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치료
얼마 전에 유튜브를 통해서 기치료에 관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이가 그다지 들어보이지 않은 스님이 기치료와 기수련법에 대해서 소개하는 동영상이었다.
어느 수련단체에 의해 초빙된듯한 스님의 기수련에 관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장 안은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 동영상은 나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부러운 장면이었다. 알
고보면 기치료나 기수련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데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기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을 갖고 그렇게들 몰려들었을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죽어라고 공부한 뇌과학, 면역학, 분자생물학(이 분야들을 통틀어 생명과학이라고 한다) 등에 대해서 대중들을 상대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도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없는 것과는 대비가 되어서 마음 한편으로는 쓸쓸하다.
더구나 이러한 생명과학 지식들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TLS 침법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시시한 침술에만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래서 별것도 아닌 기수련이니 기치료에 관한 한 스님의 강의에 구름처럼 몰려든 장면을 보고 부럽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보았던 동영상의 내용을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스님은 기수련 또는 기치료를 통해서 우리가 앓고 있는 많은 질병들을 고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요즘 한의사들은 대부분이 환자들의 질병을 잘 고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한의사들을 싸잡아서 폄훼하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러더니 스님은 기의 실체를 직접 느껴보라며 강의를 듣고 있는 청중들에게 눈을 감고 집중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런 후 스님은 청중들을 향하여 두 팔을 들어올려 기를 보내는 시늉을 했다.
그러기를 수 분 후에 멈추게 하고는 스님은 앞에 있는 몇몇 청중을 향해 자신이 보내는 기를 체험했냐며 질문을 던졋다. 그러자 두세 사람이 참으로 알쏭달쏭한 말로 기에 대한 체험담을 늘어놓았다.
반면에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스님은 그래서 기수련을 해야한다며 자기가 운영하는 기수련센터에 등록하면 기수련법을 익힐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불편한 몸을 기로 치료도 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나는 이 스님이 기(氣)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스님은 '기란 우리 몸 안에 흐르는 생체에너지'라고 설명했다. 과연 기가 그런 걸까?
내가 침술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침술을 가르치는 선생이나 한의학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걸핏하면 기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기는 어떤 형체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몸 안에서 다양하게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알듯 모를듯한 말로 신비스럽고 오묘한 기운을 가진 존재라고 설명들을 했었다.
신비스러운 기가 우리 몸에서 작용한다는 것은 어렴푸시 알 것 같기도 한데 확연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어서 오묘한 게 아니라 답답하기만 했었다.
기라는 존재는 있기는 한 것일까? 있다면 그 실체가 무엇일까?
기는 어쨌든 존재한다.
우리의 몸 뿐만 아니라 자연계에, 더 나아가서는 모든 우주에 기는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
우선 한의학에서 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또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서너 가지의 예를 들어보겠다.
한의학 박사 박찬국은 그의 저서 <한의학 특강>에서 "기는 어떤 형체를 가진 물질이 아니다.
그 형체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 발현시키는 작용을 기라고 했다."라고 했으며, 약학대학 한약학 교재연구회가 편찬한 <한약방제학>에서는 "기는 형체는 없어도 기능은 있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 두 설명은 기를 이해하기에 너무 애매하다.
상해중의학이라는 곳에서 편찬한 <중의학 기초>에서는 "기는 운동하고 있는 정미물질(精微物質)로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며 신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라고 하여 앞에서의 기에 대한 두 설명과는 전혀 다르다. 즉 기를 물질로 본 것이고 물질이란 곧 어떤 형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에 관해서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서적이 있다.
하지광(賀志光: 중국의 의학자)) 외 여러 명이 편찬한 <新中國漢醫學>에서 "기는 인체 내에서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는 매우 강한 활력을 갖고 있는 정미 물질이며, 인체를 구성하고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정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애매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기를 물질이라고 한다는 점과 운동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형체가 없다는 모호한 설명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그래서 처음의 기에 관한 두 설명은 과학적 견지에서 보았을 때 애매한 설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지막의 기에 관한 정의는 과학적 견지에서 구체적인 설명으로 바꿀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기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다.
마지막의 기에 관한 정의는 분자생물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막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견지에서 보았을 때 분자생물학적으로 기가 막히게 일치가 된다.
