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초본(가을)

수크령

초암 정만순 2017. 9. 19. 14:59



수크령


[Fountain grass, Chinese pennisetum, チカラシバ ]


수크령

외국어 표기
학명Pennisetum alopecuroides (L.) Sprengel
벼과(Gramineae)
이칭머리새


형태분류

줄기: 여러해살이로 짧은 땅속줄기()가 다닥다닥 모여 나 큰 무리를 만든다.
잎: 잎몸()이 단단한 편이고, 짙은 녹색이며, 잎혀()에 짧은 잔털이 있다.
꽃: 8~9월에 피며, 꽃이삭()은 똑바로 서며(), 기부의 꽃싼잎()은 짙은 자색 억센털()이 된다.
열매: 영과()이며, 억센 털 덕택에 동물산포()한다.
염색체수: 2n=161), 182), 223)

생태분류

서식처: 농촌들녘의 길가, 초지, 둑, 제방 등, 주로 세립질() 토양, 양지, 적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구릉지대 이하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식생형: 터주식생(농촌형, 들녘 길가식물군락), 이차초원식생
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수크령은 벼가 한창 여물어 갈 때, 농촌 들녘 길가에서 아주 흔하게 관찰되는 화본형()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삭 생김새가 긴 브러시 모양으로 독특하고 아름답다.

땅속줄기()가 짧아서 탄탄하게 무리를 이루고 살며, 식물체는 억세고 질기다.

잎이나 꽃대를 손으로 뜯으려다가 손을 베이고 만다.

수크령의 일본명 찌까라시바()도 ‘힘센 풀’이란 뜻이다.

 예리한 낫으로 강하게 내리쳐야 벨() 수 있다.

뿌리의 생태전략으로부터 붕괴지 땅을 유지하고 안정화하는 데에 수크령이 이용될 수 있다.

최근 유럽이나 북미에서 도입한 다양한 외국 종들로 도로 비탈면()을 피복하는데, 고유종 수크령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크령은 특히 진흙처럼 세립질() 토양에서 잘 살고, 수분이 보장된 곳이면 더욱 잘 산다.

수분스트레스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진흙일지라도 지속적인 수분공급으로 한발()과 같은 건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입지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이런 토지에서 농사를 짓거나 공동묘지로 사용하거나, 또는 목초지로 사용하다가 수년간 내버려두면 수크령이 우점하는 아주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수크령 한 다발을 질그릇 독()에 심어서 길러보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나는 훌륭한 화훼자원이 된다.

한글명 수크령4)그령을 암그령으로 삼고, 이에 대응하는 것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억센 식물체와 꽃이삭의 모양에서 수컷 그령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수크령은 속명이 페니세툼(Pennisetum)으로 그령속(Eragrostis)과 다르다.

사는 서식처도 미묘하게 다르다. 그령은 농로 길 한가운데나 길 가장자리에서도 살지만, 수크령은 주로 길가나 초지에서 주로 산다.

특히 길을 두고 관찰하면, 그령은 농로 한가운데 밟히는 곳에 살지만, 수크령은 주로 밟히지 않는 가장자리에서 산다.


수크령


수크령이란 이름이 있기 이전에 ‘길갱이’란 한글명이 기재된 바 있다.

아마도 선조들은 길가에서 힘세고 질긴 놈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19세기 초 『물명고()』에는 수크령을 지칭할 것으로 추정되는, 그러나 지금은 사라져버린 우리 이름이 있다.

‘머리새’라는 한글명이다. 오늘날 국어사전에서는 머리새를 “억새의 한 종류로 옛말”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머리새는 수크령이란 이름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던 고유의 우리 이름으로 보인다.

『물명고』는 한자 늑초()에 대해 그령(그르영)이란 한글명을 기록했으며(그령 참조),

그 뒤에 이어서 구미근초()라는 한자도 기록했다. 직역하자면 ‘개 꼬리 뿌리 풀’이 되며, 분명 수크령의 꽃이삭 모양에서 생겨난 한자로 보인다.

그런데 이 구미근초라는 한자 명칭 뒤에 머리새라는 한글기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수크령의 수를 머리 수() 자로 보고 머리란 우리말을 붙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한자를 전혀 모르는 민초들이 머리새라고 불렀던 것을 한자(, 수)와 한글(그령)을 섞어서 수+그(크)령으로 만든 이름인지 분명하게 알 길은 없다.

하지만 한자와 한글의 복합명사보다는 한글(머리)과 한글(새)의 복합명사가 자연발생적이기 때문에 머리새란 이름이 수크령이란 이름에 앞서는 본명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머리새는 벼꽃이삭이 식물체 위(머리)로 솟아오른 새라는 의미가 된다.

오늘날에는 수크령을 한자 낭() 자에 대응시키고 있지만, 19세기에는 낭자초()라 해 ‘줄’을 지칭한 것도 그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중국 한자명은 낭미초()로, 개()가 아니라 이리(, wolf)의 꼬리를 닮은 풀이라는 뜻이다.

구미근초와 서로 잇닿아 있는 명칭이다.

속명 페니세툼(Pennisetum)도 그런 꽃이삭 모양에서 유래하며, 가시 같은 털(, seta)이 꼬리 털(, penna)처럼 나 있는 꽃이삭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종소명 알로페쿠로이데스(alopecuroides)는 뚝새풀속(Alopecurus)을 닮았다는 뜻으로, 꽃대 모양에서 유래한다.

한다발의 꽃차례 형상은 분수()처럼 보이며, 영어명은 그것에서 비롯하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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