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침구 개론

침술을 배우려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신보선의 우공침술)

초암 정만순 2018. 12. 5. 14:44




침술을 배우려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

신보선의 우공침술       



내가 처음 침술을 배웠을 때 국내에서 침술인들 사이에서는 이름께나 알려진 침술가들이 써 놓은 책을 통해서 질병 종류별마다 다양한 침 치료법을 익히려고 애를 썼었다.

그들의 책에는 질병별로, 또는 증상별로 침을 찌르는 자리(경혈)를 나열해 놓았고, 대부분의 책에서는 침 치료의 사례까지 기록해 놓았다.

누가 썼든 침술에 관한 책들의 공통점은 침술치료의 결과가 특효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어깨가 아플 경우 침 찌르는 경혈 몇 개를 나열하고 이들 경혈에 침을 놓아 완치시켰다는 사례들 두세 가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나의 침술 입문 시절,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까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한 침술가의 책을 통해서 흥미롭게 씌어진 그의 침술치료나 뜸요법의 사례를 읽으면서, 대단한 침술가의 책을 통해서 침술을 익히는 것을 커다란 행운으로 여겼던 적도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주위에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붙들어 앉혀놓고 침술가들이 그들의 책에서 밝혀 놓은 처방대로 침을 찌르고는 했었다. 

그럴 때마다 어쩌다 한두 번의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당시로서는 치료 효과가 없을 경우 '뭐가 잘못된 것일까'하고 순진하게 실의에 빠져 들고는 했으나 그런 식의 침법은 원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엉터리 침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십수 년 전, 내가 침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시내 침 가르치는 곳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닐 적에 침 선생들은 자기만이 침을 제대로 가르치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추켜 세우고 다른 강습소의 선생은 형편없는 엉터리라고 비방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초심자들을 대상으로 별다른 특징도 없는 형식적인 침법을 대단한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침술계에서 가장 실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그저 실소만 터져 나올 뿐이다. 

침술을 처음 배우려는 사람들이 엉터리로 침을 가르치는 곳을 찾아가서 말만 앞세워 현란하게 설명하는 선생들을 보면서 대단한 실력자라고 생각할 경우가 아주 많이 있다.

왜냐하면 초심자들은 침을 가르치는 선생들의 실력을 진정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거나 분별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쉬운 예를 하나 든다면, 메주를 쑤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메주는 팥으로 쑤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달변의 말솜씨로 떠들어댄다면, 메주 쑤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메주는 팥으로 쑤는 것임을 믿어야지 어떡하겠는가.

침을 처음 배우려는 사람들이 발을 잘못 들여놓아 "콩으로 메주를 쑤는 것이 아니라 팥으로 메주를 쑨다"라는 식의 잘못된 침술을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메주는 당연히 콩으로 쑤어야 함에도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떠벌이는 형편없는 사람들이 메주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척 하는 경우처럼 어느 분야에서든 사이비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분야나 대체의학 분야에서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멋대로 해석하여 그럴듯하게 설명하면 초심자들은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울 때 제대로 된 지도자를 만나야 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오늘날의 침술은 지나치게 형식화 되어 있는 게 큰 문제이다.

침술로 질병을 고치기 위해 질병의 종류에 따라 정해진 경혈들에 침을 찌르는 것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침술로 제대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체 과학적인 원리에 입각한 침법이어야 한다.

즉, 과학적 사실과 동떨어진 경락이론과 음양오행론 및 기혈론을 바탕으로 한 막연한 침법이어서는 안 된다.

음양오행론과 기혈론의 이해는 한의학적 의미론에서 벗어나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재해석 되어야 하고 이렇게 재해석된 바탕에서 침술의 메커니즘은 구체성과 타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침술은 신경계에 개입하여 통증을 차단시키며 동시에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자연치유를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배제되고 경혈들의 조합을 이룬 형식적인 침술이어서는 안 된다.

많은 침쟁이들이 '요리책 식 침법'이라 하여 수백 가지의 질병에 대한 경혈조합법대로 단순히 침을 꽂아 놓는 형편없는 침법에 의존하고 있다.

침구치료와 관련된 서적들을 보면 하나같이 맨 앞쪽의 목차에서 100 가지 이상의 질병의 목록을 나열해 놓고, 이런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여러 경혈들을 조합하여 해당 페이지에서 표시하고 있다.

즉, 치료하고자 하는 어떤 질병을 목차에서 찾아 표시된 해당 페이지를 펼치면 조합된 여러 경혈들과 함께 보충설명들을 볼 수 있다.

마치 어떤 요리를 할 경우, 맨 앞의 목차에서 관심이 있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서 알고 싶을 때 해당 페이지를 찾으면 그 요리에 들어갈 재료들을 조합해 놓은 것과 같다.