분자생물학은 생명과학의 한 분야로서 우리의 인체를 이루고 있는 세포의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즉 세포의 미세한 구조와 생리적인 기능에 관한 학문이다.
세포는 인체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의 단위로서 여기에서 끊임없는 생명활동이 수행되며 이러한 생명활동에 의해 생명현상이 만들어진다.
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명현상으로 우리는 살아서 숨쉬고 움직이는 것이다.
세포가 하는 일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포학>이나 <분자생물학>과 관련된 방대한 지식들을 공부해야 한다.
세포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생명활동은 단백질을 만드는 일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우리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장치들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포는 각 조직이 필요로 하는 단백직들을 쉬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단백질들은 DNA 라는 분자물질에 유전자로 존재하는 설계도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단백질을 만드는 장치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인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세포 안에는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에서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한 후 이것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만든다.
이처럼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크기인 세포 안에서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생명활동이라고 하며 이런 생명활동은 세포를 이루고 있는 무수한 '분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는 눈으로 볼 수 없는데 세포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은 더욱 미세하여 마이크로미터 수준이나 나노미터 수준의 아주 작은 크기들의 물질이다.
우리 몸에 존재한다는 '기(氣)'는 바로 세포를 이루고 있는 아주 작은 '분자'들을 말함이며 세포 안에서의 분자들의 움직임을 기의 활동 또는 기의 운동이라고 한다.
물론 세포 밖에도 무수한 분자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말하자면, 세포 안팎의 모든 분자들이 기의 실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는 끊이없이 운동하고 있는 매우 강한 활력을 가진 정미로운 물질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란 어떤 특정한 물질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며 세포 안팎에서 생명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모든 분자들을 일컫는 포괄적인 내용을 가진 용어이다.
기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옛날 사람들은 생명현상이 세포의 작은 공간이나 분자와 같은 작은 물질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주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이런 것들을 실험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장비들이 없어 추측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추측이 놀랍도록 분자생물학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선조들이 기에 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분자생물학적인 지식이 없으면 앞의 기에 관한 마지막의 정의마저도 막연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에 관해서 쓸데없이 신비롭고 오묘하게만 생각하려들고 옛사람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한 방향쪽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 이제 기수련이나 기치료에 대해서 설명할 때인 것 같다.
우리 몸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생명활동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놀랍게도 우리의 눈으로 도저히 관찰할 수 없는 아주 작은 크기, 즉 분자 수준에서 수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자들의 생명활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전혀 의식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인체를 이루는 세포는 200 여 종류가 있으나 이들 세포들이 수행하는 생명활동의 90%는 우리가 의식할 수 없다.
유튜브를 통해서 보았던 스님의 기에 대한 설명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생체에너지라고 했다.
세포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스님의 말이 틀리지는 않으나 과연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라는 발전소에서 포도당을 연소시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미토콘드리아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흐름조차도 우리는 전혀 의식할 수 없다.
이렇게 세포 안의 무수한 분자들의 움직임을 의식할 수 없는 것은 너무 작은 무리들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의식할 수 없지만, 분자들의 움직임을 우리가 의식하게 된다면 고통스러워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귀는 청각신경과 전정신경의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는 기관이다.
청각신경은 소리를 감지하게 해주며 전정신경은 눈의 움직임에 따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일을 한다.
청각신경과 전정신경이 하는 일을 우리는 의식할 수 없다.
그러나 두 신경계의 무엇인가가 잘못되면 우리는 의식할 수 있는데 그게 이명이다.
귀에서 한 가지의 미세한 소리가 발생해도 우리는 이걸 못견뎌 한다.
세포 안에서 생명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분자들의 움직임을 우리는 대부분 의식할 수 없으나 우리가 분자들의 움직임을 의식하기 위해 집중하면 일부분 의식할 수 있다.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면 신경줄기를 따라서 활동전위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심지어는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혈액의 흐름도 감지할 수 있다.
중추신경계의 흥분으로 근육이 수축하는 현상도 느낄 수 있다. 근육이 수축할 때 나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다.
심장이 혈액을 펌핑하기 위해 팔딱팔딱 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의식할 수 없다.
그러나 집중을 하여 심장의 박동을 느끼려고 한다면 심장이 뛰는 걸 의식할 수 있다.
