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용의 쓸개처럼 쓴 풀 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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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신의 쓸개즙을 먹고 자라난 풀
옛날, 중국 절강성 대양산(大洋山)에 있는 증촌(曾村)이라는 마을에 증동(曾童)이라는 한 소년이 살았다.
증동은 열 세 살 때 부모를 여의고 같은 마을에 있는 부잣집에 들어가서 머슴이 되었다. 날마다 소를 몰고 들에 나가 풀을 먹이고, 집에 돌아와서도 소한테 먹일 꼴을 베어 오는 일을 맡아서 했다.
어느 날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 아름다운 여자가 연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자는 목욕을 마치고 연못 밖으로 나오더니 갑자기 큰 뱀으로 변해서 풀밭에 눕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를 드르릉 드르릉 골면서 잠이 들었다.
뱀은 잠을 자는 동안 입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영롱한 구슬을 한 개 토해 냈다. 증동은 발소리를 죽이고 잠들어 있는 뱀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슬을 주웠다. 증동은 그 구술이 몹시 신기하여 주머니에 넣어 갖고 와서 장난감으로 갖고 놀았다. 본래 이 뱀은 수백 년 동안 수련을 해서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뱀신(蛇神)이었으며, 입에서 토해 낸 구슬을 사단(蛇丹)이라고 부르는 보물이었다.
뱀신은 잠에서 깨어나서 주위를 살펴보고 사단이 없어진 것을 알고 곧 할머니로 변하여 구슬을 찾으러 나섰다.
할머니로 변신한 뱀신은 길에서 증동을 만났다. 뱀신이 증동에게 물었다.
“너는 혹시 연못가 풀밭에 떨어져 있는 구슬을 본 적이 있느냐?”
“제가 주워서 갖고 있습니다.”
증동은 호주머니 속을 뒤져서 구슬을 꺼내어 두 손으로 공손하게 할머니한테 돌려 주었다. 할머니로 변신한 뱀신은 증동의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고 다시 물었다.
”애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고 너의 집은 어디 있느냐?”
“저는 집이 없습니다. 제 이름은 증동이고 일찍 부모를 여의고 부잣집에 들어가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얘야! 그렇다면 나를 어머니로 여기고 내 집에서 함께 살면 어떻겠느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증동은 뱀신의 양아들이 되었다.
증동은 대양산 중턱에 있는 뱀신의 바위굴 속에서 3년 동안 뱀신과 함께 지냈다. 어느 듯 증동은 열 여섯 살이 되었다. 열 여섯 번째 생일날에 뱀신이 증동에게 말했다.
“아들아! 네가 벌써 어른이 되었구나! 이제 너는 바깥 세상에 나가서 훌륭한 일을 해야 한다. 드디어 네가 벼슬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 나라의 태자가 중병에 걸렸는데 네가 아니면 아무도 고칠 수 없는 병이다. 네가 궁으로 가서 태자의 병을 고쳐야 한다. 그렇게 하면 너는 고관 대작이 되어 백마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증동이 대답했다.
“어머니! 저는 의원이 아니라서 질병을 고칠 줄 모릅니다.”
뱀신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 쓸개에는 태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쓸개즙이 들어 있다. 너는 내 뱃속에 들어가서 쓸개주머니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쓸개즙 몇 방울을 병에 담아서 갖고 나와야 한다. 태자한테 그 쓸개즙을 먹이면 병이 나을 것이다. 그러므로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느니라.”
말을 마친 뱀신은 증동에게 바늘 한 개와 작은 약병 한 개를 주었다. 그리고 큰 뱀으로 변하여 땅바닥에 엎드려 입을 크게 쩍 벌렸다.
증동은 뱀의 입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쓸개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깜깜한 뱃속에서 쓸개를 찾아내어 바늘로 찔러 구멍을 내고 쓸개즙 몇 방울을 약병에 담아 밖으로 나왔다.
뱀신은 여행하는 동안 증동이 먹을 음식과 옷을 마련해 주었다. 떠나는 날 아침에 작별 인사를 하면서 뱀신이 말했다.
“태자의 병을 고치면 너는 왕실에서 살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길 것이니 그 때에는 바로 나를 찾아 오너라. 이 동굴 입구의 절벽을 계단 밑에서부터 기어 올라오되 33번째 계단에서 멈추어 북을 세 번 울려라. 그러면 나가서 문을 열어주겠다!”
