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김진수의 들꽃에세이

김진수의 들꽃이야기 ① 천문동

초암 정만순 2017. 5. 29. 19:29





김진수의 들꽃이야기 천문동(天門冬)


하늘이 내린 겨울약초,




학명 : Asparagus cochinchinensis Merr.

분류 : 외떡잎식물강 백합목 백합과 비짜루속

특징적 분류 :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광양에서 전화가 왔다. 여럿이 들꽃탐화를 마치고 돌아온 뒷자리였다.

 

“선생님! 오늘 산에서 천문동을 봤는데요 그때 선생님이 호랭이좃이라 했어요 홀애비좃이라 했어요? 나는 호랭이좃이라 하는데 누군 홀애비좃이라 해요. 누 말이 맞죠? 큭큭...”  

 

‘천문동’은 한국 원산으로 주로 남녘의 바다 가까운 산기슭에서 자란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1~3개씩 모여 아주 작게 담황색으로 피며 다 자라면 줄기가 2m가량 휘늘어지는데, 동속의 ‘방울비짜루’와 어슷비슷하여 곧잘 초짜들을 속인다.

 

천문동은 잎이 변한 가시가 잎겨드랑이에 나고 역시 비짜루엔 없는 소시지 모양의 굵고 통통한 덩이뿌리들이 덜렁덜렁 아랫도리에 달리는데, 이 풀의 머리채를 잡고 낭창히 당겨 본 사람이라면 어디 강태공의 월척 손맛이 부러울까!

 

어느 천 년에 어떤 넉살머리 약초꾼이 바닷가에 걸터앉아 홀로 만지작거렸던 이름일까

저 천문동의 속명이 바로 ‘홀아지(비)좃’이었던 것!

 ‘천문동’이라는 이름은 실은 그 뿌리모양과는 별도로 ‘하늘의 문을 여는 겨울약초’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동진(東晉)의 학자 갈홍(葛洪:283∼343)이 지은 책 <포박자 : 중국의 신선방약(神仙方藥)과 불로장수의 비법을 서술한 도교서적>에는 천문동을 삶거나 쪄서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 했으며, ‘두자미’라는 사람은 ‘천문동을 먹고 80명의 첩을 거느리고 130명의 자식을 낳았으며 140세까지 살았는데 하루에 300 리를 걸어도 지치지 않았다’는 가위 전설적인 내용이 실려 있다.

 

성미는 달고 쓰고 차며 주로 폐와 신경(腎經)으로 들어간다.

점액질이 많아 마른 폐를 자윤하여 인두, 후두, 기관 등을 괴롭히는 재채기나 코막힘,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가래를 삭일 수 있으며 또 하초가 허약해져서 성기능은 물론 소변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변비가 자주 나타날 때에도 방광과 신장의 열을 내리고 진액을 보충하여 그 증상을 근원적으로 개선해주는 능력을 발휘한다.

 

필자가 무슨 생각이 들어 생지황, 더덕 등을 가하여 복용해 보았더니 거칠어졌던 피부가 금세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약리는 폐렴쌍구균, 연쇄상구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의 발육을 억제하는 작용을 나타내며 백혈병에 세포억제작용이 입증되었고, 약침제재로 유선암과 악성림프암종에도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임상보고 되었다.)

 

득의양양했던 광양의 여선생님은 내 답변에 일차 실망한 듯하였지만, 호랭이든 홀애비든 그 뒤에 따라붙은 ‘좃’자 만큼은 똑똑히 발음함으로써 좌중의 흥을 팽팽히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중년 노년을 살면서 남자의 거시기한 힘이 약해지면 전립선, 이명, 치매, 노화, 골다공증, 당뇨, 뇌졸증 등 갖가지 성인병이 나타나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러하니 이 기회에 통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유쾌한 농담 끝에 우리 들꽃의 효용성도 한바탕 열심히 배워보면 어떨까.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나주뉴스 기고문>


 

 

천문동 잎과 줄기


출처 : 나주라는 세상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