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가)

가시나무

초암 정만순 2018. 4. 25. 06:48




가시나무

다른 표기 언어 Chinese Evergreen Oak , 哥舒木 , シラガシ白樫



요약 테이블
분류 참나무과
학명Quercus myrsinaefolia


가시나무라고 하면 으레 가시가 삐죽삐죽 나온 험상궂은 나무를 떠올린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형차포군(荊釵布裙)’은 비록 박색이지만 가시나무 비녀를 꽂고 무명치마를 입고서 남편을 따뜻이 맞이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쓰는 ‘가시나무’란 말은 특정 나무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가시가 달린 나무 모두에 포괄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수목도감에서 찾아보면 실제로 가시나무가 있다.

그것도 가시가 전혀 달리지 않은 늘푸른잎의 참나무 종류다.

참나무 무리에는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상수리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낙엽참나무와 난대에서부터 아열대에 걸쳐 자라는 상록참나무가 있다.

여러 종(種)의 상록참나무를 대표하는 나무가 바로 가시나무다.

이 가시나무는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는 난대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제주도의 돈네코 계곡 등 보호를 받고 있는 상록 숲에서 집단으로 자란다.

키 20미터, 지름이 두세 아름에 이를 정도로 자라는 큰 나무이며, 단단하고 강한 좋은 재질을 갖고 있다.



긴 타원형의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두꺼우며 반질반질하다.

암수가 같은 나무로 봄에 수꽃은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피고, 암꽃은 곧추서서 핀다.

가을에 익는 열매는 뾰족한 원뿔모양으로 도토리보다 훨씬 작고 날씬하다.

낙엽 참나무들과 다른 점은 도토리를 담고 있는 받침[穀豆]의 바깥 면이 가락지를 차곡차곡 얹어둔 것처럼 6~9개의 나이테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가시나무란 이름의 유래는 여러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정조 18년(1794)에 호남 위유사 서용보가 올린 글 중에 “······길고 곧은 나무는 반드시 쓸 만한 재목이고 가서목(哥舒木)은 더욱이 단단하고 질긴 좋은 재목으로서 군기(軍器)의 중요한 수요인데 유독 이 섬(완도)에서만 생산됩니다.

단단한 나무는 자라는 것이 매우 느려서 한 번 잘라버리고 나면 금세 쑥쑥 자라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더욱 애석하게 여기고 기르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가죽나무나 상수리나무 같은 쓸모없는 재목들과 마찬가지로 땔나무가 되어버리니 앞으로는 각별히 금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

목민심서》 권3 〈권농(勸農)〉에는 가사목(加斜木) 심기를 권장한 대목이 있고, 《물명고》에도 가서목을 ‘가셔목’으로 부른다고 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도토리를 가시라 하며 나무는 가시목이라고 한다.

또 다른 옛 이름은 이년목(二年木)이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보면 “가사목은 제주에서 나는데, 이년목이라 부른다”라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인들도 우리와 꼭 같은 발음으로 ‘가시(カシ)’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 문화가 일본열도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기를 쓰고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아무래도 가시나무만은 우리 이름이 그대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상록참나무는 가시나무를 비롯하여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및 일본에서 들여와 주로 정원수로 심는 졸가시나무 등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서로 비슷비슷하다.

이들은 잎의 모양으로 서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붉가시나무는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 종가시나무는 잎 길이의 2분의 1 이상에만 톱니가 있으며, 가시나무와 참가시나무 및 개가시나무는 잎 가장자리 모두에 톱니가 있다. 졸가시나무는 잎 끝이 둥그스름하다.



이런 가시나무 종류는 물관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으며 배열도 방사상이어서 물관의 크기가 크고 환상(環狀)인 낙엽참나무와는 전혀 다르다.

재질은 참나무보다 더 단단하고 균일하다.

그래서 튼튼한 병기를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었으며, 남부지방에서는 다듬이 나무, 방망이 등 내륙지방의 박달나무와 맞먹는 쓰임에 널리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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