 대식세포(백혈구의 일종)가 몰려간다.

이와 동시에 상처부위에 있는 모세혈관들이 확장되어 혈액을 응고시키는 응고물질이나 보체나 항체와 같은 방어단백질, 병원균을 잡아먹을 수 있는 또 다른 백혈구인 호중구와 더 많은 대식세포가 확장되어진 모세혈관을 타고 상처부위로 빠져나오게 된다. 모세혈관의 확장으로 혈관 안에 있던 액체가 상처부위로 흘러나오고 액체와 함께 방어단백질이나 혈장에 녹아있는 나트륨과 같은 무기질도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므로 혈관 안에서보다 혈관 밖이 삼투농도가 더 높아져 액체가 상처부위로 이동하는것이다.

그래서 상처부위가 부종으로 붓게 되며 부은 조직이 주변의 혈관과 신경을 압박하게 되므로 통증이 유발된다.

이렇게 유발된 통증은 대뇌로 신호를 보내 상처가 났음을 알리게 되면 뇌는 상처난 부분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느라 더 강력한 통증을 유발시킨다.

 

한편, 상처가 발생했을 때 최초로 출동했던 상처부위의 근처에 상주하고 있던 대식세포는 닥치는 대로 병원균을 잡아먹으면서 다른 백혈구들에게 지원해 달라는 신호물질(사이토카인)을 발사하게 된다.

이 신호물질에 자극된 호중구나 단핵세포 등이 원자폭탄이 터질 때 핵분열을 하듯 엄청난 숫자로 증식되어 상처부위로 몰려간다.

뿐만 아니라 대식세포가 발사한 신호물질은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체온을 높이게 된다.

체온이 높아지면 침투한 세균이나, 특히 바이러스같은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상처부위로 최초에 출동했던 대식세포는 또한 염증반응에서 완벽하게 병원균을 물리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2차 방어를 담당하는 또 다른 백혈구인 림프세포들에게도 신호를 보내 침투한 병원균에 의한 질병의 발생을 치밀하고도 철저하게 방어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것을 간단히 설명하면 혈액응고인자와  방어단백질 그리고 호중구나 대식세포와 같은 병원균을 잡아먹는 백혈구를 불러 모으고, 체온을 높여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시키고, 상처부위 근처 모세혈관의 확장으로 혈장이 상처부위로 빠져나오게 되는 일련의 연속적인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를 염증반응이라 한다.

염증반응에서의 특징은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열이 나고, 붉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한 것 등의 4가지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염증반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아무래도 통증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염증으로 인해 통증과 같은 참을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고, 병원의 의사들은 어김없이 통증을 억제시켜주는 진통제와 체온을 낮춰주는 해열제가 들어 있는 소염제를 처방하게 되는 것이다. 

염증은 인체의 손상된 조직을 인체 스스로가 치유시키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일이 지났을 때 염증반응은 저절로 없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염증반응을 많은 사람들은 참지를 못하고 쓸데없이 화학약품을 투여하여 비정상적인 염증으로 악화시켜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정상적인 염증반응만이 나타난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나타나 만성의 통증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조직의 손상으로 인한 염증반응이 나타나게 되면 염증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의 퇴치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후 즉시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어 항상성을 유지하게 된다.

즉 인체는 스스로 염증반응을 일으켰던 데 대해서도 완벽하게 뒷마무리를 하게된다.

그러나 염증반응을 일으켰던 인체가 어떤 이유로 뒷마무리를 하지 못해 염증반응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면 항상성이 깨져 몸의 여기저기서 만성화된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것은 또 다른 문제인 불면증이라든가 두통, 관절통이나 근육통, 만성피로 ,소화불량과 같은 여러 가지의 불편한 증상과 심지어는 우울증까지 나타나게 한다.

이것을 치료 못하고 방치하면 결국은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염증을 조절되지 않는 염증반응이라고 한다.

 

조절되지 않는 염증반응은 정상적으로 나타난 염증반응이 불편하다고 하여 약물 투여와 같은 부적절한 조치로 인해 생기기도 하며, 평소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올바르지 못해 내분비계, 신경계, 면역계, 즉 자연치유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불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바르지 못한 식습관은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며, 양질의 영양물질을 공급받아야 할 인체의 모든 세포들, 특히 신경세포, 내분비세포, 면역세포들이 양질의 영양물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건강하고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할 수가 없을 뿐더러, 돌연변이된 세포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건강하지 못한 세포들은 정상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도 없지만, 정상적인 염증반응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염증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없는 것이다.

