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白朮 蒼朮

초암 정만순 2018. 5. 2. 08:27



白朮 蒼朮



삽주고는 최고의 위장병 치료약이다

 

삽주 뿌리는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므로 위장기능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영약이 될 수 있다.

삽주 뿌리는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밥맛을 좋게 하고 진액을 늘리며 갈증을 멎게 하고 태아를 안정시키며 설사를 멈추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는 등의 다양한 약리작용이 있다. 삽주의 묵은 뿌리인 창출과 햇뿌리인 백출은 약성이 조금 다르다. 창출은 땀을 나게 하는 작용이 백출보다 세고 백출은 오히려 땀을 멈추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 몸 안의 물기를 없애는 작용은 창출이 더 세고 위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는 백출이 더 낫다고 한다. 곧 비만증인 사람이 살을 빼려고 하는 데에는 창출이 더 낫고 위와 장의 기능이 허약한데에는 백출이 더 낫다고 볼 수 있겠다.

옛날에는 창출과 백출을 가리지 않고 썼으나 요즘은 백출을 더 많이 쓰며 값도 창출보다 갑절이 넘게 비싸다.


 

위염과 장염에 최고의 명약 삽주고

 

소화불량, 만성위염, 위하수, 만성장염 등에는 삽주 뿌리 한 가지만으로 뛰어난 약을 만들 수 있다. 삽주뿌리로 수천 년 전부터 불로장생약으로 알려져 온 삽주고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창출과 백출을 가리지 않고 삽주뿌리 5킬로그램쯤을 큰 솥에 넣고 물을 부어 달인다. 달이는 도중에 물이 줄어들면 끓인 물을 부으면서 달이도록 한다.

약한 불로 4일 동안 달인 다음 고운체로 걸러 찌꺼기는 버리고 그 즙을 다시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인다. 이렇게 달인 것을 그릇에 담아 끓는 물에 넣고 이중탕을 해서 고약처럼 될 때까지 천천히 농축시킨다. 물엿이나 꿀의 농도가 되면 식혀서 항아리나 유리병에 담아서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해 두고 아침저녁으로 찻숟갈로 하나씩 먹는다.

삽주고는 만들기가 꽤 번거롭지만 맛이 좋고 온갖 위장병에 효험이 매우 크다. 밥맛이 좋아지고 소화가 잘 되며 장의 기능이 튼튼해지고 변비와 설사가 모두 없어진다. 오래 먹으면 몸의 모든 신진대사기능이 좋아져서 몸이 가뿐해지고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삽주고는 맛과 향기가 좋아서 먹기가 좋고 효과도 아주 좋다. 지금까지 여러 번 삽주고를 만들어 갖가지 위염, 위궤양, 소화불량, 위무력증, 위하수, 위경련, 장염, 장궤양, 뱃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 환자 등 위와 장에 질병이 있는 사람을 치료해 보았는데 낫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삽주를 가루내어 감초가루를 같이 섞어 알약을 만들어 먹으면 간장의 기능이 허약한 사람한테 좋고 복령, 대추, 석창포 등과 같이 섞어서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약이 된다.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삽주뿌리와 향부자를 2 : 1로 섞어서 보드랍게 가루 내어 한 번에 5그램에서 7그램씩 하루 3번 밥 먹고 나서 먹으면 좋다. 삽주 뿌리 한 가지만을 쌀뜨물에 담갔다가 말려 보드랍게 가루내어 한 번에 4그램에서 7그램씩 하루 세 번 먹어도 좋다.

삽주는 소화불량, 급만성 위염, 위궤양에 효과가 크다. 삽주 뿌리 600그램, 복령 150그램을 물로 달여서 찌꺼기는 짜 버리고 다시 졸여서 꿀을 넣어 엿처럼 만들어 한 번에 15그램에서 20그램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따뜻한 물로 먹는 방법도 있다. 위와 장이 튼튼해지고 소화가 잘 되며 기력이 좋아지는 등의 효능이 있다.

