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대
훌륭한 어머니가 되려면 모시대를 먹어라
옛날, 한 훌륭한 의원이 있었다. 어느 날 깊은 산속을 지나다가 사냥꾼한테 독화살을 맞아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멧돼지를 보았다. 멧돼지는 의원과 마주치자 얼른 일어나서 비틀거리면서 숲속으로 도망을 쳤다. 의원은 멧돼지가 독이 퍼져서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멧돼지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황급히 숲 속으로 달아나던 멧돼지는 주둥이로 어떤 풀의 뿌리를 파내어 열심히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원은 이상하게 여겨 오랫동안 몸을 감추고 멧돼지를 지켜 보았다.
“이상하군! 독이 퍼져서 곧 죽을 것이 틀림 없는데 무엇 때문에 풀뿌리를 캐서 먹는담?”
그런데 독이 온 몸으로 퍼져서 죽을 시간이 지났어도 멧돼지는 죽지 않았다. 죽기는커녕 기운이 점점 생생해지는 것 같더니 한 시간쯤 지나자 멧돼지는 완전하게 기운을 되찾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숲속으로 유유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사냥꾼의 독화살 끝에 묻은 독은 초오 독이 틀림 없을 것인데 그렇다면 멧돼지가 먹은 풀이 초오의 독을 풀 수 있다는 말인가?”
의원은 멧돼지가 파먹은 풀뿌리가 틀림없이 독화살의 독을 푸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멧돼지가 풀뿌리를 캐서 먹던 곳으로 다가가서 그 풀이 무슨 풀인지를 살펴 보았다.
“아니! 이것은 모시대 뿌리가 아닌가? 모시대 뿌리가 독화살의 독을 푸는 해독제가 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어디 이 뿌리를 캐서 갖고 가서 한 번실험을 해 봐야지.”
의원은 모시대의 뿌리를 캐서 갖고 와서 초오를 비롯한 온갖 독약에 중독된 사람한테 써 보았더니 과연 뛰어난 해독 효과가 있었다. 그 뒤부터 의원은 온갖 독에 중독된 환자를 잘 고치는 것으로 이름이 크게 났고 모시대는 백 가지 독을 풀어주는 최고의 해독약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약초
모시대는 도라지, 더덕, 잔대 등과 한 통속인 식물로 아득한 옛적부터 우리 조상들이 나물로 먹고 약으로 써 왔던 식물이다. 우리 조상들은 도라지는 남자들의 온갖 질병을 치료하는데 썼고, 모시대와 더덕, 잔대는 여자들의 온갖 질병을 치료하는데 썼다. 모시대, 도라지, 잔대, 더덕은 모두 같은 초롱꽃과에 딸린 식물로 약효과 성질이 서로 비슷하다.
잔대와 도라지는 양지바른 풀밭에서 잘 자라고 모시대와 더덕은 깊은 산 속 나무 그늘에서 잘 자라는 점이 다르다. 더덕보다는 모시대가 해발 고도가 더 높은 곳에 잘 자라고 수명이 월등하게 길고 약효도 훨씬 높다.
오행(五行)으로 보면 잔대와 모시대는 동방(東方) 청룡(靑龍)에 속한다. 동방은 목(木)이고 목은 간(肝)이다. 도라지는 서방(西方) 백호(白虎)에 속한다. 서방은 금(金)이고 금은 폐(肺)다. 그러므로 잔대와 모시대는 간에 아주 좋은 약이고 도라지는 폐에 아주 좋은 약이라고 볼 수 있다.
모시대는 여성들한테 가장 좋은 음식이며 약이다. 모시대는 모든 부인병을 통치한다. 야생 묏도라지를 강건(剛健)한 약이라고 한다면 모시대는 인자(仁慈)한 약이다. 도라지 뿌리는 딱딱하고 모시대 뿌리는 부드럽다. 인자하다는 말은 어질고 자애롭다는 말이다. 모든 여자가 자애롭지는 않지만 모든 어머니는 자애롭다.
다른 사람의 어머니를 높여서 자당(慈堂)이라고 부르는데 자(慈)는 사랑 자(慈)다. 잔대는 어머니처럼 자애(慈愛)로운 약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운 마음씨를 길러주는 약이다.
모시대는 인자한 성질을 길러 주는 데 아주 좋은 효능이 있는 약초다. 폭력적이고 난폭한 성질을 지닌 사람이 모시대를 먹으면 부드럽고 유순한 성질로 바뀐다. 모시대를 먹으면 날카롭고 급한 성질이 온화하고 느긋하게 바퀴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시대 잎이나 뿌리는 화병(火病)이나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데에 매우 좋은 식품이다.
모시대 뿌리를 한자로 제니(薺苨)라고 쓴다. 예로부터 제니는 부인병 전문 치료약으로 이름이 매우 높았다. 냉증(冷症)이나 대하증(帶下症), 생리통, 생리불순, 불임증 같은 온갖 부인병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임질(淋疾)이나 매독(梅毒) 같은 온갖 성병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오래 전에 한 부인이 성병으로 음부가 썩어서 진물이 흐르고 냄새가 심하게 나서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였으나 6개월 동안 모시대 뿌리를 탕으로 달여 먹고 완전히 나았다. 50대의 한 남성은 고환염으로 고환이 퉁퉁 부어 어른 주먹 만하게 되어 바지를 입을 수 없고 여자들처럼 치마를 입고 다녀야 했는데 역시 모시대 뿌리를 탕으로 달여 주었더니 6개월 만에 완전히 나았다.
인자한 어머니와 같은 약
모시대 나물은 새살을 나오게 하는 기능이 뛰어나서 오래 먹으면 살결이 곱고 매끈하게 바뀐다. 오래 된 흉터 같은 것이 없어지며 주름살이 펴져서 얼굴이 차츰 젊어진다.
모시대는 수명이 매우 길어서 수십 년이나 수백 년을 살 수 있으므로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고 면역력을 길러주는 데에도 효과가 매우 뛰어난 식물이다. 모시대는 사람을 불로장생하게 하는 최고의 음식이다.
모시대 나물은 예로부터 영아자, 병품쌈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산나물의 하나로 이름이 높았지만 요즘에는 잊혀져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모시대의 새순을 꺾으면 뽀얀 진이 나온다. 이 진은 염증을 삭이고 새 살이 잘 나오게 하는 성분과 기능이 있다.
모시대 나물은 날것으로 쌈을 싸서 먹어도 좋고 살짝 데쳐서 무쳐 먹어도 좋으며 삶아 말려서 묵나물로 먹어도 좋다. 그러나 제일 좋은 것은 날것을 양념간장을 만들어서 무쳐서 먹는 것이다.
약초음식은 가능하면 사람의 손길이 적게 가는 것일수록 좋다. 가장 단순한 것일수록 약효가 좋다. 모시대 새순을 잘 씻어 다듬은 조선간장에 식초를 조금 넣고 양념 간장을 만들어서 간을 맞추고 버무린 다음 깨소금을 약간 쳐서 먹기만 하면 된다.
모시대 나물은 여성들의 갖가지 부인병과 산후병, 그리고 살결을 아름답게 하는데 가장 좋은 약음식이다. 오래 먹으면 마음이 편안하게 되고 뇌기능이 좋아지고 뼈가 튼튼하게 되며 빈혈이 없어지고 체중이 줄어들어 몸매가 날씬하게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