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症別 鍼處方/근골격계(하지)

'둔압통'과 디스크 치료

초암 정만순 2014. 3. 19. 11:23

'둔압통'과 디스크 치료

 

얼마 전 ‘둔압통’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또 그곳을 취혈하고 자침하는 과정을 참관한 바 있지요? 어떻습니까, 충분히 이해하셨습니까? 보통 장침을 놓을 수 있는 경혈로는 肩髃와 肩髎, 그리고 環跳, 秩邊 정도로 알고 있는데 지금 말한 이 둔압은 특히 灸堂 선생님이 長針 자리로 잘 쓰신다고 하였지요.

 

구당 선생님의 임상례를 중심으로 엮은, “구당이 名人이기 이전에 침뜸이 名醫”임을 말하고 있는 책

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에 다음과 같은 사례가 나옵니다.

되도록 원문으로 인용하되, 배열 등에 약간의 편집을 가했습니다. 

 

 

# 1985. 12. 31

(환자가 처음 침술원을 찾은 날짜.)

 

# 男·50대

허리 디스크로 그 동안 세 번이나 수술해서 뼈를 떼어내고 넓혀보았지만, 다시 재발해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지경. 마지막으로 침치료에 희망을 걸었다.

 

# 辨證

 

- 디스크란?

 

디스크는 바로 삔 것이다. 허리 디스크는 허리를 삐었고, 목 디스크는 목을 삔 것이다. 뼈와 뼈가 갑자기 어긋나 삐고, 천천히 비틀어져 삔 것이다. 그래서 뼈와 뼈가 한 쪽은 붙어있는데 다른 한 쪽은 벌어져 탈이 나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에 허리를 삐었을 때, 목을 삐었을 때 침으로 다시 삐지 않도록 뿌리를 치료했다면 나중에 큰 병이 안됐을 것이다.

 

허리 디스크는 처음에는 요통이다. 腎이 허해서 오는 요통이다. 허리를 삐끗할 때, 왜 삐끗하게 되는가. 외부에서 너무 강한 충격이 왔다면 의당 어쩔 수 없는 일이나, 그게 아니라면 허리뼈가 실하지 못한 탓이다. 뼈는 腎臟에 속하니, 신이 허해지면 뼈가 튼실하지 못해 탈이 나고 만다.

 

디스크가 병이 되면, 허리나 목의 뼈 사이가 한 쪽은 벌어져 있고, 한 쪽은 붙어 있다. 붙어있는 쪽은 건강하지만, 벌어져 있는 쪽은 마비되어 힘이 없다. 마치 입과 눈이 한 쪽으로 비뚤어지는 안면신경마비와 똑같이, 마비되어 힘이 없는 쪽이 늘어지니까 건강한 쪽으로 당겨져 비틀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 論治

 

힘이 없어진 쪽을 살려내면 된다. 입 돌아간 것을 치료하는 이치와 똑같이, 뼈 사이가 벌어진 쪽, 그 힘이 없어진 쪽을 되살리면 된다.

 

① 먼저, 힘의 기둥인 뼈를 튼실하게.

뼈는 腎에 저장된 精과 관계가 깊다. 정은 骨髓를 생산하고, 골수는 뼈의 조직을 保養하니 腎精이 충족되어 골수가 충만되어야 뼈가 충분한 영양을 받아 회복될 것이다. 그러니 신을 도와 정을 보태고, 배꼽 아래 下焦를 따뜻하게 해서, 허리와 등골뼈를 강하게 하려면 어느 혈자리가 마땅한가? 腎兪, 신장의 기가 등허리에 흘러들어 머무는 혈. 그 혈자리에 침놓고 뜸뜨면 시들시들해가는 식물의 뿌리에 물을 주는 격.

 

② 허리를 삐는 것은 허리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허하기 때문이니, 몸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 보건뜸이 꼭 필요하다.

양쪽 曲池·足三里로 四方에다 中脘을 더해 五方을 쳐서 몸 전체 기혈의 균형을 바로 잡고, 氣海·關元으로 원기를 더해 腎精을 촉진하면 전체와 뿌리 치료가 되는 것. 또 몸 전체 기혈의 통로가 모두 합류하는 百會로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肺兪·膏肓으로 맑은 기를 잘 흡수하여 순행시키도록 해준다.

 

③ 전체를 보았으니 이제 아픈 곳을 찾는다.

허리 디스크는 대개 제 4·5요추 사이 좌골신경이 갈라지는 곳에 탈이 나니, 그곳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 아파한다. 압통점 양쪽을 다 눌러보면 바깥쪽, 아래쪽으로 아프다고 한다. 가장 아픈 자리 陽關과 그 위아래 요추 사이의 혈 하나씩 모두 3개 혈자리에 침과 뜸을 하고, 아픈 쪽 양관 옆의 俠脊穴 한 곳에 깊게 침을 놓아 힘이 없는 부위에 기혈이 통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崑崙, 委中에 침을 놓아 경락의 흐름을 소통시키고, 血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면 통증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④ 그 때 결정적으로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잡으려면 阿是穴을 써야 한다.

허리 아래 양쪽에 눈처럼 움푹한 腰眼 부위를 만져보면 반드시 아픈 쪽에 손가락만한 힘줄이 만져지고 왔다갔다 하는데, 힘줄이 가장 크게 만져지는 곳 한가운데가 아시혈이다. 그 자리에 침과 뜸을 하고, 또 한 군데 더.