자주 체하고 소화가 잘 안 되며 헛배가 불러오는 만성위염에 효과가 크다. 이렇게 만든 약엿을 삽주고, 또는 창출고라고 하는데 여기에 율무, 소태나무, 연꽃씨, 참마, 산사 등을 가루 내어 섞으면 소화기관이 약한 허약체질 환자에게 으뜸가는 약이 된다.

민간에서 삽주 뿌리를 약으로 쓰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만성위염에는 삽주 뿌리와 귤껍질을 같은 양으로 가루 내어 섞어서 한번에 3그램에서 5그램씩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먹는다. 소화불량에도 효과가 크다. 귤껍질을 진피(陳皮)라고 하는데 오래 묵은 것일수록 효과가 좋다.

간염에는 삽주 뿌리 10그램과 띠뿌리 20그램, 감초 3-4쪽에 물 1.8리터를 붓고 달여서 하루 3-4번 차 마시듯 마신다.

몸이 붓는 데는 삽주 뿌리와 질경이 각각 50그램에 물 300밀리리터를 붓고 달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먹는다.


 

이시진과 강소성 모산의 삽주

 

삽주는 중국 강소성 모산에서 나는 것이 약효가 가장 빼어나다고 한다.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는 모산의 삽주뿌리를 쪼개보면 붉은 반점에 있고 매우 진귀한 약이 된다고 적혀 있는데 모산지방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온다.

이시진이 모산에서 약초를 캐던 중에 바위틈에서 자라는 큰 삽주를 보았다. 향기가 멀리까지 코를 찔렀으며 삽주가 자라고 있는 바위는 그 생김새가 마치 한 마리 학과 같았다. 이시진은 바위를 타고 올라가 그 삽주 뿌리를 캤다. 괭이질을 하던 중 조그마한 돌이 하나 부서져서 나왔는데 그것은 바로 학의 벼슬처럼 생긴 것이었다.

그 돌이 빠져나오자 피가 일곱 방울 뚝뚝 떨어져서 이시진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돌은 아름다운 학으로 바뀌어 세 번 울며 하늘로 높이 날아갔다. 캐낸 삽주뿌리를 살펴보니 쪼개진 면에 핏빛 반점이 일곱 개 있었다.

그 뒤로 모산에서 나는 삽주뿌리에는 빨간 반점이 있고 다른 곳에서 나는 것보다 약효가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산을 비롯하여 강소성, 강서성, 안휘성 일대에서 자라던 삽주의 야생종은 이미 멸종되어 완전히 없어진 지 오래 되었고 지금은 밭에서 재배하는 품종만이 남아있다.

모산에서 자라던 삽주를 좁은잎삽주라고 부르는데 좁은잎삽주는 다른 종보다 향기가 더 강하고 정유성분이 훨씬 더 많아서 최고품으로 쳤다. 좁은잎삽주의 변종으로 중국삽주가 있고 또 북한에서 자라는 조선삽주가 있다.

남한에는 삽주 한 종류만이 자라고 있을 뿐인데 조림사업으로 산에 나무가 울창해지면서 그 수가 차츰 줄어들어 이제는 야생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야생 삽주도 중국 모산에서 난 삽주에 못지 않은 약효를 지니고 있다. 삽주의 약성을 창출과 백출로 나누어 설명한다.

창출은 몸 안의 찬기운을 없애고 땀을 잘 나게 하여 풍한으로 인한 감기를 치료한다. 찬바람을 쐬고 나서 감기가 들어 머리가 아프고 목과 등에 땀이 나면서 아플 때에 효과가 있다.

뱃속에 있는 물기를 없애고 몸이 마비된 것을 풀어서 낫게 한다. 위 속에 필요 없는 수분이 많아 물이 차면 꾸럭꾸럭 하는 소리가 난다. 이럴 때 창출을 물로 달여 먹으면 물기가 빠져나가서 쉽게 낫는다. 삽주 20그램에 물 1.5리터를 붓고 끓여서 하루 3-4번씩 마시면 된다. 신장기능이 나빠서 소변이 잘 안 나와서 몸이 푸석푸석하고 부을 때에도 창출 40그램에 물 600밀리리터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수시로 마신다.