그래서 '요리책 식 침법'(cook book acupuncture)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요리책 식 침법이 경락이론에 입각하여 억지로 짜맞추기 식으로 형식화한 것을 '침구처방'이라 하며 이같은 처방법은 대부분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인체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전혀 발달하지 못했던 수백 년 전의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적절한 용어들을 동원하여 그럴 듯하게 만든 이론이 침구이론이고 경락이론이다. 

이런 이론들에서 옛사람들의 탁월한 지혜를 엿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이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한의학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옛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이론들에 대해 막연한 신비감을 갖고 엉뚱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를테면 옛사람들이 생각했던 음양오행과 기혈에 대해서 과학적인 해석을 거부한 채 신비하고 오묘하게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음양오행의 현실적인 세계와 기혈의 사실관관계를 구체적으로 인식을 못하고 막연하고 애매모호한 혼돈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침술은 인체에 적용하는 의술이기 때문에 인체에 관한 막연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침법을 응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인체는 과학적으로 아주 치밀하고 정교하게 생명현상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그러므로 인체에 대한 막연한 지식과 억측에 의해 토대가 된 기존의 침법이 효과가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침술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인체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침술이 효과가 있을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옛사람들의 오랜 경험적인 임상을 통해 터득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전통침술의 진정한 가치는 억지로 짜맞추기 식의 경락이나 침구 이론에 의해서가 아닌 순전히 수많은 경험의 임상결과로 얻어진 침법이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러한 침법에 대한 상세한 테크닉은 전해지지 않고 단순히 침을 꽂는 경혈들만 전해져 이들 경혈에 침을 찌르기만 하면 치료되는 것으로 현대인들이 오해하고 있다. 

더구나 옛날 사람들은 침술에 관한 이론과 시술법들을 과학적인 근거나 현실성과 관계없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게 만들어 놓았으며, 이런 것들을 현대인들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 참으로 쓸데없는 이론들을 바탕으로 하는 치료법들을 익히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어느 경혈에 침을 꽂아서 어떤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침술이 터득되는 것이라면, 침술을 어떤 특정인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없다.

요리책에 적혀 있는대로 요리를 하듯이, 침구 처방책을 갖다 놓고 처방대로 침을 꽂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과의사(surgeon)들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솜씨로 메스를 다뤄야 한다.

그들에게 메스는 단순히 인체의 어느 부위를 자르는 칼이 아닌 인체의 생명을 다루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의사나 침쟁이들도 침을 다루는 정교한 기술과 섬세한 솜씨를 갖춰야 한다.

한의사나 침쟁이들에게 침이란 단순히 경혈을 찌르는 바늘이 아닌 인체의 질병을 치료하는 도구이어야 한다.

나는 국내에서 한의계이든 재야의 침술가이든 그들의 침 놓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지만, 그들에게서 한 사람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듯이 침 놓는 모양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깨나 허리, 팔과 다리, 복부나 등 부위에 침을 꽂아 놓은 것을 보면 침이 꽂혀 있는 깊이나 각도가 모두 똑 같다. 그래서 침술의 대가였던 몇몇 사람들이 '모자리 침'이라고 비꼬아 말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침을 놓을 바에야 누구로부터 침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

책 들여다보고 침 꽂을 자리 찾아서 그 위에 침을 살짝 꽂아 놓으면 되는 거니까. 요리책 보고 요리를 하듯이 말이다.

 

침술은 시술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과 숙련된 솜씨가 요구되지만 침술 그 자체는 옛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단순한 의술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종류의 질병이 되었든 침을 적정한 부위에 꽂아 기술적으로 자극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질병을 수백 가지로 분류하여 침 찌르는 경혈들을 다양하게 조합한 수많은 처방들은 정말이지 부질없는 침법이다.

인체에 관한 생리적인 지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침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명확한 해결법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우공침술이며 TLS 침법이다.

침술은 특히 신경계와 면역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신경계가 균형적으로 조절되도록 자극할 수 있는 방법과 면역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침 자극법을 알면 인체의 많은 질병들을 유효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침술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은 아니다. 침술로 해결할 수 없는 질병도 많다.

그러나 어떤 질병이 침술치료의 대상이 된다면 그 질병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인 침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침 치료에 대한 효과를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질병들은 신경계와 면역계의 생리적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 데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은 인체에서 아주 많은 불편한 증상들을 유발시킨다. 

불편한 증상들을 방치하면 몸이 서서히 망가진다. 

몸이 망가지는 질병이 생기면 다행스럽게도 인체의 면역계를 비롯한 자연치유 시스템이 모두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켜 놓는다.

이런 걸 옛사람들은 자연치유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면역세포들도 어떤 이유로 기능이 저하되면 제대로 활성화가 안 된다.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하는 이런 증상을 침으로 자극하여 면역력을 원래대로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침술은 대단한 잠재적인 능력을 가진 의술인 것이다. 


