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 ③ 버드나무
봄과 여자와 사랑의 강가에 심은 나무
Salix koreensis Andersson
쌍떡잎식물 버드나무목 버드나무과의 낙엽교목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로 봄이 오면 앞 다투어 강이나 호숫가에 나가 연둣빛 긴 가지를 떨며 지나는 바람마다 붙들고 춤을 춘다.
하늘하늘 날개를 단 가녀린 여인의 어깨인 듯 춤사위가 가볍다.
마치 고려수양(高麗垂楊:약명)이라 부르는 토종의 ‘능수버들’이나 중국에서 건너온 ‘수양버들’의 이미지다.
버드나무는 봄과 여인의 그것처럼 잉태와 출산의 상징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왔는데 “양류(楊柳:버드나무)는 옆으로 꽂든 바로 꽂든 거꾸로 꽂든 모두 산다.<본초강목>” 했을 정도이니.
버드나무는 종류도 많다. 갯버들, 냇버들, 여우버들, 고리버들, 떡버들, 왕버들, 용버들, 수양버들...
(능수)버들은 길고 부드럽게 빛나는 여인들의 머리오리를 닮아 유발(柳髮)이라 했다.(예사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의 구별을 어려워하는바, 수양의 어린 가지는 ‘적갈색’이고, 능수는 ‘녹황색’이다.)
미인의 눈썹은 버들잎 같아서 유미(柳眉)요, 버들의 눈을 여자의 눈에 비유하여 유안(柳眼)이었으며, 나긋나긋한 여인의 허리는유요(柳腰)다.
기녀를 유지(柳枝), 노류장화(路柳墻花)로, 예쁜 얼굴을 유용(柳容), 아름다운 교태를 유태(柳態)라 답하며 버드나무는 참으로 많은 여인들 앞에 제 이름을 바치었다.
버드나무 류(柳)는 ‘머무르다’는 뜻의 유(留)와 동음이다.
따라서 버드나무를 꺾어서 건네는 행위는 ‘그대 떠나지 말고 머물기 바란다’의 뜻이 담겨 있다.
또 아지랑이 봄 언덕에 눈처럼 희게 흩날리는 꽃 이삭을 ‘버들강아지, 버들개지’라 하는데 ‘빼어난 감성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여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단다.
중국의 시사(詩詞)에는 ‘버들개지가 눈처럼 날리는 날에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이별하는 사람들’의 정경이 자주 등장한다.
버들이 강가에서 여인이라면 그 건너편에 노니는 새는 필시 사내일 터. 사랑이 있으면 이별도 있거니와 수많은 연인들이 헤어지며 꺾어 보낸 이별의 정표는 바로 ‘버드나무 가지’였다.
봄으로 왔다 봄으로 떠나는 것이 우리들 이승의 사랑이던가!
조선전기의 문장가 최경창을 사랑한 어린 기생 ‘홍랑’의 시는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시의 하나로 꼽힌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얼마나 사랑하였으면, 죽은 연인의 무덤가에 움막을 짓고 9년의 시묘살이를 하며, 유사 남정네들을 피해 스스로 얼굴을 자해하고, 임란 중에 그의 시문들을 안고 돌아와 마침내 경창이 죽은 무덤 아래 묻힌다 하는가!
경창이 부럽다. 이 비련의 사랑도 사랑이기에 차마 행복하고, 이 가슴 치는 그리움도 그리움이기에 차마 안타깝다.
밤새워 새싹이 돋아나도록 수줍고 뜨겁고 애타며 간절한 버드나무가지 하나 뚝 분질러 오늘 밤 기꺼이 창가에 꽂자, 연인들이여!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전남타임스 기고글)
어린가지가 적갈색을 띄는 수양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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