풍습성 관절염으로 허리와 무릎이 붓고 아픈 것과 다리가 저리고 힘이 없을 때에도 창출고를 먹으면 좋다.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여 설사를 멈춘다. 뱃속이 차가워서 음식이 소화가 되지 않고 몸이 여윌 때, 만성장염으로 설사를 계속할 때, 밥맛이 없고 얼굴이 누렇게 되며 헛배가 부르고 답답할 때 창출을 먹으면 좋다.


 

창출과 쑥을 태우면 공기를 정화한다

 

갖가지 균을 죽이는 효과가 매우 세다. 창출 40그램과 쑥 10그램을 섞어서 같이 태우면 공기 중에 있는 결핵균, 감기바이러스, 황색포도알균, 대장균, 녹농균 등의 갖가지 균을 다 죽는다. 온갖 균을 죽이는 작용이 포르말린이나 자외선보다 더 세다. 창출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를 가구나 그릇, , 곡식 같은 것에 쏘이면 장마철에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약재를 보관하는 창고에도 여름철에 공기가 눅눅할 때 창출과 쑥을 태운 연기를 쏘이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벌레가 먹지 않는다.

창출과 쑥을 태운 연기는 사람이나 동물한테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신경성피부염이나 가려움증에도 창출과 쑥을 태운 연기를 쏘이면 아무런 부작용 없이 신기하게 잘 낫는다.

백출은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체한 것을 내려가게 하는 작용이 창출보다 더 세다.

기력을 보하고 담()을 없앤다. 기운이 허약하여 식은땀이 날 때에는 황기, 밀기울을 더해 쓰면 약효가 더 높아진다.

뱃속의 태아를 편안하게 한다. 겨우살이와 두충, 하수오와 같이 쓰면 더욱 좋다.

삽주뿌리에는 상당한 항암작용이 있다. 중국에서는 폐암과 위암에 삽주를 써서 효과를 보았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에서 위암에 좋은 효과를 본 보기가 있다. 삽주뿌리에 1.5-7퍼센트쯤 들어 있는 정유성분이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삽주뿌리에 들어있는 정유 성분은 아트락틸론과 아트락틸롤이다. 삽주뿌리에는 비타민 AD가 들어있는데 창출에는 많고 백출에는 적다. 백출에는 이눌린, 세스쿠이테르펜알코올 배당체 성분 등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들이 방향성 건위작용을 한다.

창출에는 비타민 A가 많아 야맹증에 특효가 있다. 창출 60그램을 물에 달여 하루 2-3번씩 한 달쯤 마시고 나면 신통하다 싶을 만큼 밤눈이 밝아진다. 삽주뿌리를 이용한 치료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삽주를 이용한 치료법

 

위암에는 백출 20-30그램에 물 60밀리터를 붓고 달여 30분쯤 달여서 마신다. 하루 세 번 따뜻하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감초나 대추 같은 것을 약간 넣어 달여도 좋다. 백출은 위장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암세포를 억제하고 새살이 잘 돋아나게 하고 기력을 돋운다.

간경화로 인해 복수가 찰 때에는 백출 150그램과 탱자열매 45그램으로 차를 끓여 마신다. 탱자는 간 기능을 좋게 하고 백출은 몸 안에 있는 물기를 밖으로 빼내어 준다.

팔다리가 붓는 데에는 백출 20그램에 대추 3-5개를 넣고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신다.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살결을 곱게 하려면 백출을 식초에 담가 두었다가 날마다 마사지를 한다.

몸에 땀이 많이 날 때에는 백출 가루를 한 숟갈씩 하루 2-3번씩 먹으면 땀이 멎는다.

삽주뿌리는 몸속에 있는 갖가지 화학물질로 인한 독이나 중금속 독을 푸는데도 효과가 기묘하다고 할 만큼 효과가 좋다. 삽주뿌리와 칡뿌리 등에 들어 있는 펙틴이라는 성분이 몸 안의 중금속을 흡착하여 오줌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삽주뿌리는 맛이 맵기 때문에 대개 쌀뜨물에 하룻밤 담가서 기름기를 빼 버리고 약으로 썼다. 그러나 삽주뿌리의 약효성분은 정유성분에 있기 때문에 기름기를 빼내지 말고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 말려서 그대로 쓰는 것이 좋다.