침술은 직접적으로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면역세포들에 의한 자연치유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특히 인체의 모든 통증을 다스리는 데 아직까지는 침술만한 의술은 없다.

어느 부위에 상처가 생기면 그 부위는 반드시 아프게 되어 있다.

이렇게 상처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뇌가 자연치유를 유도하기 위해 일으키는 현상이다.

그런데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척수 안에는 뇌가 보내는 통증의 신호를 차단시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 통증차단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침으로 해당의 적정한 부위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옛날 사람들은 침으로 통증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경험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정확한 메커니즘을 몰랐기 때문에 그 효과가 들쑥날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통증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침법을 알고 있다면 통증이 있을 때 언제나 이 침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통증을 차단시킬 수 있는 척수 안의 장치를 작동시키는 침법이 TLS 침법이다. 


이처럼 신경계와 면역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침법이라면 몸에서 발생하는 많은 질병들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  

질병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 3가지 유형별로 신경계와 면역계에 침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단지 3가지 방식으로 매뉴얼화 한 것이 우공침술이다.

이 세가지의 매뉴얼화 된 침법만 익히면 수백 가지가 되는 많은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기가 막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며, 또한 침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들을 분별해낼 수도 있게 된다.

그러므로 탁월하면서도 간단명료화 된 TLS 침법을 단 며칠 만에 배울 수 있는 까닭이다.



침술에 관심이 있거나 침술을 한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으로 어떤 특정한 경혈에 침을 가볍게 꽂아두기만 하면 질병이 치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폐경락에 있는 중부, 척택, 태연과 같은 경혈에 얕게 침을 꽂아두면 폐와 관련된 질환과 호흡기, 기관지 질환이 치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거나, 또는 위장 경락의 족삼리, 양구, 여태라는 경혈에 침을 살짝 꽂아서 위염, 장염, 소화불량, 급체증 같은 소화기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침치료로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는 통증의 경우에도 통증 부위로 지나가는 경락의 인근혈과 원위혈에 침을 꽂아놓으면 통증이 완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체에 기와 혈이 흐른다는 경락이 14 개가 있는데 14경락에 배속되어 있는 경혈 수는 모두 361 개이다.

이들 361 개의 경혈은 각각 특정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혈들에 관한 속성은 고대인들이 임의적으로 정해 놓은 것에 불과할 뿐이며 생리적인 기능면에서나 생물학적인 근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침구인들은 위장병을 고칠 수 있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족삼리에 침을 꽂으면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깨가 아플 때 통증이 있는 부위가 대장경락이 지나가는 경우 대장 경락의 경혈인 합곡, 곡지 같은 곳에 침을 꽂으면 대장의 질병이 치료되면서 어깨의 통증도 낫게 된다는 생물학적인 근거와는 거리가 먼 논리를 적용하려고 한다.


내가 처음 침술을 배웠을 때 10년을 넘게 침술에 대한 방향과 갈피를 잡지못해 답답해 하는 동안 언젠가부터 침술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신기한 것도 아니고 질병 치료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때는 10년 이상이나 매달렸던 침술과 인연을 끊을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던 것은 침술의 고수로 알려진 몇몇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침술의 대가로 알려진 사람들의 침 시술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태까지 배웠던 침술이 형편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침술의 고수들은 침을 어떤 경혈에 침을 단순하게 살짝 꽂아두는 것과는 달리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침 시술을 하는 모습을 본 후 내가 배웠던 침술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통증을 치료함에 있어서 경락이니 경혈과 같은 형식적인 이론은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들 나름대로 경험적으로 알아낸 자리에 침을 꽂아 자극하는 것이었다.


침술의 고수로 알려진 몇몇 침쟁이들을 만났을 때 공교롭게도 어깨통증이나 허리통증, 무릎통증을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침 시술방법은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전체적인 방식에서는 대동소이했다.

즉 고수들은 통증을 치료할 때 경락, 경혈을 상관하지 않고 통증이 있는 부위에 침을 꽂아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것이었다.

자극하는 손의 움직임에서 노련함이 드러났고 그게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렇게 시술할 때 환자들은 무척 고통스러운 듯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좀 안타까웠다.

시술을 마친 한 환자에게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까지 왜 침을 맞느냐고 묻자, 그 환자는 침 맞을 때는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밤마다 어깨가 무너지듯이 아픈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 환자는 침을 한 번 맞으면 며칠 동안 편안한 밤을 지낼 수 있다고 했다. 

그 때 기계적인 침의 자극이 어떤 원리로 통증에 대한 효과를 나타내고 질병을 낫게 할 수 있는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침의 기계적 자극에 대한 효과는 그동안 끈질기게 공부했던 신경과학과 면역학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침에 의한 기계적인 자극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게 하여 통증을 차단시키며,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자연치유를 유도한다.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이미 내 블로그에 많이 올려져 있으므로 더 이상의 상세한 언급은 피하겠다.