증동은 뱀신의 말을 머리속에 새기고 궁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곳곳마다 태자의 병을 고치면 큰 상을 내리겠다고 하는 방이 붙어 있었다. 증동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왕궁으로 들어갔다. 문지기한테 태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갖고 왔다고 말했더니 증동을 태자한테 안내했다.
태자는 막 숨이 넘어가는 중이었다. 증동은 급히 약병에서 뱀신의 쓸개즙을 꺼내어 태자한테 먹였다. 맛이 써서 태자는 얼굴을 찌푸렸으나 곧 기운을 차렸고 며칠 지나자 병이 나았다.
임금은 몹시 기뻐하며 증동에게 큰 상을 내리고 태자와 함께 지내게 하였다. 증동은 궁궐에서 글 공부도 하고 무술도 닦았다. 임금은 증동에게 증상(曾相)이란 이름을 내리고 나중에 태자가 임금이 되면 승상(丞相) 자리를 맡기기로 하였다.
증동이 태자의 병을 고쳐 준 지 일 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주가 태자가 걸렸던 병과 꼭 같은 병에 걸렸다.
임금은 증상을 불러서 말했다.
“만약 경이 공주의 병을 고쳐 주면 짐은 경을 사위로 삼을 것이오!”
“제가 공주님의 병을 반드시 고치겠습니다.”
증동은 뱀신과 헤어지면서 한 말을 기억해 냈다. 그렇다. 공주의 병을 고치려면 뱀신의 쓸개즙이 있어야 한다. 그는 임금한테 약을 가져 오겠다고 작별 인사를 한 다음 말을 타고 밤낮없이 대양산으로 달려갔다.
대양산에 도착하여 뱀신의 동굴이 있는 절벽의 서른 번째 계단에서 멈추어 북을 세 번 울렸다. 그러자 돌문이 열리고 뱀신이 나와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뱀신과 증동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였다.
뱀신은 증동이 말을 하지 않아도 찾아 온 이유를 알아 차렸다. 증동에게 바늘과 약병을 주면서 말했다.
“아들아! 내 쓸개즙이 필요해서 왔구나! 주고 말고. 그런데 그 전에 일러 둘 말이 있다. 너는 내 쓸개에 바늘을 한 번만 찔러서 쓸개즙을 조금만 빼내야 한다. 절대로 더 많이 빼내려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내 뱃속으로 들어가거라.”
증상은 바늘과 약병을 들고 뱀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쓸개즙이 왜 그토록 영험한 약효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쓸개즙이 몹시 탐이 났다.
“어머니! 뱀 쓸개즙이 왜 훌륭한 약이 되는지 연구를 해 봐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쓸개즙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 이 아들한테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마십시오!”
증동은 혼잣말을 하며 바늘을 쓸개에 마구 찔렀다.
증동이 쓸개에 바늘을 힘껏 찌르자 뱀은 몹시 아파서 입을 다물고 몸부림을 쳤다.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몇 번을 뒹굴다가 마침내 혼절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증상은 뱀의 뱃속에서 숨이 막혀서 죽고 말았다.
뱀신은 한참 뒤에 깨어나서 오랫동안 구토를 했다. 그 때 쓸개즙이 목구멍으로 넘어와서 풀잎에 떨어졌다. 그 풀이 자라서 푸른색 꽃이 피었다. 뱀신은 그 풀을 사담초(蛇膽草)라고 불렀다.
뱀신은 욕심에 사로잡혀 목숨을 잃은 증상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공주가 불쌍했다. 뱀신은 다시 할머니로 변신하여 사담초를 캐서 왕궁으로 갖고 갔다. 뱀신은 임금한테 자신이 증상의 어머니이고 증상이 갑자기 죽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증상을 대신하여 공주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왔다고 하였다.
임금은 할머니로 변신한 뱀신의 말을 받아들여 공주의 병을 치료하도록 허락하였다. 뱀신은 공주에게 사담초를 달여 먹여 병을 고쳤다.
임금은 매우 기뻐하면서 뱀신한테 물었다.
“약초의 효과가 참으로 훌륭하구나. 그 약초의 이름이 무엇인가?”
할머니로 변신한 뱀신이 대답했다.
“사담초라고 부릅니다.”
임금은 사담초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사담초라면 뱀쓸개와 같은 풀이라는 뜻이 아닌가? 사담초보다는 용담초(龍膽草)가 더 좋은 이름이다. 앞으로는 그 약초의 이름을 용담초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렇게 하시옵소서.”