삽주의 줄기와 잎은 산나물로도 흔히 먹는다. 초여름 잎이 부드러울 때 채취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말려 나물로 먹거나 밀가루 옷을 묻혀 튀김으로도 먹는데 맛이 썩 좋다. 삽주뿌리를 달여서 우려낸 물로 담근 술도 맛과 향기가 좋고 위장병을 고치는 데 좋은 효능이 있다.

삽주뿌리를 달인 물에 누룩과 밥을 넣고 발효시켜 막걸리를 담으면 술맛이 천하일품이라고 할 만하다. 이 술이 갖가지 위장병이나 풍습성 관절염 등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삽주뿌리의 약성에 대해 옛 의학책에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적혔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이 쓰고 달며 독이 없다. 비위를 든든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습을 없앤다. 또 소화를 시키고 땀을 멎게 하며 명치 밑이 그득하며 아픈 것과 곽란(癨亂)으로 설사하고 토하는 것을 낫게 한다. 허리와 배꼽 사이의 혈을 잘 돌게 하며 위가 허냉하여 생긴 이질을 낫게 한다.

백출은 피부 속에 있는 풍을 없애며 땀을 거두고 트직한 것을 없애며 위를 보하고 중초를 고르게 한다. 또 허리와 배꼽 사이의 혈을 잘 돌게 하여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위로는 피부와 머리칼, 중간으로는 심장과 위, 아래로는 허리와 배꼽의 병을 고친다.’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다. 비경, 위경, 소장경, 심경에 작용한다. 비기를 보하고 입맛을 돋우며 소화를 잘 되게 한다. 또 습을 없애고 담을 삭이며 오줌을 잘 누게 한다. 땀을 멈추고 태아를 안정시킨다. 주요성분인 정유가 중추 신경에 대해 적은 양에서는 진정작용을 하고 많은 양에서는 마비작용을 나타내며 소화를 돕는다.

또한 달임약은 이뇨작용 억균작용을 나타낸다. 비위가 허약할 때 주로 쓰면 만성위염, 만성소장염, 체한 데, 게울 때, 붓는 데, 담음병, 땀이 저절로 나는데, 절박유산, 마비 등에 쓴다. 하루 6-9그램을 달임약, 알약, 가루약 형태로 먹는다.<동의학사전>




삽주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여 불로장생하게 한다

 

지금부터 2,200년쯤 전인 중국 한나라 말기에 지금의 하남성 남양(南陽)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계속되는 전쟁과 기근으로 인해 굶어죽는 사람이 하루에도 수천 명이나 되었다. 살아남은 백성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유랑을 떠나거나 산으로 들어가서 풀뿌리나 나무껍질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문()씨 성을 가진 한 여자가 남양지방에 나타났다. 먹을 것이 없어 산 속으로 들어가서 10년 동안을 살다가 고향이 그리워서 산을 내려 온 것이었다. 그런데 고향에 돌아왔는데도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10년 동안 전혀 늙지 않고 오히려 젊어졌을 뿐 아니라 살결도 어린아이와 같이 고와져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삽주뿌리는 사람을 늙지 않고 병들지 않게 한다

 

여러 해가 지나면서 문씨의 친구들은 하나둘씩 늙고 병들어 죽어갔으나 오직 그녀만은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찾아가서 그 이유를 물었다.

너는 대체 어떻게 돼서 늙지 않는 거야?”

나하고 같이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으며 배고픔을 견디다가 하나 둘씩 모두 죽었어. 그래서 나는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수염이 하얀 노인을 만났지. 그 노인은 나를 보더니 삽주 뿌리를 캐서 먹으라고 하더군. 그 때부터 삽주 뿌리를 캐서 열심히 먹었을 뿐이야.”

문씨는 삽주 뿌리를 먹은 뒤부터 배도 고프지 않고 몸에 기력이 차츰 생겼으며 얼굴빛이 고와지고 늙지 않았다. 문씨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자 남양 지방 사람들은 삽주 뿌리를 선약(仙藥)으로 여겼다.

