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보림사
국보와 보물 10점, 지방문화재 13점 보유한 전남 장흥 보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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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를 품은 비자림과 야생 차밭. 숲 사이로 난 길도 다소곳하다. 싸목싸목 걷기에 좋다. '청태전 티로드'로 이름 붙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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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을 떠올리면 '보물창고'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오래된 절집은 더욱 그렇다. 가지산 보림사도 그런 곳이다. 지금은 사세가 약해져 송광사에 소속돼 있지만, 절 안팎에 귀한 유물이 많은 절집이다. 절집을 둘러싸고 있는 숲도 좋다.
전남 장흥군 유치면에 있는 보림사(寶林寺)로 간다. 지난 10일이다. 보림사에는 국보와 보물만도 10점이나 있다. 대적광전 앞에 있는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이 국보(제44호)로 지정돼 있다. 대적광전 안에 모셔진 철조비로자나불좌상도 국보(제117호)다.
보조선사 창성탑과 창성탑비를 비롯 목조 사천왕상, 숲속에 있는 동부도와 서부도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월인석보, 금강반야바라밀경 등 전적류(책)도 보물로 지정돼 있다.
국보 2점에 보물이 8점이다. 규모나 유명세에 비해 국보나 보물이 많은 절집이다. 의상암 터에서 옮겨진 석불입상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 불상을 포함해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도 13점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 불교문화의 보물창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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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사천왕상. 근엄한 얼굴의 서방 광목천왕상이다. 우리나라 목조 사천황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천왕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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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적대전과 어우러진 석탑과 석등. 국보로 지정돼 있다. 그 뒤로 보이는 전각이 대웅보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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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는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와 정착된 절집이다. 신라 말 헌안왕(860년경) 때 원표대사가 터를 잡았다고 알려져 있다. 불교 선종의 대표 사찰이다. 인도와 중국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寶林)으로 불린다. 원감국사와 각진국사 등 대선사들도 이곳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절집으로 들어가다 보면 사천왕문을 먼저 만난다. 여기 사천왕상도 보물(제1254호)로 지정돼 있다. 사천왕은 수미산의 동서남북, 사천국을 다스리는 왕들이다. 불법을 수호하는 신들이다.
동방 지국천왕은 화난 얼굴로 칼의 손잡이와 칼끝을 쥐고 있다. 서방 광목천왕은 근엄한 얼굴로 칼과 짧은 창을, 남방 증장천왕은 웃음 띤 얼굴에 비파를 들고 있다. 북방 다문천왕은 부른 뜬 눈에 입을 벌린 채 깃발을 들고 있다. 이 사천왕상도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임진왜란 이전인 1515년에 조성된 사천왕상이다. 우리나라 목조 사천왕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보림사는 겉에서 보기에 평범한 절집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천왕문을 지나면서 범상치 않은 절집이라는 걸 직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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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적광전 앞에 세워진 두 기의 탑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석탑 양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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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적광전에 있는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왼손의 검지를 오른손이 감싸고 있다. 우리나라 철불 가운데 조성연대가 가장 빠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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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을 들어가면 왼편으로 대적광전, 오른편으로는 대웅보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적광전 앞에 남북으로 세워진 두 기의 탑이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탑이다. 2단으로 쌓은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놓고 머리장식을 얹었다.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석탑이다. 통일신라 경문왕 10년(870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석탑과 석등이 국보(제44호)로 지정돼 있다.
대적광전의 불상도 진귀하다. 왼손의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이다. 신라 헌안왕 2년(858년)에 신도 김수종의 시주로 만들어졌다는 불상이다. 당시 쇠 2500근이 들어갔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철불 가운데 조성연대가 가장 빠른 것이다. 국보(제117호)로 지정돼 있다.
보림사 일대가 6·25 전란과 직후 남부군들의 근거지로 활용됐다.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이 됐다. 이때 보림사의 모든 불상이 불에 탔지만, 이 철불은 화를 면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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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선사 창성탑비. 거북받침돌 위에 비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얹었다. 보물로 지정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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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선사 창성탑. 보조선사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다. 보물로 지정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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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은 겉에서 보면 2층의 건축물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단층으로 이뤄져 있다. 대웅보전 뒤편에 있는 보조선사 창성탑비(제157호)와 창성탑(제158호)도 보물로 지정돼 있다. 보조선사 창성탑비는 거북받침돌 위에 비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얹어 놓았다.
보조선사 지선은 신라 때 보림사의 주지스님이었다. 보조선사는 헌강왕이 내려준 시호다. '창성'은 왕이 내려준 탑의 이름이다. 하여, 보조선사 창성탑이고 창성탑비다. 창성탑에는 보조선사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다.
대웅보전 앞마당에 있는 약수도 소문나 있다. 겉보기에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자연보호협회가 한국의 명수로 지정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물이라고 한다. 수량도 일정하다. 가지산의 천연 비자림과 차나무에서 뿜어내는 자양분 덕에 미네랄도 풍부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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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대웅보전과 약수터 풍경. 절집 마당 한가운데에 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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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나무와 야생의 차나무가 어우러진 보림사 비자림. 숲길도 다소곳해 걷기에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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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 뒤편으로 펼쳐진 비자림도 아름답다. 산림청과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관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인정받은 숲이다. 이 숲이 보림사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비자림은 수령 70년에서 400년까지 된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비자나무와 소나무 아래에는 야생의 차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비자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좋은 숲이다.
숲길도 걸으면서 산책하기 좋게 잘 단장돼 있다. 차밭과 비자나무 사이사이로 숲길이 조성돼 있다. 이른바 '청태전 티로드'다. 청태전의 재료가 되는 차밭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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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태전 티로드로 가는 길목. 비자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야생의 차밭으로 가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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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나무와 어우러진 차밭. 보림사를 품고 있는 아름다움 숲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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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전은 떡차의 일종이다.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 등 남해안에 존재했던 전통차다. 12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발효차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청태전은 이 찻잎을 따서 햇볕에 말리고 찧어서 만든다. 엽전 모양의 덩이처럼 생겼다고 떡차, 전차라고도 한다.
차나무가 많은 비자나무 숲 군데군데에 쉴만한 의자도 설치해 놓았다. 차향과 비자나무의 향, 솔향까지 맡으면서 싸목싸목 산책하기에 좋은 숲이다. 숲길은 그리 길지 않지만 절 마당을 내려다보며 한 바퀴 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걸으면서 명상에도 잠길 수 있다.
절집의 품격까지 높여주는 비자림이고, 야생의 차밭이고, 숲길이다. 절집도 웅장하지 않아서 더 정겹다.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음의 안식처 같은 절집이다. 모든 근심과 걱정 다 풀어 줄 수 있는 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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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비자림 풍경.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도 군데군데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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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나무 아래로 차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보림사 비자림. 절집의 품격까지 높여주는 숲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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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보림사 찾아가는 길
보림사는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에 있다. 호남고속국도 동광주나들목에서 광주순환도로를 타고 화순으로 간다. 화순읍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보성·장흥 방면으로 가다가 이양으로 빠진다. 이양에서 839번 지방도를 타고 청풍을 지나 곰치를 넘어 장평농공단지를 지나면 보림사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