또한 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은 인체의 모든 세포들에게 건강을 잃게끔 한다.

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이란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가 잘못 되었다거나, 서 있는 자세, 걷는 자세 등을 포함한 바르지 못한 신체의 자세, 그리고 운동을 하지 않는 습관, 너무 자동차에만 의존하는 생활,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않는 생활 등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을 건강을 유지할 수 없게 하며, 노화나 퇴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바르지 못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을 허약하게 만들고, 따라서 세포들의 집합체인 우리의 인체도 저항력이라든가 면역력 등이 떨어져서 반 건강의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반 건강의 상태에서 몸의 어느 부분에 상처가 생기면 정상적인 염증반응이 나타나기보다는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나타난다.

백혈구들의 본연의 소임이 염증반응을 유발시키는 것이므로 침투한 병원균에 대해서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백혈구들은 서로간의 신호체계가 교란된 상태이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염증반응을 조절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장기간의 염증반응은 만성통증으로 이어지고 만성통증은 몸의 여기저기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염증 중에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다.

원래 백혈구들은 자기세포가 아닌 비자기세포나 이물질에 대해서만 공격하도록 철저한 훈련을 받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반동분자들이 있어 자기세포를 공격하여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이다.

또는 이물질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물질에 대해서 공격하는 백혈구도 있다.

알레르기에 의한 염증이 이러한 예로서 비염, 아토피성피부염과 같은 비정상적인 염증도 있다.

 

비정상적인 염증, 즉 조절되지 않는 만성화된 염증은 참으로 환자들이나 의사들 모두에게 골치를 아프게 하는 질환이다.

치료하기가 힘든 것은 물론, 이 질환으로 인해 더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절되지 않는 염증반응에서 나타나는 만성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하는 약물은 많은 부작용을 낳아 제2, 제3의 질병으로 이환되게 하는 것이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의사의 처방없이 아스피린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스피린의 복용으로 통증이 완화될 수는 있으나 위점막을 손상시키는 또 다른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스피린의 살리실산이라는 성분이 위점막에서의 점액과 중탄산염의 분비를 차단시키게 된다.

점액과 중탄산염은 위점막을 손상시키는 염산이나 펩신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위액이다.

염증을 완화시키는 소염제 또한 아스피린과 같은 작용으로 위를 상하게 하지만 자율신경계의 항상성 조절 기능을 교란시켜 인체의 평형 상태가  가울어지게 된다.

어느 누구라도 화학합성의 약물의 습관적인 투여는 우리의 몸을 어떤 식으로든지 망가지게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비정상적인 염증을 정상적인 염증으로 돌려놓거나 통증을 아무런 부작용없이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은 단연 침술이 으뜸이다.

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침으로 자극하면 염증반응 본래의 작용에는 방해가 되지 않게 하면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도 침술밖에는 없다.

체표에다 침으로 자극하는 시술은 또 하나의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하며, 침에 의한 염증은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염증반응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지속되고 있는 환자에게 침으로 자극하게 되면 정상적인 염증반응으로 바뀌게 되며, 이 정상적인 염증반응에 의해 염증반응에 부합하는 자연치유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으로 병원균은 퇴치되고 상처는 아무는 등, 건강한 몸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다.

 

침술이론에는 우병좌치, 좌병우치, 상병하치, 하병상치 따위의 거자법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은 좌측의 손목이 아프면 우측의 손목에다 자침을 하라는 이야기다.

이런 원칙은 염증성 통증에는 아무 효과가 없다.

염증성 통증에는 국소의 자침이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정상적인 염증이든 아니면 비정상적인 염증 부위에 자침하는 것은 또 하나의 염증을 유발시켜 정상적으로 염증이 진행되게끔 이끌기 때문이다.

염증에 의한 통증은 약물로 금방 멈추게 할 수는 있으나 일시적인데다가 부작용이 심하다.

그러나 침술은 침 맞을 때 다소 번거롭고 약간의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전혀 부작용이 없으며 염증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치유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침술은 수천 년 간의 유구한 세월을 거쳐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