엉덩이 꼬리뼈에서 옆으로 눌러가다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픈 아시혈 자리에 長針을 써서 침을 깊이 놓는다.

 

⑤ 마지막으로 陽陵泉. 뼈와 뼈 사이를 잇는 힘줄과 힘살에 기혈을 북돋우는, 바로 筋의 정기가 모이는 이 筋穴에 침을 놓는다. 또 뒤의 병은 앞에서 고치는 이치로, 허리 근육의 힘을 받쳐주는 배의 복직근 위에 있는 天樞, 그 아래의 大巨에 침을 놓고 나면, 허리가 안 아프다고 벌떡 일어나 보이기도 한다.

 

# 결과

 

침치료를 시작한 지 5일 뒤에 환자는 여관에 정했던 입원실에서 퇴원(?)했다.

오래된 만성병에는 침보다 뜸이라 환자는 일 년이 넘게 뜸치료를 받았다. 거의 허리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되기까지 처음 두 달까지는 침술원에 나와 침치료와 뜸치료를 함께 받았고, 그 이후에는 집에서 가족의 도움으로 날마다 뜸치료를 받으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침술원에 나와 침치료를 받아 비틀어졌던 허리를 바로잡았다.

 

 

*

 

이상으로 구당 선생님의 허리 디스크 환자 치험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애초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둔압’은 엉덩이 꼬리뼈에서 옆으로 눌러가다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픈 아시혈 자리라는 것을 알겠군요. 취혈 공부 시간에는, ‘腰兪 수평선상 둔부의 최고점’이라고 설명을 들은 것 같습니다. 한편 어느 글에서, 둔압의 위치를 上後腸骨棘과 대전자를 연결하는 선상의 중간으로, 主治는 좌골신경통과 마비 등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또 둔압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문답도 목격했습니다. (언젠가 저희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해서 살짝 웃음이 나오데요.)

 

 

[둔압에 대한 질문]

봉사하러 갈 때마다 잘 안됩니다. 그냥 꼬리뼈에서 다리뼈첨 사이의 1/3지점, 눌러서 움푹들어간 곳이라 하는데 사람마다 다른 것 같고 잘 안 들어갑니다. 안 들어가면 다시 빼서 좌우로 다시 넣어라 하시는데 초보라 그런지 영 안 되네요. 선배님들, 좋은 노하우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댓글1]

둔압이라. 누구나 잘 안 되는 곳이니 혈자리를 정확히 잡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하시기 바랍니다. 일병만치라. 술자에 따라 둔압침이든 호침이든 깊이는 술자가 소신껏 결정하는 것이지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성질이 아니랍니다. 만약 이 문제를 왈가불가하는 분이 있다면 많이 경망된 것이지요. 물로 둔압을 자침하는데 깊숙이 되지 않고 간대를 세워놓은 것처럼 간들간들하면 자존심 문제도 되고 타인이 볼까봐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의식하시지 마시고 열심히 임상실습을 하시기 당부합니다. 환자에 대한 끝없는 사랑으로 기가 통하면 좋을 겁니다.

[댓글2]

둔압 안 들어갈 때 꼭 누군가가, 특히 후배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무지 창피해지죠. 그래서 억지로 디밀고 나서 침을 뽑아보면 끝이 휘어져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지요. 자침의 깊이보다는 둔압을 찌르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 목적에 충실하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침을 깊이 넣을 수 있다고 병도 더 잘 고치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댓글3]

저 같은 경우는 머리 속에 있는 해부도와 환자의 골격구조, 특히 골반의 생김새를 나름대로 비교하면서 자침하다보니 조금씩 두려움이 없어지더군요. 정성과 마음을 다하다 보면 발전이 있을 겁니다.

 

 

*

 

어떻습니까? 남의 일 같지 않지요?

 

각설하고, 앞에서 말한 구당 선생님의 임상 이야기는 발병 전의 예방과 무극보양뜸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디스크는 침과 뜸으로 틀림없이 낫는다. 그러나 어떤 병이든 병은 아무리 잘 고쳐도 흔적이 남는 법이다. 쇠가 부러졌을 때 용접을 해 감쪽같이 붙여놓았다 해도 흔적이 남듯이. 그래서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한약도 보약은 예방약이 아니던가.

 

디스크는 예방될 수 있다. 허리가 아프기 전에 미리 아프지 않도록 하고, 쉽사리 목이 삐끗하지 않도록 하는 게 예방이다. 그러러면 腎이 허해지지 않게, 몸 전체가 허해지지 않게 한다. 바로 腎精은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물질이니, 신정이 지나치게 소모되거나 상실되지 않도록 성생활을 조절하고, 심지어 타액도 신정이 변하여 생기는 것이니 많이 뱉어내지 않는다.

 

한편, 몸이 허해지면 세수를 하려거나 가벼운 물건을 들려고 몸을 굽히다가도 허리를 삐끗하기 쉽고, 과음해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 잠자다가 목을 삐는 수도 많다. 그러니 몸 전체가 균형을 이루고 건강하도록 보양뜸을 한다.

 

뜸은 병을 치료하는 수단이지만, 병이 아닌 때에는 대단한 보혈강장법이다. 먹어서 소화된 뒤에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강장약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직접 몸의 기혈을 활성화시키는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