어느 해 남양현을 다스리는 진자황(陣子皇)의 부인이 병에 걸렸다.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얼굴이 누렇게 되고 배가 퉁퉁 부어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의원을 불러 치료를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진자황은 문씨의 소문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산에 가서 창출을 캐 와서 부인에게 달여 먹였다.

그랬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병이 나았고 오래 먹게 하였더니 병들기 전보다 더 젊어졌다.

남양성 안에 사는 허씨 성을 가진 문장가 한 사람도 심한 위장병으로 30년을 고생하다가 삽주 뿌리와 대추를 가루 내어 꿀로 반죽하여 알약을 만들어 먹고 깨끗하게 나았다.

그는 뒤에 남양성에서 제일 이름이 높은 시인이 되었다. 이런 일들로 하여 삽주 뿌리는 불로장생약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삽주는 국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의 낮은 산이나 들판의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키는 80cm쯤 자라고 줄기 끝에 흰 빛의 작은 꽃이 둥근 꽃이삭을 이루며 7월에서 8월 사이에 핀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뻣뻣한 가죽질이며 톱니가 있는 타원꼴이다.

뿌리는 길고 단단하며 울통불퉁하게 생겼는데 해마다 덩어리 모양의 마디를 만들면서 자란다. 겉은 갈색이지만 잘라보면 속은 연한 밤색이며 특이한 향기가 있다. 가을이나 봄에 뿌리를 캐서 흙을 털어 버리고 뿌리줄기와 뿌리를 다듬어서 말린 것을 창출이라고 하고 삽주뿌리 가운데서 아래쪽에 붙은 덩이뿌리 부분만 골라서 겉껍질을 벗기고 말린 것을 백출이라고 부른다.

삽주뿌리는 오래 살고 늙지 않게 하는 약, 곧 신선이 되게 하는 약초로 이름이 높다. <향약집성방><신선방(神仙方)>을 보면 삽주 뿌리를 먹고 불로장생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적혀 있다.

삽주 뿌리를 가루 내어 늘 먹거나 오랫동안 달여 고를 만들어 꾸준히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온갖 병이 없어지며 오래 살게 된다고 한다. 유향이라는 사람이 지은 <열선전>에도 연자라는 사람이 삽주 뿌리를 먹고 300살 넘게 살면서 비바람을 마음대로 일으킬 수 있었다고 적혔고, <포박자>에도 신선이 되는 선약으로 삽주 뿌리가 으뜸이라고 하였다.


 

삽주 뿌리를 먹고 113살에도 젊은이와 같았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이 지은 <성소부 부고>라는 책에 쓴 <임노인 양생설>이라는 짧은 글이 있다. 강릉에 사는 임씨 노인이 나이가 113살인데도 기력이 젊은이 못지않고 정력이 왕성하여 그 노인에 대한 사연을 적은 것인데 임노인의 양생비법은 늘 삽주 뿌리를 먹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 전문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강릉부(江陵府) 태화현(太和縣)에 임세적(任世績)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13세가 되었는데도 얼굴이 50세 남짓한 사람 같아서 보고 듣는 것이 쇠하지 않았다. 계묘년(1603, 선조 36)에 내가 그를 만나 보았는데, 그가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습이 젊은이와 다름이 없었다. 그에게 그의 이력을 물었더니, 그는,

젊었을 적에 갑사(甲士 군사)로 있다가, 가정(嘉靖 명 세종(明世宗)의 연호) 신해년(1551, 명종6)에 나이가 차서 낙적(落籍 명부에서 빠짐)되어 이곳에 살았다.’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노인장은 특별한 방술(方術)이라도 있습니까? 어쩌면 이와 같이 건강하십니까?”

하니, 그 노인이 말하기를,

야인(野人)이 무슨 수로 방술을 지녔겠는가.”

하였다. 나는 또,

그럼 약이라도 복용합니까?”

하고 물으니, 그는,

복용한 적은 없소.”

하기에, 나는 이 대답이 괴이쩍어 다시 물었다.