임금과 대화를 마치고 난 뒤에 할머니로 변한 뱀신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사담초를 용담초로 바꾸어 불렀다.
뒷날 사람들은 대양산 꼭대기에 사신묘(蛇神廟)를 건립하여 뱀신의 뜻을 기렸다. 사당 안의 빗돌에 다음과 같은 두 구절의 시를 새겼다.
心平還珠蛇神爲娘
心貪刺膽蛇娘呑相
구슬을 돌려받아 마음이 평온해진 뱀신은
착한 어머니가 되었으나
쓸개즙을 탐낸 증상은 뱀의 뱃속에서 죽었구나
대양산(大洋山)은 중국 절강성(浙江省) 주산군도(舟山群島)의 서북부에 있는 해발 천 미터가 넘는 바위산이다.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층암절벽(層巖絶壁)이 많아서 경치가 좋고 피서지로도 이름이 높다.
이 이야기는 상징하는 것이 많다. 왕자와 공주는 왕궁에서 달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병이 났다. 달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긴 병은 쓴맛이 나는 약을 먹어야 고칠 수 있다. 뱀 쓸개는 약 중에서 제일 쓴맛이 세다. 왕자와 공주는 맛이 쓴 것을 먹고 병을 고쳤다. 그러나 증동은 왕궁에서 달고 기름진 음식만 먹다 보니 마음이 악해지고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 때문에 증동은 목숨을 잃었다. 이 이야기에는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병이 나고 마음이 악해지고, 그렇게 해서 생긴 병은 쓴 것을 먹어야 고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용담은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진한 남색이나 보랏빛 꽃이 핀다. 용담꽃은 두견화(杜鵑花)와 보춘화(報春花)와 함께 중국의 삼대 명화(名花) 중에 하나로 꼽힌다.
용의 쓸개처럼 쓴 풀
옛날, 어느 깊은 산 속에 가난한 나무꾼이 살았다. 나이가 많은 어머니가 위장병으로 오랫동안 앓아누워 있었으나 돈이 없어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 나무꾼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눈 덮인 산 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눈을 헤치며 산을 올라가다가 산토끼 한 마리가 눈 속에서 풀뿌리를 캐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 놈을 잡아서 어머님께 달여 드려야겠다.”
나무꾼은 산토끼를 잡으려고 쫓아갔다. 그런데 토끼는 몇 걸음 앞서 도망가다가 잠시 멈추고 눈 속을 앞발로 헤집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나무꾼이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토끼가 발로 헤집던 곳을 살펴보니 가냘픈 줄기에 보랏빛 꽃이 달린 처음 보는 풀이 있었다.
“눈 속에 꽃이 피어 있다니? 이것은 신령님이 산토끼를 통해서 어머님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가르쳐 주신 것이 틀림없어.”
나무꾼은 그 풀의 뿌리를 캐어서 위장병으로 앓아누워 계신 어머님께 달여 드렸다. 신기하게도 어머니는 며칠 뒤에 깨끗하게 나아 건강을 되찾았다. 나무꾼은 이 약초가 산신령이 내려 준 것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다. 그 뒤로 사람들은 이 풀뿌리의 맛이 마치 용의 쓸개처럼 쓰다고 하여 ‘용담(龍膽)’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용왕이 보내 준 약초
중국 안휘성(安煇省) 천장현에 후가호(後家湖)라고 부르는 작은 호수가 있다. 이 호수 주위에는 옛날부터 키가 두어 뼘쯤 자라고 진한 보라색 꽃이 피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그 풀이 자라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여름에 가뭄이 몹시 심해서 호수가 말라 바닥이 거의 드러날 지경이 되었다. 사람들은 비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비는 오지 않고 시커먼 용 한 마리가 말라붙은 호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바다로 가지도 못한 채 바닥에 누워 퍼덕거렸다. 용은 물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용을 구경하려고 몰려들었다.
