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식당은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중요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 식당에서 첫 사랑을 만나고, 그 식당에서 프러포즈를 받는다. 그러면 그곳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중요한 배경으로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양식당 빌라메디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장소였다. 대구 시내가 한눈에 내려보이는 야경은 방문객들에게 최고의 전망을 선사해왔다. 빌라메디치에서 유난히 연인들의 프러포즈 예약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빌라메디치가 이전했다. 중후한 멋과 탁월한 전망을 가졌던 빌라메디치는 좀 더 가볍고 캐주얼하게 옷을 바꿔 입었다.
빌라메디치가 새롭게 이전한 곳은 범어네거리 인근. 이번에는 가정집을 개조해 다정다감하고 화사하게 거듭났다. 6년째 빌라메디치에서 일하고 있는 셰프를 비롯해 직원들이 그대로 옮겨와 음식 맛은 그대로다. 170여㎡(50여평)의 1, 2층 건물은 작은 정원이 있는 곳으로 꾸며졌다. 이전에 사용하던 가구들을 가져와 분위기는 그대로 살렸다.
사실 빌라메디치가 인기를 끌어온 이유는 분위기뿐만 아니라 맛도 큰 몫을 했다. 빌라메디치 김미경 사장은 “화학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 집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요리에서 스테이크 소스의 역할은 크다. 스테이크에 어떤 소스를 곁들이느냐에 따라 스테이크의 맛이 결정된다. 소스에 따라 가격도 차이날 수밖에 없다.
스테이크 소스를 만들 때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원재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라메디치는 조미료 대신 천연의 맛을 강조한다. 이 집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다이안느 소스 스테이크의 소스는 와인과 소고기 육수를 하루 종일 달여 만든다. 점성을 높이기 위해 설탕을 넣는 곳과는 맛의 깊이가 다르다. 소스의 90%가 와인이니 향긋한 맛이 스테이크와 잘 어우러져 인기가 많은 품목이다.
발사믹소스는 발사믹 식초를 첨가물 없이 오랫동안 달여 내고 잭다니엘소스는 잭다니엘 위스키와 소고기 육수를 오래 졸여 점성을 높인다. 이렇듯 빌라메디치는 소스로 타 레스토랑과 차별화한다.
포르트와인 소스의 양갈비 스테이크는 와인을 좋아하는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많이 줄였다. ‘거위간을 곁들인 안심스테이크’에 사용되는 거위간은 통조림이 아닌 냉동 재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거위간 특유의 육즙이 풍부해 와인과 곁들여먹기 좋다. 크림소스 파스타는 ‘다른 집들보다 덜 느끼하고 고소하다’며 젊은 고객들이 자주 찾는 메뉴다. 빌라메디치는 프랑스, 칠레산 등 80~100여가지 와인을 갖추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외에 테이블을 마련, 유럽풍 레스토랑 콘셉트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런치 메뉴는 발사믹소스 안심스테이크 2만8천원, 샤또브리앙 안심과 앙새우요리 4만원, 해산물스파게티 1만5천~1만6천원. 디너 메뉴는 다이안느 소스의 안심스테이크 4만원, 포르트와인소스의 양갈비스테이크 5만2천원.
주변 직장인들을 겨냥해 가벼운 메뉴들도 새롭게 출시했다. 돈가스, 안심볶음밥, 매운토마토스파게티는 1만원에 빵과 샐러드, 후식까지 갖춰 먹을 수 있다. 음료 가격을 낮추고 퇴근길 직장인들을 위해 생맥주 메뉴도 추가했다. 053)742-5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