세상에 진정 수양을 하지 않고도 오래 수명을 누린 이가 있습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내가 어릴 때 병이 많아 일찍 쇠약해져서 어쩌다 조금만 배불리 먹고 나면 반드시 뱃속이 더부룩하였다. 그래서 매일 5홉 정도의 묵은 쌀만 먹고, 기름진 살코기며 날것 또는 찬 음식은 먹지 아니하였다. 그렇게 10여 년을 계속하니 병이 점점 나아갔다. 40세에 아내를 잃었는데, 이때는 두 아들이 장성하여 나를 봉양하기에 충분하므로 첩을 두지 아니하고 전답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줘서 그들로 하여금 번갈아가며 먹여 주도록 하였다. 그리고 겨울과 여름에는 두꺼운 갖옷과 시원한 홑옷을 형제가 교대로 마련해 주도록 한 다음 바람이 닿지 않는 으슥한 방을 골라 거처하였다. 내 두 아들이 봉양을 잘하여 성낼 일도 없고 살림살이를 애타게 걱정하지도 않으며, 일없이 조용히 앉아서 주리면 먹고 피곤하면 잠자면서 살아온 지 지금 60여 년이 되었다.

집이 산골짜기에 있어서 날마다 삽주 뿌리와 황정(黃精)을 캐서 먹었다. 이러한 세월이 오래되자 눈이 점점 밝아지고, 귀가 점점 잘 들리며, 빠졌던 이가 점점 나고, 다리 힘이 점점 강건하여졌다. 두 아들이 죽은 이후에도 손자 다섯이 있어 그러한 봉양을 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나의 진기(眞氣)를 보존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내게 어찌 별다른 방술(方術)이 있겠는가.”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노인장의 말씀을 듣고 양생하는 방술을 얻었습니다. 신선이 되는 사람은 반드시 정()과 기()와 신()을 보전하는 법입니다. 노인장이 다시 장가들지 아니한 것은 정을 보전한 것이고, 음식물을 가리고 배부르게 먹지 아니한 것은 기를 보전한 것이며, 화를 내거나 가사를 걱정하지 아니한 것은 신을 보전한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이미 갖추어졌으니 그 많은 수명을 누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타고난 진기를 흔들지 않고 다만 주리면 먹고 피곤하면 잠자는 것은 바로 마음을 정정(靜定)시키는 첫째 관문이며, 삽주 뿌리와 황정 또한 약 중에서 상등품입니다. 노인장은 능히 그 일을 실행하고 또 능히 그것을 복용하였으니 신선이 되어 높이 올라갈 날이 어찌 멀겠습니까?

세상에서 금단(金丹)을 수련(修練)하여 장수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건곤 정기(乾坤鼎器), 감이 부부(坎離夫婦), 용호 연홍(龍虎鉛汞), 진화 퇴부(進火退符)를 들먹이고, 입으로 참동계(參同契)오진편(悟眞篇)을 외면서 스스로 진선(眞仙)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얻기에 조급하고 이익을 탐내어 분노(忿怒)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다가 끝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노인장을 본다면 이마에 어찌 땀이 흐르지 않겠습니까? 스승이로다, 내 스승이로다, 노인장이여.”


 

허숙미가 창출로 위장병을 고친 이야기

송나라 때의 명의 허숙미(許叔微)와 창출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젊어서부터 공부벌레였던 허숙미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졸음이 오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잠자기 전에 술을 한 잔씩 마시고 잠을 잤다.

그 무렵에 잠자기 전에 술을 한 잔씩 마시면 아흔아홉 살까지 살 수 있다.’는 속담이 있었다. 허숙미는 그 말에 따라 술로 양생(養生)의 도()를 실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몇 년 동안 날마다 잠자기 전에 술을 마셨기 때문에 위장이 나빠져서 위에서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나고 옆구리가 아프고 밥맛이 없고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씩 위에서 신물과 쓴물이 올라왔다. 그리고 몸의 왼쪽 반쪽에서는 땀이 나지 않고 오른쪽 반쪽에서만 땀이 물처럼 흐르는 증상이 생겼다.