호흡을 하는 것은 허파의 기능이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조차도 우리가 의식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나 집중하면 자신이 숨 쉬는 걸 의식할 수 있다.
그러나 분자들의 움직임은 웬만큼 집중해서는 의식할 수 없다.
그런데 분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 극도로 초집중을 하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그걸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수련이라고 하는데 쓸데없이 왜 그런 짓을 하는가?
우리가 기의 흐름 또는 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세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자들의 움직임을 의식한다는 말이다.
기로 질병을 치료한다고 소개하는 스님의 강의를 듣던 청중이 눈을 감고 집중을 했더니 기가 흐르는 걸 느꼈고 그리고 자기는 위가 안 좋은데 위의 안 좋은 부분이 더욱 아프더라고 했다.
이 말에 스님은 그렇게 함으로써 위가 치료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우리 몸의 어느 곳이 아플 때 그걸 의식하면 더욱 아프고 의식하지 않으면 통증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기수련이라는 것이 결국은 잡다한 생각을 멀리하고 세포 안의 분자들의 움직임을 의식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웬만해서는 분자들의 움직임을 의식할 수 없다.
만약에 누군가가 자기 몸에서 기의 어떠한 상태를 느꼈다면 좀더 크 단위의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체의 활동을 감지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심장의 박동이나 장의 움직임 또는 혈관의 움직임 신경줄기에서의 전기적 신호 같은 것이다.
분자들의 움직임을 우리는 의식할 수도 없지만 절대 의식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너무 고통스러워 미쳐버릴 것이다.
그래서 기수련을 하려고 애쓰지 말 것이며 기수련이 잘 안 된다고 낙담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기수련을 하고나서 몸이 아주 좋아졌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가? 즉 기치료는 무엇인가?
글쎄, 기치료로 몸이 좋아진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나 만약 기치료로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면 그건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이다.
기치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질병이든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기치료 뿐만 아니라 모든 의학적 조치에도 플라시보 효과는 존재한다.
암환자가 면역세포의 일종인 NK 세포가 암덩어리를 파괴하는 상상을 하게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실험결과는 많이 있다.
누구든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꾸준하게 자기에게 암시를 주면 질병으로부터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에게 찾아온 질병으로 죽을 것이라는 생각만 하게되면 결국 그는 사소한 질병이라 하더라도 죽을 수 있다.
기치료라는 것은 결국 질병을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에게 암시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암시를 주는 행위가 어떤 사람은 적극성과 긍정성이 강력하게 어우러져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암시를 주는 행위를 하면서 소극적이고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효과도 없을 것이다.
세포가 하는 일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게되면 인체의 신비에 대해서 거의 알 수 있게 된다.
한의학자들이 말하기를 한의학이란 기(氣)를 다루는 의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의 실체는 작용결과로만 인정하지 과학적 장비로도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의 존재를 현대 과학자들의 관점으로는 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의 실체는 과학적으로 곧 밝혀지리라 확신한다.
" 이렇듯 한의학자들이 기의 실체를 생체의 분자가 아닌 무엇인가 신비하고 오묘한 존재로만 생각하려니까 기의 세계에서 안개 속을 헤매듯이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한의학의 발전은 영원히 없다. 한의학적인 지식도 방대함을 이루고 있는데 한의학이 기를 다루는 의학이라고 한다면 기를 어떤 특정의 대상 하나만을 가리키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분자생물학은 인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분자들에 관한 학문이고 이 분자들이 기의 실체라고 인정하게 되면 기를 다루는 한의학은 결국 분자생물학을 다루는 의학이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한의학도들은 신비롭고 막연하게 설명하는 기에 관한 잡다한 이론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분자생물학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한의학도들이 분자생물학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장차 한의사로서의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鍼灸 小考 > 침구 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증과 만성통증 그리고 침술의 만성통증 치료원리 (0) | 2018.12.12 |
---|---|
침술을 배우면 좋은 점들 (0) | 2018.12.06 |
통증을 사라지게 하고 병을 낫게 하는 침술의 효과 (0) | 2018.12.05 |
소금과 신경과학 (0) | 2018.12.05 |
침술을 배우려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신보선의 우공침술) (0) | 2018.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