그 당시 나는 가장 믿음이 가는 듯한 한 할아버지로부터 적지않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침술의 자극법을 전수받았다.

전수받은 침술로 지인이나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증치료를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나에게 침을 맞은 사람들은 웬만하면 침을 맞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유는 침으로 자극할 때 너무 아팠기 때문이었다.

7년 전 미국의 워싱턴 근교의 한 한의원에서 두달 동안 침 시술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도 대부분 통증환자들을 대상으로 침 시술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그런데 침을 맞는 환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나는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환자들의 치료방식을 놓고 원장과 나의 뜻이 몇 번 부딪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돌아오고만 싶었다. 결국 두달 동안의 미국생활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을 택하게 되었는데 미국 생활을 접어야 하는 아쉬움과 함께 커다란 고민덩어리를 하나 안고 귀국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침술이 통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환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 한다는 문제점이 아주 커다란 고민덩어리였다.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이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침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의 경혈에 침을 살짝 꽂아놓아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

통증의 환자에게는 통증이 있는 부위(압통점 또는 trigger point)에 침을 꽂아 기계적으로 자극해야만 치료의 효과가 나타난다.

옛날 사람들은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침으로 기계적인 자극을 가해야만이 효과가 있음을 오랜 경혐에 의해 터득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계적인 자극법이 너무 거칠어서 환자들이 침을 맞을 때 무척 고통스러워 한다는 커다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나는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끝에 TLS 침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TLS 침법은 통증부위에서 통증유발점을 정확하게 찾아서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을 말하며, 기존 전통의 방식과는 달리 환자가 편안하게 침을 맞을 수 있도록 개선된 침법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TLS 침법은 전통의 기계적인 방식보다는 고통이 거의 없는 기계적인 자극법의 침법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이른바 침술의 고수들은 그들이 침으로 하는 기계적인 자극이 왜 통증을 낫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으나, 그들도 결국은 많은 시행착오나 아니면 그들의 선배들로부터 경락, 경혈 모두 무시하고 아픈 부위에서 제삽이나 작탁과 같은 기계적인 자극을 해야만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 나는 침술을 배우려고 희망하는 수강생들에게 TLS 침법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TLS 침법이 고안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TLS 침법을 전수받으러 왔었다.

TLS 침법은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조작법이 매우 정교하고 세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자가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침술을 배운 수강생들 중에는 TLS 의 조작법을 내가 가르쳐준 대로 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잘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한의사들은 침술이 그들의 주요 치료수단이기 때문에 TLS 침법은 아주 중요하며, TLS 침법을 원래의 취지대로 완벽하게 숙달이 되면 한의사로서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될 수 있다.

TLS 침법은 전통의 기계적인 자극보다는 고통을 덜어준다는 특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작법이 다소 까다로워 어떤 사람들에게는 숙달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죽 모르고 있다가 몇몇 한의사들로부터 내가 가르쳐준 대로 잘 안 된다는 불평을 듣고나서 알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일반인이 되었든 한의사이든 좀 더 자세하고 쉽게 가르쳐주려고 노력했으나 그럼에도 잘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이 무거운 마음의 짐 때문에 어떤 때는 우울증 비슷한 기분으로 나날을 보낼 때도 있었다.


매주마다 하루는 틀별한 일정이 없는 한 나는 인천공항을 간다.

처음엔 비행기 구경을 하기 위해서 시작된 공항 나들이가 어느 날부터 비행기 보는 것이 식상해진 나는 책을 갖고 가서 두세 시간 동안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책을 읽는 일은 집에서보다 또는 독서실이나 도서관보다 더 집중이 잘 된다는 걸 알고나서 일부러 책을 읽으러 공항까지 가는 것이다.

소설이나 수필과 같은 가볍게 읽는 책이 아니라 평생 동안을 공부하기로 작심한 뇌과학에 관한 책을 가지고 가서 두세 시간 동안 집중하여 독서하다 오는 것이다.

공항에 가면 내가 책을 읽을 장소가 있다.

그 곳에 도착하면 책을 읽기 전에 준비해 간 커피를 마시며 여행객들로 붐비는 대합실을 내려다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한다.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다가 "유레카!"를 외치던 날, 나는 펼쳐났던 책을 접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하면 TLS 침법을 쉽고 정확하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내가 그 아이디어를 시뮬레이션해보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던 것이다.

누구나 쉽게 TLS 할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화장실로 들어가 침을 꺼내들고 다리와 허리, 팔뚝에다 조작법을 시물레이션 했던 것이다.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와는 약간의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했으나 그 정도면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TLS의 기계적인 조작법을 누구라도 무척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우공침술의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