建康 散步/신경 면역학

의식과 무의식

초암 정만순 2018. 12. 11. 18:36




의식과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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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무수한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얽혀서 회로를 형성하고 회로들이 모여서 신경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경의 회로망과 시스템들의 기능은 마음의 현상을 일으키며, 생각을 표출시키고, 몸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정을 한다. 이와 같은 신경계의 조정은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신경계 작용의 90%는 무의식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본능적인 행동들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습관화된 행동도 전부라고 할 수는 없으나 거의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

갓난아기의 젖을 빠는 행위는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어느 회사원이 출근하기 위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세수하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역까지 걸어가고,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의 모든 행동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습관화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하철 역에서 에스컬레이터에 무의식 중 발을 올려 놓았는데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 행동은 습관화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떼어서 고장난 에스컬레이터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여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한다든지 인터넷을 검색하는 행동까지도 무의식 중에서 이루어지고 그날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의식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뇌신경의 회로나 시스템의 90%가 몸을 컨트롤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작동되는 이유는 전전두엽의 기능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전전두엽은 이마 쪽의 대뇌피질을 일컫는 말이며 말초신경계와 하위중추신경계를 통해서 전달되어진 주된 정보들을 분석하고 통합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사령실이다.

의사결정의 과정이 필요없는 일반적이고 단순한 정보들은 전전두엽이 아닌 하위의 중추신경시스템들에 의해서 무의식적으로 처리가 된다.

그럼으로 해서 전전두엽의 부담을 확 줄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전두엽이 관여하여 처리된 정보들만이 우리가 자각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식화가 되기까지는 여러 신경회로를 거쳐야 하고 작업기억 영역에서 분석하고 통합하는 절차때문에 처리과정이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에 무의식의 정보처리는 보다 더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신속성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때 회피하는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예를 들면, 어떤 물체가 당신을 향해 돌진해오면 순간적이면서 무의식 중에 그 물체를 피하게 된다.

이때 뇌는 돌진해 오는 물체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의식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그 물체에 부딪쳐서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진해오는 물체가 위험한 상황이므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신경계가 작동되어 우선적으로 돌진하는 물체를 피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다음에 부딪칠 뻔 했던 그 물체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즉 전전두엽이 그 물체가 무엇인지를 정보처리과정을 통해서 돌멩이임을 알게 되고, 아울러 그곳은 바위나 돌들이 자주 굴러 떨어지는 낙석지역임을 기억으로 저장하여 차후에 닥칠 수 있는 똑 같은 상황에 대비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습관화된 행동은 더 이상의 학습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루지는 것이다.

당신이 어느 회사에 취업이 되어 그 회사를 처음 출근하는 날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은 당신의 집으로부터 회사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학습해야 한다.

이 학습과정은 전전두엽에 의해 이루어지며 의식적으로 많은 정보들을 기억으로 저장해야 한다. 

이 과정이 어느 시기에 이르면 더 이상 전전두엽이 관여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지게 되는데 이것을 습관화되었다고 하며 습관화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신경시스템이 처리를 하는 것이다. 

본능의 무의식적인 행동과 위험에 직면했을 때 재빨리 피할 수 있는 행동들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신경시스템에 선천적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데 반해서, 습관화된 행동은 학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프로그램화 된다.  


의식과 무의식에 관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뇌 안으로 입력되는 많은 정보들이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관계로 누구나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없음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뇌 안으로는 시시각각으로 무수한 정보들이 입력되고 있지만 이들 중에서 중요하거나 새로운 정보들만 전전두엽으로 전달되어 작업기억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분석하고 통합하는 정보의 처리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처리된 정보들은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의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 몸과 관련된 정보들은 웬만해서는 전전두엽의 작업기억의 영역으로 입력되지 않는다.

이런 정보들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신경시스템에 의해 처리되거나 무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자기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심각한 결점이나 장단점을 정확하게 모를 수밖에 없다. 

인체는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는 자기에 대한 무수한 감각정보들이 전전두엽으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시켜서 이 정보들이 무의식적으로 처리되게금 방치를 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 수 있게 될까?

불교에서는 수행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고 했고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곧 깨달음이라고 했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일체의 잡념들을 제거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집중하는 행위이다.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집중하는 행위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애를 쓰는 행위(다른 말로는 신경을 쓰는 행위)는 스스로에 관한 정보가 전전두엽이라는 회로로 입력되게 하는 것이고 전전두엽의 작업기억 영역으로 정보가 도달했을 때 작업기억의 과정을 통해서 나를 지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나를 객관적이고 의식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정보가 전전두엽의 작업기억이라는 영역 안으로 입력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뇌로 입력되는 모든 정보들이 전전두엽으로 입력되면 과부하가 걸려 정보처리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뇌로 입력되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다른 하위의 중추신경시스템들이 무의식적으로 처리한다고 앞에서 언급했던 것이다.

뇌로 입력되는 정보를 중계해주는 하위의 중추신경시스템인 시상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들은 별로 중대하지 않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넘겨주고 만다.

그렇다면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스스로에 대한 정보가 전전두엽으로 입력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여기에 대한 답은 뇌로 입력되는 정보들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뇌 안으로 입력되는 정보가 많지 않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전전두엽으로 입력될 수 있다.

그러면 전전두엽의 작업기억시스템은 스스로에 관한 정보를 놓고 분석하고 통합하여 그 과정이나 결과를 지각할 수 있게 해주며,

이것들을 통해서 의식적이고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나를 관찰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깨달음이라고 한다.


내가 칠레로 와서 서두에서처럼 행동하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먹는 것 등이 지독할 정도로 제한된  조건에서 뇌 안으로 별로 입력되는 것이 없으므로 나를 바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고 이를 계기로 난생 처음으로 나를 온전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나를 온전히 성찰할 수 있다는 말은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나의 뇌 회로망이나 시스템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살필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개인의 성격이나 인격과 같은 정체성은 그 사람의 뇌의 회로나 시스템적인 구조가 결정한다.

이러한 구조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을 때 의식적인 노력으로 잘못된 회로를 하나하나 수정해 나갈 수 있다.

즉 잘못 세팅되어 있는 회로망을 다른 방식으로 리세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의식적으로 나의 잘못된 뇌의 회로를 수정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칠레로 와서 나의 뇌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대폭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이런 게 자아에 대한 성찰이고 반성인 것이다. 이런 게 깨달음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내가 뇌과학 전문지식인으로서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런 일을 굳이 칠레까지 와서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금세 풀렸다. 

한국에서는 지금 겪고 있는 끔찍한 고초에 처해질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살기가 어렵다고 했던 나의 어린 시절에도 이런 고초를 안 겪고 자랐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칠레로 나의 몸이 던져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칠레의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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