허숙미는 왜 이런 병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명의들을 찾아가서 치료를 받아 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허숙미는 의원들한테 몸을 맡겨서는 병을 고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병을 스스로 고치기 위해서 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자신의 병을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그는 마침내 술을 마서서 위장이 나빠져서 병이 생긴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창출을 주약으로 하는 처방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그는 창출가루 1근과 대추 15, 참기름 반 냥을 합쳐서 작은 알약을 만들어 하루에 50알씩 복용했다. 차츰 양을 늘러서 하루에 100알에서 200알까지 복용했다. 몇 달이 지나자 병이 차츰 낫기 시작하여 마침내 완전히 나았다.

허숙미는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비장과 위가 상했다. 비장이 허약하여 수습(水濕)이 생기고 습조위(濕操胃) 증상이 생겼다. 습조위란 습이 위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위에서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나고 여름철에 몸의 왼쪽 반에는 땀이 나지 않고 오른쪽 반에는 땀이 물처럼 흐르고 위액을 토하는 등 내습(內濕)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허숙미는 비()는 토()에 속하고 토는 따뜻한 것을 좋아하고 방향(芳香)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창출은 기미(氣味)는 방향(芳香)이고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맵고 쓰며 비()와 위()로 들어가서 작용한다.

허숙미는 창출은 방향지품(芳香之品)이기 때문에 비()를 일깨워서 습()을 없애고 습사(濕邪)는 음기(陰氣)이기 때문에 온기(溫氣)를 얻으면 없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습사(濕邪)를 빨리 제거하기가 어려우므로 그는 창출을 오래 복용하였고 또 많은 양을 복용하여 약력(藥力)을 체내에 모아 두는 방법으로 습사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하녀가 삽주뿌리로 관절염 명의가 되다

 

옛날에 허풍이 심하고 대담한 여의사가 있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병은 자기가 다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약삭빠르고 욕심이 많은 이 여의사는 돈 많은 부자들만 치료해 주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치료해 주지 않았다. 이 여의사는 약초를 스스로 채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젊은 하녀들한테 허드렛일을 하고 산에 가서 약초를 캐서 갖고 오도록 시켰다.

어느 날 가난한 농부가 양쪽 다리에 관절염이 생겨 다리가 퉁퉁붓고 통증이 심하여 이 여의사를 찾아왔다. 이 여의사는 가난한 농부가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치료를 거절하였다. 여의사 밑에서 일을 하는 한 젊은 하녀는 성품이 얌전하고 친절하였으나 약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농부가 몹시 가엾은 생각이 들어 자기가 채취해 온 약초 중에서 한 가지를 아무도 모르게 그 농부한테 주면서 집에 가서 달여서 복용하라고 하였다.

하녀는 그 약초가 관절염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농부는 하녀가 준 약초를 가지고 집에 와서 달여 마시고 관절염이 깨끗하게 나았다. 이 농부는 교활하고 늙은 여의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찾아갔다.

여의사는 농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의사는 이 농부한테 약을 지어 준 일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관절염이 나았는지 궁금했다. 여의사는 농부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농부는 당신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젊은 하녀가 약초를 무료로 주어서 그것을 복용하고 나았다고 사실대로 대답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여의사는 젊은 하녀를 내쫓아 버렸다. 쫓겨난 하녀는 집에서 쉬면서 그 약초를 직접 산에 올라가 채취하여 관절염 치료에만 전념하여 마침내 훌륭한 관절염 치료의사가 되었다.

창출의 맛은 맵고 쓰다. 그리고 성질이 따뜻하다. 비장과 위로 들어간다. 몸속의 풍()과 습()을 제거하고 통증을 없애주며 눈을 밝게 한다. 퇴행성이나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비롯하여 다리에 힘이 없는 증상과 밤눈이 어두운 증상과 피부가 가려운 증상을 없애준다.

현대 의학자들이 실험 연구한 결과 창출은 당뇨병의 혈당(血糖)을 낮추어 주는 효과가 뛰어난 나타났다. 옛 본초학 책에는 백출(白朮)은 삽주 뿌리 중 결구(結球)된 것이고 창출은 삽주 뿌리 중에서 결구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적혀 있다. 습으로 인한 병을 고치고 풍한습비(風寒濕痺)와 토사곽란(吐瀉霍亂)을 치료해 주며 수종(水腫)과 뱃속이 더부룩하고 불러오는 것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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