용을 죽여서 그 고기를 먹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용을 죽이면 천벌을 받을 것이므로 물을 호수에 퍼다 부어서 살려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용은 조화를 부릴 수 있는 영물이므로 근처에 있는 강과 아직 마르지 않은 호수에서 물을 퍼 와서 연못에 부어 용을 살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용을 살리기 위해 십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호수와 강에서 물을 떠서 날랐다. 사흘 동안 밤낮으로 열심히 물을 퍼서 나른 끝에 드디어 후가호는 물이 가득 찼다. 용은 고맙다는 표시로 꼬리를 힘차게 흔들더니 구름을 일으켜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용이 하늘로 올라간 다음해부터 후가호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풀이 무성하게 돋아났다. 줄기는 가늘고 잎이 넓으며 꽃은 종 모양이고 진한 보랏빛이었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겨 그 뿌리를 캐서 맛을 보았더니 쓸개처럼 몹시 쓴 맛이 났다.
사람들은 용이 목숨을 살려 준 보답으로 훌륭한 약초를 자라게 한 것이라고 여겼다. 마침 그 때에 한 사람이 열이 심하게 나서 헛소리를 하고 온 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그 처음 보는 풀의 뿌리를 캐서 달여 먹였더니 곧 열이 내리고 병이 나았다. 다른 한 사람은 담석증으로 인해 통증이 몹시 심했는데 역시 그 풀의 뿌리를 캐서 먹고 통증이 없어졌다. 그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은 그 풀의 뿌리를 먹고 눈이 밝아졌고, 어떤 사람은 허리가 아픈 것이 나았으며, 어떤 사람은 귀가 잘 들리게 되었고, 또 다른 사람은 위장병이 나았으며, 그 밖에 피부가 가려워서 고생하던 사람이나 가슴이 마구 두근거려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 등이 그 약초뿌리를 달여 먹고 병이 나았다. 마을 사람들은 용왕이 신통한 약초를 보내 주었다면서 매우 기뻐하였다.
후가호 주변에 신기한 약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 찾아와서 그 약초를 캐어 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무리 그 약초를 많이 캐도 약초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번식하여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 풀을 귀한 약초로 여기게 되었으며 용의 쓸개처럼 쓴 풀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용담(龍膽)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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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내리고 염증을 치료
푸른 빛깔이 청초하고 아름답기로는 용담꽃을 따를만한 것이 없다. 용담꽃은 쪽빛이나 가을 하늘, 동해의 물빛보다도 더 푸르다. 용담꽃은 온갖 들꽃 가운데서 도라지꽃 초롱꽃과 함께 푸른색을 대표하는 꽃이다.
푸른 기운은 지상의 뭇 생명을 주관하는 별인 세성(歲星) 곧 목성(木星)의 기운이다. 맑은 가을날 한밤중에 높은 산꼭대기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푸른 세성의 별기운이 햇살처럼 쏱아져 내리는 곳이 있다. 그 곳이 어디쯤인지를 대강 어림잡아 두었다가 날이 밝은 뒤에 가서 살펴 보면 용담이나 도라지, 초롱꽃이 마치 파란 등불을 밝힌 듯 꽃을 피우고 있다. 이처럼 용담은 세성의 푸른 별의 정기를 받아서 자라는 풀이다. 용담은 세성의 별기운을 받아서 자라는 까닭에 간에 들어가서 작용하고 간염, 지방간, 간경화, 간암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 된다.
용담은 용담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초룡담(草龍膽), 과남풀, 관음풀, 백근초(白根草), 담초(膽草), 고담(苦膽)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 흔히 나서 자라고 있었으나 한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진한 보랏빛이나 파랑색으로 피는 꽃이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마구 캐어 가 버린 까닭에 지금은 매우 드물게 되었다.
키는 30~50cm쯤 자라고 잎은 마주 나고 좁은 달걀꼴이다. 가을에 종처럼 생긴 진한 파란색이거나 보랏빛 꽃이 핀다. 파란 물빛을 닮은 꽃이 청초하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용담과 닮은 것으로 산용담, 수염용담, 축자용담, 칼잎용담, 비로용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 같이 하얗고 가느다란 뿌리를 약으로 쓴다.
용담 뿌리는 맛이 몹시 쓰다. 성냥개비 끝만한 뿌리 조각 하나를 씹어보면 몸서리가 날 정도로 쓰고 쓴맛이 입 안에 오래 남는다. 이 쓴맛이 나는 성분이 소화를 잘 되게 하고 간의 해독 능력을 늘려 주며 쓸개즙을 잘 나오게 하고 위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며 기운을 아래로 내려가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면역력을 길러 주는 등의 작용을 한다.
