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 ① 소나무
◇사계절 푸른수염을 웃으며 지나는 허튼바람 따위 시비하지 않는 군자(君子) 위(位)를 갖춘 소나무
바람을 시비하지 않는 초목의 군자
학명 :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겉씨식물 구과식물강 구과목 소나무과
소나무는 백목의 장(百木之長)이요 만수의 왕(萬樹之長)이라 하듯 그 고상한 품격이 ‘초목의 군자’다운 매력으로 한반도 전역에 대세이다.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 하였듯 국화(무궁화)에 이어 한국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삼자는 말도 나고 있다.
소나무는 굽이굽이 산세가 곱고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지형에 잘 어울리는 우리나라 최상의 나무라 할 수 있다.
소나무는 천세(千歲)의 학이 거처하는 곳이라 하였고 장수의 상징(十長生)으로 쓰였으며 하늘의 신들이 땅으로 내려올 때 높이 솟은 소나무의 줄기를 택한다고 믿어 예로부터 시가나 회화에서 ‘탈속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였다.
步虛聲斷後 허공에는 발자국 소리도 끊어지고
無復想形容 형체도 상념도 모두 사라졌구나
雨洗孤輪月 외로운 둥근 달은 비에 씻긴 듯
風驅萬壑松 바람은 골골이 소나무 위를 달리네
-휴정(休靜), <영랑령>, 청허당집
회화 역시 소나무를 배경으로 인물이 그려질 경우 그 등장인물들은 대개 신선(神仙)이나 은사(隱士), 고사(高士) 또는 노승(老僧)들이다.
소나무는 화암(花菴)의 화목 28우(友)에서 ‘노우(老友)’라 하였으며 모든 나무의 어른이기 때문에 고송(古松)은 존경과 숭배를 받는다고 하였다.
필자가 유난을 떠는 소나무 사랑에는 그 늙어갈수록 아취를 더하는 자태에도 있지만 실은 ‘바늘 잎 두개의 상징’이 전해준 ‘부부애(夫婦愛)’에서 깊다.
소나무 잎은 두 개가 한 잎집(葉鞘)에서 나서 아랫부분이 서로 맞닿아있다.(이 같은 특성으로 소나무를 이엽송이라 한다.)
이 잎은 떨어질 때에도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떨어지는 ‘백년해로’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부부는 솔잎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소나무는 크게 육송과 해송 두 종류로 나뉜다.
‘해송’은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며 수피가 검어 흑송 또는 곰솔이라 부르고, ‘육송’은 주로 내륙지방에서 자라며 윗부분이 붉은 색을 띠어 적송이라 한다.
소나무의 제왕 ‘금강송’은 적송에 속한다.
과거에는 금강송을 '황장목(黃腸木:자라면서 중심부가 진한 황갈색을 띤다.)' 이라 불렀는데 곧고 단단하며 잘 썩지 않아 왕실의 건축재로 쓰였다.
금강송의 다른 이름인 '춘양목(春陽木)'엔 아픈 수탈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일제시대 영주~봉화~태백을 잇는 철도가 놓이면서 봉화지역 금강송이 크게 남벌되기 시작했던 것. ‘춘양목’은 당시 ‘춘양역을 통해 옮겨진 소나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나무는 몸을 쪼개어 인간의 살 집을 지어주고, 잎으로는 사랑을 전해주며, 청아한 자태로 지조 있는 삶과 의연하게 늙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계절 푸른 수염을 웃으며 지나는 허튼 바람 따위 시비하지 않는 과시 군자(君子) 위(位)의 초목이다.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전남타임스 기고글
필자 김진수
<주요약력>
•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회장
• (사)민족미술인협회 이사
• 시집 '아주 오래된 외출(내일을 여는 책 刊)'
• 영광 백수중학교 교사
• 전남들꽃연구회장
• 약초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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