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초본(가을)

그령

초암 정만순 2017. 9. 19. 14:46



그령


동의어 꾸부령, 암그령, 그량, 거령, 지지랑풀, 지렁풀, 결초보은풀 

다른 표기 언어 korean-lovegrass 

                       

    그령



요약 테이블
분류 식물 > 단자엽식물 > 벼과(Poaceae)
학명Eragrostis ferruginea (Thunb.) P. Beauv.
북한명칭 암크령
본초명 지풍초(知風草, Zhi-Feng-Cao)

                       

    다년생 초본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길가나 빈터에서 잘 자란다. 줄

    기는 높이 30~70cm 정도이고 여러 개가 한군데 모여 나서 큰 포기를 이룬다.

    선형의 잎몸은 길이 20~40cm, 너비 2~6mm 정도로 표면 밑부분과 잎집 윗부분에 털이 있다.

    8~9월에 개화한다.

    길이 20~40cm 정도의 원추꽃차례는 가지가 어긋나서 퍼지고 털이 없으며 소수는 긴 타원형으로 5~10개의 소화가 들어 있다.

    호영은 길이 2~3mm 정도의 좁은 난형으로 예두이다.

    소수 자루에 마디 모양으로 부푼 선점이 있는 것이 ‘능수참새그령’과 다르다.

    공업용, 사료용, 퇴비용, 관상용으로 쓰인다.

    사방용으로 심기도 한다.


    그령


    농촌 들녘의 오래된 길 가운데에 그령이 우점한다. 그 좌우로 자동차나 경운기 타이어가 지나간 자국이 깊이 파여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있는 곳을 관찰할 수 있다.

    뿌리 절간()이 매우 짧은 땅속 줄기(ramet)로, 이른바 밀집전략(phalanx strategy)으로 번져나가는 뿌리가 토양을 꽉 움켜잡고 있어 생긴 길 모양이다. 그령 개체군은 토양 유실을 방지해야만 하는 장소에서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고유식물자원이다.

     

    한글명 그령이 그 옛말이다.

     ‘글영’은 개 꼬리처럼 생긴 것인데, 잡아채기에 요긴한 풀이란 의미의 한자 구오파초()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19세기 초의 기록에서는 늑초()란 한자명에 대해 ‘그르영’으로 번역되어 있다.

    즉 그령이란 한글명은 이 ‘그르영’에서 직접 유래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한자 ‘(늑)’ 자는 ‘굴레’나 ‘재갈’ 따위를 뜻하기도 하고, 무엇을 ‘묶다’는 의미도 있다.

    즉 늑초()란 ‘동물을 잡아채는 데에 이용하는 풀’이란 의미가 있고, 그령 또한 그런 의미를 가진 우리말로 보인다.

    여기서 ‘그ㄹ(글)’은 무엇을 단단히 동여매거나 잡아끄는데 사용하는 끈과 동원어일 것이다. ‘노끈을 끊다’의 고형()이 ‘귿’이기 때문이다.

    ‘영(령)’은 ‘여우()’를 지칭하는 고어일 가능성과 ‘짚’이나 ‘새(, 화본형 잎)’ 따위로 엮은 물건을 지칭하는 ‘이엉’의 준말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령은 여우가 드나드는 길목에서 ‘여우발목을 낚아채는 풀’이란 뜻일 수도 있고,

    이엉처럼 ‘동여매는 풀’이라는 뜻도 포함할 것이다.

    한자 구오파초()의 뜻에도 잇닿아 있다.

     


    농촌 들녘 제방에서 사람이 다닐만한 길목에 그령 한 다발을 새끼줄 꼬듯이 묶어 두면, 뒤 따라 오던 동무가 걸려서 넘어지게 된다.

    사람이 넘어졌으면 넘어졌지, 절대로 그령 다발은 끊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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