용담은 성질이 차갑고 열을 내리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매우 세다. 특히 간에 열이 성할 때 열을 내리는 작용이 탁월하다. 급성전염성 간염으로 온 몸은 말할 것도 없고 눈동자까지 노랗게 되고 열이 심하게 나고 간에 기름이 끼어서 부어올라서 갈비뼈 밑이 아플 때에 용담(龍膽)에 황금(黃芩), 목통(木通), 시호, 질경이 등의 몇 가지 약초를 섞어서 물로 달여 복용하면 열이 내려가고 간의 상태가 차츰 좋아진다. 이 처방이 옛날부터 간염 치료제로 이름 높은 용담사간탕(龍膽射干湯)이다. 용담사간탕은 최근 간염 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병이나 대상포진과 같은 피부병에도 뛰어난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실험에서 확인되었다.
용담 뿌리의 쓴맛 성분은 겐티오피크린이라는 물질이다. 이 성분은 입안의 침샘과 미각 신경을 자극하여 침을 많이 나오게 하고 위장에서 소화액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작용이 있다. 소장과 대장의 점막을 자극하여 점액질을 많이 나오게 하고 위와 장의 연동운동을 잘 되게 하고 담즙을 비롯한 갖가지 소화액이 잘 나오도록 도와준다.
용담은 위염이나 소화불량에도 효과가 아주 좋은데 만성적인 위산과다로 인한 위염이나 위산이 작게 나와서 생긴 위염에 다 같이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 용담 뿌리 하루 3~6그램을 물로 달여서 먹거나 가루를 내어 먹는다. 맛이 쓰다고 하여 설탕이나 꿀을 넣어 먹으면 안 된다.
용담은 열을 내리고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삭인다. 기형세포나 염증 세포, 암 세포를 없애는 작용이 있어서 악성 종양, 류머티스 관절염, 팔다리가 마비된 것 등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용담 뿌리에 들어 있는 겐타오닌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은 염증을 없애는 동시에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임상실험에서도 용담 뿌리를 달인 물은 상당히 센 항암 효과와 진통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에서는 용담 뿌리를 비인암, 담낭암, 췌장암, 위암 등 갖가지 암을 치료하는데 쓴다. 용담 한 가지만을 물로 달여서 먹거나 꿀풀, 삼백초, 어성초, 느릅나무 뿌리껍질 등과 함께 쓴다. 용담 뿌리를 말려서 가루 내어 먹거나 알약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용담은 암 중에서도 특히 위암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국 의학자들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용담뿌리 추출물이 암세포의 성장을 52% 억제하였고 체외실험에서는 70~90%쯤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소화불량, 위액이 너무 적게 나올 때, 밥맛이 없을 때, 고혈압,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는 용담 뿌리를 하루 5~10그램을 물로 달여 여러 차례에 나누어 먹거나 뿌리를 말려서 가루 내어 먹는다.
위염이나 위궤양, 위경련, 소화불량, 밥맛이 없는 것 등의 여러 위장병에 용담 한 가지만을 단방으로 쓰기도 하지만 다른 약초와 섞어서 약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곧 용담 뿌리 가루 75그램, 창출(蒼朮) 가루 100그램, 백복령 가루 135그램, 산사(山査) 가루 150그램으로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3-5그램씩 하루 두세 번 빈속에 먹으면 갖가지 위장질환이 낫고 뱃속이 편안해진다.
용담 뿌리는 여드름이나 기계충, 버짐 같은 얼굴이나 머리에 나는 여러 가지 부스럼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가을철에 굵게 자란 용담 뿌리를 캐어 잘 씻어서 절반은 햇빛에서 절반은 그늘에서 말린 다음 5-10그램씩을 물로 달여서 먹거나 날것으로 생즙을 내어 조금씩 마신다.
용의 쓸개라는 이름 그대로 맛이 몹시 쓰므로 먹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대로 쓴 것을 잘 먹어야 몸이 튼튼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며 염증이 없어지는 법이다. 말린 것은 하루 10그램 미만을 쓰고 날것은 30그램 미만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급성 중이염으로 귓속이 퉁퉁 붓고 냄새가 나며 고름이 나오면서 몹시 아플 때에는 용담과 속썩은풀을 반씩 섞어 달여서 복용하면 효과를 본다.
녹내장으로 인해 안압이 높을 때에도 용담 15~20그램을 달여서 마시면 안압이 내려간다. 용담은 열을 내리고 간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염증을 삭이며 눈을 밝게 하는데 아주 좋은 효과가 있는 약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